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는 새다

                                                                              - 정일근 -

                                                       

 

 

 

왜 집오리는 날지 않을까, 기러기목에 속하는

우아하고 튼튼한 날개를 접어 퇴화시키며

저 넓고 푸른 하늘의 자유를 포기한 채,

일용할 하루의 양식을 위해

도시의 더러운 시궁창에 거룩한 황금색 부리를 묻는

날지 않는 새, 집오리

시립 도서관의 먼지 쌓인 서가처럼

TV 앞에 침묵하는 우리들처럼

스포츠에 거세당한 이 시대처럼

날지 않는 집오리여, 너는 새다

길들여진 관습과 타성의 질긴 그물을 찢으며

빈 발목을 죄는 불안한 시대의 불안한 생존,

사육의 쇠사슬을 풀고, 혁명하라

날아라 집오리여, 새여

달 밝은 우리 나라의 가을밤

기역자 시옷자로 무리 지어 힘차게 날아가는

쇠기러기, 청둥오리떼를 따라 우리 다 함께

무서운 무리의 힘으로 힘차게 날갯짓하며

산맥을 넘어 국경을 넘어

자유의 하늘로 푸른 하늘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풍자적, 우의적

표현

* 명령형의 어조를 사용하여 작가의 의도를 강하게 전달함.

* 직설적이고 선언적인 어조 -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을 질타하려는 의도

* 유사한 문장 구조의 반복과 대조적 이미지를 통해 주제를 전달함.

* 우의적 수법(비유와 상징)을 통해 현대인의 삶의 태도 변화를 촉구함.

* 대상(자연물)을 통해 현대인의 부정적인 삶의 양상을 비판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왜 집오리는 날지 않을까, → 물음 형식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함.(자문자답의 형식)

* 우아하고 튼튼한 날개, 거룩한 황금색 부리 

   → 집오리의 본질적 모습, 자유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수단

* 저 넓고 푸른 하늘 → 자유로운 이상의 세계

* 일용할 하루의 양식 → 현실에 안주하는 삶, 물질적 가치에 경도된 현대인의 삶의 상징

* 더러운 시궁창 → 부정적 현실(군사정권의 상징)

* 날지 않는 새, 집오리 → 일상에 매몰되어 참된 본성으로서의 자유를 상실한 존재

* 시립도서관의 먼지 쌓인 서가처럼 / TV 앞에 침묵하는 우리들처럼 / 스포츠에 거세당한 이 시대처럼

   → 삶의 일상적 조건에 얽매어 참된 자아와 자유를 포기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

* TV, 스포츠 → 본질을 상실케 하는 문명의 이기들

* TV 앞에 침묵하는 우리들 → 비판의식을 상실한 모습

* 스포츠에 거세당한 이 시대

   → 현실에 대한 관심보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시대에 대한 비판적 생각이 담김.

* 너는 새다 →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임을 강조함.

* 길들여진 관습과 타성의 질긴 그물 → 집오리를 옭아매고 있는 현실적 조건, 소시민적 근성

* 사육의 쇠사슬을 풀고, 혁명하라 / 날아라 집오리여, 새여.

   → 존재를 억압하는 부정적인 것들을 떨치고 본질을 되찾아 자유를 추구하기를 촉구함.

* 쇠기러기, 청둥오리떼 → 자유로운 존재, 새다운 새

* 무서운 무리의 힘 → 공동체의 힘, 단결의 힘

* 자유의 하늘로 푸른 하늘로 → 화자가 추구하는 세상, 반드시 이루어야 할 세상

 

◆ 제: 집오리(현실에 안주하여 살아가는 존재, 본성과 자아를 잃어 버린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

◆ 화자 : 현실적 굴레에서 벗어나 참된 자아 회복을 촉구하는 사람

주제 → 참된 자아 회복의 염원

             현실의 관습과 타성에서 벗어나 자유의 세계로 비상하려는 의지의 촉구

[시상의 흐름(짜임)]

◆   1 ~ 10행 : 자유를 상실한 집오리에 대한 안타까움

◆ 11 ~ 20행 : 자유 회복에 대한 염원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하루의 양식을 추구하다가 점차 하늘을 나는 본성을 잃어 버린 '집오리'의 모습을 통해 일상적 삶의 조건에 얽매여 참된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얽어매고 있는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 참된 자아를 회복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TV 앞에 침묵하는 우리들처럼 / 스포츠에 거세당한 이 시대처럼 / 날지 않는 집오리'라는 구절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집오리의 모습은 곧 꿈과 이상을 잃은 채 현실의 안일함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시적 화자는 이러한 인간에게 '길들여진 관습과 타성'을 버리고 참된 인간성을 회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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