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곡(子夜曲)

                                                                              - 이육사 -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내려 항구에 들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바람 불고 눈보래 치잖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숨막힐 마음 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드리라.

 

 

 

 

수만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문장>23호(1941)-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상징적, 감각적(시각적)

표현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수만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 → 화자가 바라는 고향의 이미지(밝음, 풍요, 희망, 빛의 심상)

    *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 고향의 현실적 모습(어둠, 절망, 죽음의 심상)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없는 빼앗긴 절망의 땅.

    * 노랑나비 → 희망과 긍정의 심상

    * 무덤 → 절망의 공간

    *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 절망의 심상

    * 꽃불도 향기론데

        → '꽃불'은 '연기'와 함께,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념의 매개체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이 향기롭다는

                            것은 고향에 대한 희망적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임.

    * 연기는 돛대처럼 내려 항구에 들고 →

    *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 그리움과 고향 상실로 인한 눈물. 고향을 애타게 찾는 심정을 표현한 것임.

    * 바람 불고 눈보래 치잖으면 못 살리라 → 화자가 처한 현실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함.

                                                                  고향을 상실한 자의 절규

    *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 현실에 대한 절망

    * 숨막힐 마음 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뇨 → 표랑의 심상

 

주제고향 상실(실향의식)과 현실 인식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인터넷에서 퍼온 글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제목에서 나타나듯 밤이다. 밤에 항구의 불빛을 바라보며 파이프 담배를 피워 물다가 고향 생각을 하게 된다. 화자는 수만호의 빛을 기대하는 고향의 모습을 생각하고, 파이프에 타오르는 연기에 의해 달려가고 싶은 생각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고향은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른'의 모습으로 인식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육사가 본격적으로 시작 활동을 전개한 1930년대 중반 이후는 일제의 한반도 병참기지화 정책, 황국신민화 정책이 펼쳐지던 시기로 민족이 극도의 궁핍에 직면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시기이다. 병참기지화 정책이란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한반도에서 조달하기 위해 한반도를 병참기지화 하자는 정책이고 황국신민화 정책이란 병참기지화 정책을 합리화하고 수탈을 효과적이게 하기 위해 조선의 민족성을 말살하고 일본 신민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정책이었다. 이러한 정책으로 우리 민족의 궁핍은 극에 달하고 징병, 징용으로 강제 동원되지 않으면 안되었으며, 창씨개명, 신사참배 등 모욕적인 수난을 받지 않으면 안되었다. 한마디로 진정한 가치가 숨어 버리고 허위가 세상을 뒤덮은 반어적인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반어적인 시대에 당위적인 가치와 반어적인 현실 사이에 극단적인 거리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육사의 초기 시는 이러한 반어적인 현실과 당위적 가치 사이의 어긋남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어적 현실에 대한 인식이 바로 저항의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초기 시들은 저항 의지보다는 반어적 현실과 당위적 가치 사이의 대조를 바탕으로 죽음과 같은 현실에 대한 지사적 분노와 절망감을 영탄적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자야곡>은 당위적 가치와 반어적 현실 사이의 극단적인 일그러짐을 잘 보여주는 시이다. "자야"라는 말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시대는 어둠의 시대이며 "무덤"과 같은 시대로 나타난다. 그 무덤은 일상적인 무덤과는 달리 노랑나비도 오지 않는 완전한 죽음과 폐허의 시대를 대변해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무덤과 같은 시대는 첫행의 "수만호 빛이래야 할"의 당위적인 가치와 철저한 대조 관계 속에 놓이게 된다.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워야 할 당위적인 우리 민족의 역사와 일제의 수탈로 인한 반어적인 민족사의 죽음 사이의 대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그에 대한 지사적 분노와 절망감이 잘 나타나 있다.

시대의 검은 꿈은 화자의 자랑과 슬픔,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화자가 찾은 고향은 눈물마저 말라 들창마다 짠 소금이 절어 있다.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계절마저도 눈보라 치고 바람 불지 않는다면 너무나 잔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꽃 피고 새가 운다면 계절이 부정적인 상황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매운 술로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형식적으로 당위적인 가치와 반어적인 현실을 대조시키고 거기서 비롯되는 슬픔과 절망을 "―푸르러라"와 같은 영탄조로 노래한다는 점에서 한시의 국망시류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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