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꽃>(1924) -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전통적, 여성적, 역설적, 애상적, 시각적

표현 

* 7,5조(3음보)의 민요적 율격과 각운(∼오리다)의 효과

* 수미상관법 → 강조의 효과 및 시적 완결성

* 일반적 현대시에 비해 음수율, 음보율, 연의 구조 등에서 정형성이 강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역겨워 → 구역질나다, 마음에 거슬리다, 애정이 식다

* 말없이 → 하소연이나 원망 따위의 말

* 영변에 약산 → 실제 지명(구체적인 향토적 정감 유발)

* 진달래꽃

①"고향 = 시적 자아의 전존재(자아의 분신)" 상징

② 붉고 아름다운 자기 희생적 사랑

③ 전통적 소재로서, '한'과 '슬픈 사랑'의 매개물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 '산화공덕'의 이미지 (임에 대한 축복)

* 즈려 밟고

① 이별의 고통을 임에게도 전달하려는 모순된 내면의식의 표현

② 자기 희생적 이미지 강조

* 짓밟히는 꽃 → 임에게 버림받은 시적자아의 표상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① 시어의 창조를 위한 통사적 오용. 도치법, 반어, 역설

② 아픈 감정의 절제(哀而不悲의 정서)

③ 표면적 의미와는 달리, 피맺힌 슬픔을 극복하려는 시적 자아의 몸부림이 느껴지는 반어적 표현

* 고이, 아름, 죽어도 → 화자의 정감의 깊이를 함축하고 있는 시어.

 

주제 이별의 슬픔과 승화, 극기로 승화된 지순한 사랑

◆ 서정적 자아 : 이별의 고통을 감수하고 순종하는 전통적 여인상
             # 사랑의 독기를 품은 여인

◆ 정서 : 애이불비(哀而不悲) → 유교적 휴머니즘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체념 (관념적)

◆ 2연 : 축복 (구체적)

◆ 3연 : 희생, 사랑 (구체적)

◆ 4연 : 절제, 극기, 승화 (관념적)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소월시의 정수(精髓)로, 이별의 슬픔을 인종(忍從)의 의지력으로 극복해 내는 여인을 시적 자아로 하여 전통적 정한(情恨)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이 정한의 세계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가시리>, <서경별곡(西京別曲)>, <아리랑>으로 계승되어 면면히 흘러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전통 정서와 그 맥을 같이한다.

4연 12행의 간결한 시 형식 속에는 한 여인의 임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체념과 극기(克己)의 정신이 함께 용해되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즉, 떠나는 임을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겠다는 동양적인 체념과,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임이지만, 그를 위해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는 절대적 사랑, 임의 '가시는 걸음 걸음'이 꽃을 '사뿐히 즈려 밟'을 때, 이별의 슬픔을 도리어 축복으로 승화시키는 비애, 그리고 그 아픔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는 인고(忍苦) 등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진달래꽃'이다. 이 '진달래꽃'은 단순히 '영변 약산'에 피어 있는 어느 꽃이 아니라, 헌신적인 사랑을 표상하기 위하여 선택된 시적 자아의 분신이다. 다시 말해, '진달래꽃'은 시적 자아의 아름답고 강렬한 사랑의 표상이요,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과 슬픔이며, 끝까지 임에게 자신을 헌신하려는 정성과 순종의 상징이기도 하다.

떠나는 임을 위해 꽃을 뿌리는 행위가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까닭은 임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시적 자아의 사랑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꽃을 뿌리는 행위의 표면적 의미는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산화공덕(散華功德)' ― 임이 가시는 길에 꽃을 뿌려 임의 앞날을 영화롭게 한다는 '축복'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임을 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강한 만류의 뜻이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이 시는 그저 이별을 노래하는 단순한 차원의 것이 아니라, 이별이라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존재론의 문제로도 확대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소월은 그의 다른 대표작인 <산유화(山有花)>에서처럼, 여기서도 '진달래꽃'의 개화와 낙화를 사랑의 피어남과 떨어짐, 즉 만남과 이별이라는 원리로 설정함으로써 마침내 사랑의 본질을 깨달은 그는 더 나아가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생성과 소멸의 인생의 의미를 깊이 인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버림받은 여인과 떠나는 남성 간에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이 초점을 이루는 설화적 모티프 ― 여성의 인종(忍從)과 남성의 유랑(流浪) 및 잠적(潛跡) ― 를 원형(原型, archetype)으로 하고 있는 이 시는 여성 편향(女性偏向, female complex)의 '드리오리다'·'뿌리오리다'·'가시옵소서'·'흘리오리다' 등의 종지형을 의도적으로 각 연마다 사용함으로써 더욱 애절하고 간절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피학적(被虐的, masochistic)이던 시적 자아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는 마지막 시행과, '걸음 걸음'·'즈려 밟고 가시옵소서'에서 나타나듯이 그저 눈물만 보이며 인종하는 나약한 여성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떠나는 남성이 밟고 가는 '진달래꽃' 한 송이 한 송이는 바로 여성 시적 자아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그가 꽃을 밟을 때마다 자신이 가학자(加虐者, sadist)임을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것을 아는 시적 자아는 그러한 고도의 치밀한 시적 장치를 통해 떠나는 사랑을 붙잡아두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각할 거리]

1. 이 시의 시적 자아가 가지는 님에 대한 태도에 대해 설명해 보시오.

→ 비록 자기를 배반하고 떠나가는 사람이지만 변함없이 사랑하겠다는, 극기로 승화된 자기 희생적이고 지순(至純)한 사랑의 태도를 지니고 있다.

2. 이 시의 시제는 미래형이다. 이것을 과거형 부정문으로 바꾸어 본다면, 이 시의 시적 의미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하시오.

→ 이 작품의 시제는 '보내 드리오리다', '뿌리오리다', '아니 흘리오리다'처럼 미래형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보내 드릴 것을', '흘리지 말 것을'과 같은 과거형으로 바꾸어 본다면, 과거에 그렇게 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후회, 즉 고이 보내 드리지 못하고, 꽃을 뿌리지 못하고, 눈물을 안 흘리지도 못한 자신의 치졸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 된다. 이 시의 시적인 발상은 미래의 가상적인 상황에 대한 각오보다는 이와 같은 과거에 대한 후회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3. 희노애락(喜怒哀樂)은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이다. 정한(情恨)의 정서는 단순 정서라기보다는 복합 정서에 가깝다고 볼 때, 어느 것의 복합이라고 할 수 있는지 설명하시오.

→ 사랑하는 님과 이별한 상태에서 느끼는 그리움의 정서가 정한의 정서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님을 상실한 데서 오는 슬픔이 주 정서가 된다. 그러나 님과의 아름다웠던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은 기쁨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한은 슬픔과 기쁨이 혼합된 정서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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