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 하종오 -

                                                       

 

 

     

    질경이는 밟혀서 자란다.

    먼지 이는 길가에서도 먼지를 잠재울 줄 알며

    자갈 하나에 깔려서도

    질경이는 대지의 힘을 얻는다.

    밟히면 밟히면 눕고 눕고

    잠시 누웠다가 기어코 일어나는 끈기

    콱콱 밟힐수록 밟힐수록

    뿌리 뻗어내는 뿌리 뻗어내는 뚝심

    질경이는 잎을 포개고

    벌레를 쉬게 하지만

    잎만으로 뜬세상을 살지 않는다.

    우리가 맨몸으로 살아가며

    가꾸는 어린 목숨도

    쓰러지고 일어날 때 튼튼해지는 기쁨

 

 

 

    봄 아침에 풋풋하게

    질겨지는 질경이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참여적

표현 : 사물의 속성을 활용하여 이미지를 창조함.

              시구의 반복과 음성상징어를 통해 의미를 강화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콱콱 밟힐수록 밟힐수록 → 음성상징어와 반복을 통해 폭력과 억압의 상황 강조

    * 질경이는 잎을 포개고 / 벌레를 쉬게 하지만 → 질경이의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포용력을 지닌 모습

 

제재 : 질경이(민중)

주제억압과 시련에 굴하지 않는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과 포용력

[시상의 흐름(짜임)]

◆ 1 ~ 8행 : 질경이의 끈기와 뚝심

◆ 9 ~ 16행 : 질경이의 포용력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이 땅의 어느 곳에서나 쉽게 발견되는 풀의 한 종류인 '질경이'를 의인화하여, 폭력과 억압이 민중의 삶을 짓누르는 사회에서 나약한 민중들이 어떻게 현실에 대응해 왔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밟는 자'와 '밟히는 자'라는 대립적 관계를 설정하고, 이를 억압의 주체와 대상이라는 갈등 구조로 의미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폭력에 잠시 누웠다가 기어코 다시 일어나는 '밟히는 자'의 행위 양상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어떤 폭력도 민중의 왕성한 생명력을 꺾을 수 없다는 준열한 대(對)사회적 선전 포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시인은 민중의 끈기와 뚝심뿐만 아니라 넓은 아량과 포용력을 제시함으로써 공동체적 삶에 대한 민중의 건강한 의식과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시는 '질경이'라는 자연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독특한 시선을 느끼는 데서 감상의 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인은 사람들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밟고 지나가는 잡풀의 하나인 질경이를 세심하게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에서 인간의 삶의 태도를 유추해 낸다. 이는 밟히면 기어코 일어나며 밟힐수록 튼튼히 뿌리내리는 질경이의 모습이 폭력과 억압에 굴하지 않는 끈기와 뚝심으로 형상화되며, 잎을 포개로 벌레를 쉬게 하는 질경이의 모습이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포용력으로 형상화되는 데서 확인된다. 결국 질경이는 끈질긴 생명력과 포용력을 지닌 존재로서의 '민중'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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