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 춘향이 마음 초(抄) -
                                                                                                              -  박재삼  -

                                                       

 

 

     

    뉘가 알리

    어느 가지에서는 연신 피고

    어느 가지에서는 또한 지고들 하는

    움직일 줄 아는 내 마음 꽃나무는

    내 얼굴에 가지 벋은 채

    참말로 참말로

    사랑 때문에

    햇살 때문에

 

 

 

    못 이겨 그냥 그

    웃어진다 울어진다 하겠네.

     

      - <춘향이 마음>(1962) -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전통적, 독백적, 고백적, 성찰적

표현 : 독백체로 이루어진 단연시

               춘향의 독백적 어조로 감출 수 없는 마음의 움직임에 대한 진실감을 더해 줌.

               마지막 구절에 피동형 동사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자연 → 춘향이 사랑 때문에 느끼게 되는 기쁨과 슬픔이 모두 순수한 자연적 현상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제목으로 보여짐.

    * 움직일 줄 아는 내 마음 → 감정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내마음

    * 꽃나무 → 원관념 : 사랑의 마음

                    '꽃나무'는 자연의 섭리대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므로,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하기에 적합함.

                    인간과 자연이 동질적이라는 의미로 마음 속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꽃나무에

                                       비유하여 표현함.

    * 웃어진다 울어진다

         → 피동형의 표현(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이 솟아나는 것은 자기가 의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자연적 움직임이기에)

 

주제자연적으로 솟구치는 사랑의 감정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한국적 여인의 한 전형인 춘향을 화자로 설정하여 그녀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는 사랑을 꽃나무에 견주어 그린 작품이다.

이 시는 춘향전을 소재로 하여 현대적 변용을 가한 <춘향이 마음 초(抄)>라는 연작시의 하나로 서정주(徐廷柱)의 <추천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가장 한국적인 시를 쓴다는 서정주의 맥을 정통으로 이은 박재삼의 대표작인 이 작품에서 시적 자아인 '춘향'은 <추천사>의 춘향처럼 현실 세계에 고뇌하고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꽃나무에 견주어 그것을 순수한 생명의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랑은 억지로 의도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나무 가지에서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과 같이 자기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으로부터 샘솟는 것이므로 시제(詩題) '자연'이 시사(示唆)하듯, 자연의 힘이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랑의 고운 꽃을 피우게 된다는 춘향의 독백을 통해 시인은 사랑의 실체를 보여 주는 동시에 인간의 마음과 자연을 동일시하고 있다. 꽃나무가 햇살을 받아 새 싹을 틔워 성장하고 마침내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처럼, 사람도 자신도 모르게 제 가슴 속 에서 자라난 사랑의 감정으로 말미암아 행복에 젖거나 불행에 빠지게 된다는 자연 현상으로 사랑을 파악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사랑의 표현을 '웃어진다'와 '울어진다'라는 피동형으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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