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패기

                                                                              -이수익-

                                                       

 

 

 

장작을 팬다

야성의 힘을 고눈 도끼날이 공중에서

번쩍

포물선으로 떨어지자

부드러운 목질에는 성난 짐승의 잇자국이 물리고

하얗게 뿜어나오는 나무의 피의

향기

온 뜰에 가득하다.

 

물어라

이빨이 아니면 잇몸으로라도

저 쐐기처럼 박히는 금속의 자만을

물고서 놓지 말아라

도끼날이 찍은 생목(生木)은 엇갈린 결로써 스크램을 짜며

한사코 뿌리치기를 거부하지만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며 도끼날을 뽑아가는

사내의 노여움은 어쩔 수 없다.

 

쿵, 쿵

울리는 처형의 뜰 모서리를

지우듯이 덮어 오는 하오의

 

 

 

그늘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현실참여적, 저항적, 상징적

특성

① 일상적 행위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함.

② 시상을 함축하고 있는 명사로 종결함으로써 강한 여운을 남김.

③ 음성상징어와 쉼표를 사용하여, 시적 공간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공간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킴.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장작을 패다 → 권력의 야만적인 폭력 행위, 힘없는 민중을 억압하는 행위

* 야성의 힘을 고눈 도끼날, 성난 짐승의 잇자국, 금속의 자만 → 독재 권력의 폭력

* 부드러운 목질, 생목 → 힘없는 민중을 상징함.

* 하얗게 뿜어나오는 나무의 피 → 독재 권력에 희생되는 민중의 고통

* 향기 → 사회적 악에 의해 희생되는 순수한 삶을 사는 이들의 고통을 의미함.

* 온 뜰 → 부드러운 목질의 희생을 강요하는 도끼날의 무자비한 억압이 자행되는 부정적인 사회

* 물어라 / 이빨이 아니면 잇몸으로라도 → 힘없고 나약한 민중의 저항

* 물고서 놓지 말아라 → 사회의 악과 적극적으로 대결하기 바라는 화자의 의지가 투영된 표현임.

* 사내 → '도끼날을 뽑는 인물'로, 사회악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저항을 무력화하는 부정적 인물임.

* 사내의 노여움은 어쩔 수 없다. → 무자비한 독재 권력의 폭력 앞에 힘없이 굴복하는 민중

* 쿵, 쿵 →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독재 권력의 압제를 부각시킴.

* 처형의 뜰 → 장작을 패고 있는 곳,  독재 권력에 신음하는 현실

* 지우듯 덮어 오는 하오의 그늘 → 사회악을 문제시하지 못하게 하는 부정적 현실

 

제재 : 장작패기(무자비한 권력의 폭압)

주제권력의 폭력과 그것에 희생당하는 민중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야성의 힘으로 물어뜯는 도끼날과 나무의 피

◆ 2연 : 도끼날에 대항하는 생목의 결

◆ 3연 : 짙어 오는 부정한 세력의 힘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나무에 힘을 가하는 도끼의 금속성과 쪼개지는 나무의 부드러운 이미지의 대립을 통해 권력의 부당한 폭력이 자행되던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장작패기'라는 일상적이고 낯익은 행위에 대한 '낯설게 보기'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작품이다. 나무에 힘을 가하는 도끼의 금속성과 쪼개지는 나무의 부드러운 이미지의 대립을 폭력을 행하는 주체(도끼), 당하는 객체(목질, 생목)와 연결하여 권력의 부당한 폭력이 자행되던 사회 현실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1970년대 저항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온 뜰에 '성난 짐승의 잇자국'에 물린 '나무의 피'가 흥건하다. '성난 짐승의 잇자국'은 당시 민중들에게 가해지던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을, '나무의 피'는 민중들의 희생을 의미한다고 보면, '온 뜰'은 독재 권력의 폭력이 횡행하던 당시의 우리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무참하게 희생당하는 '나무'에게 화자는 '물고서 놓지 말아라'라고 저항할 것을 요구한다. '나무'는 안간힘을 다해 자신의 몸에 박힌 '도끼'를 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저항은 도끼질을 하는 사내의 노여움만 부추길 뿐,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는다. 민중들의 저항이 실패한 것이다. 여전히 온 뜰에는 '쿵, 쿵' 폭력이 자행되는 소리만이 울리고 때마침 덮어 오는 그늘은 온 뜰에 흥건한 나무의 피를 마치 없었던 일인 양 덮어 버리고 만다. 미래에 대한 어떠한 낙관적 전망도 보여 주지 않는 철저히 부정적인 현실 인식이다. 이처럼 끝까지 희망을 보여 주지 않음으로써 독자는 당대 현실의 비극성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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