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위하여

                                                                              -곽재구-

                                                       

 

 

 

바람은 자도 마음은 자지 않는다.

철들어 사랑이며 추억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싸움은 동산 위의 뜨거운 해처럼 우리들의 속살을 태우고

마음의 배고픔이 출렁이는 강기슭에 앉아

종이배를 띄우며 우리들은 절망의 노래를 불렀다.

정이 들어 이제는 한 발짝도 떠날 수 없는 이 땅에서

우리들은 우리들의 머리 위를 짓밟고 간

많고 많은 이방의 발짝 소리를 들었다.

아무도 이웃에게 눈인사를 하지 않았고

누구도 이웃을 위하여 마음을 불태우지 않았다.

어둠이 내린 거리에서 두려움에 떠는

눈짓으로 술집을 떠나는 사내들과

두부 몇 모를 사고 몇 번씩 뒤돌아보며

골목을 들어서는 계집들의 모습이

이제는 우리들의 낯선 슬픔이 되지 않았다.

사랑은 가고 누구도 거슬러 오르지 않는

절망의 강기슭에 배를 띄우며

우리들은 이 땅의 어둠 위에 닻을 내린

 

 

 

많고 많은 풀포기와 별빛이고자 했다.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자유시, 서정적, 감각적, 의지적

특성

① 대립적 이미지를 제시하여 주제의식을 명료하게 부각함.

② 부정적 서술어의 반복적 사용을 통해 시적 상황을 강조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바람은 자도 마음은 자지 않는다

    → 이 시의 원제가 '바람을 위하여'임을 고려하면, 바람은 곧 절망을 의미하는 것이다. 곧 절망적 상황은 그치더라도 마음은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 싸움 → 우리들을 힘들게 하는 외부적 시련을 의미하며, 우리가 절망의 노래를 부르는 이유이다.

* 마음의 배고픔

    → 화자가 '절망의 노래'를 부르게 되는 계기가 됨.

        사랑과 추억이 결핍된 상태에 대한 화자의 심리를 비유적으로 표현함.

* 강기슭에 앉아 → 화자의 현 위치로, 절망의 공간이자 희망을 회복해야 하는 공간이다.

* 정이 들어 이제는 한 발짝도 떠날 수 없는 이 땅

     →

* 우리들은 우리들의 머리 위를 짓밟고 간

    → 당시의 암울한 사회 분위기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드러냄.

* 아무도 이웃에게 눈인사를 하지 않았고

    → 주변에 대해 관심조차 줄 수 없는 민중들의 모습을 통해 삭막한 현실을 보여줌.

* 이제는 우리들의 낯선 슬픔이 되지 않았다.

    → 민중들이 불안과 공포가 일상화된 현실을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 절망의 강기슭에 배를 띄우며

    → 억압적인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가져보려는 민중의 몸부림

* 많고 많은 풀포기와 별빛이고자 했다.

    →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품으려는 화자의 소망

 

화자 :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자(우리)

주제 : 부정적 현실 속에서 희망을 되살리려는 의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암울했던 당대의 사회 현실과 관련이 깊다. 시인은 자유가 억압된 삭막한 현실과 민중들의 불안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는 화자를 등장시켜 현실 극복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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