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윤동주  -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성찰적

표현

① 대상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나타남.

②③④⑤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우물 → 자아성찰의 매개체

* 2연 → 우물 속의 아름다운 세계, 시적 화자가 소망하는 이상과 동경의 세계

* 한 사나이 →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자아

*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 자기 연민의 감정

* 5연 → 현실의 자아와 우물 속 자아의 갈등, 애증의 감정

* 추억처럼 → 그리움, 동경의 정서

 

주제자아 성찰과 자신에 대한 애증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자아를 성찰하는 나

◆ 2연 : 우물 속의 아름다운 풍경

◆ 3연 : 추한 자아에 대한 미움

◆ 4연 : 자아에 대한 연민

◆ 5연 : 자아에 대한 애증의 교차

◆ 6연 : 추억 속 자아에 대한 그리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의 화자는 우물을 통해 암담한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자신에 대한 애증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화자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은 자신을 성찰하는 행위이다. 화자가 들여다보는 우물 속은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는 곳으로, 자연의 아름답고 순수한 모습이 펼쳐진다. 그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한 사나이'가 등장하는데, 화자는 그 사나이가 밉다. 그래서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미운 사나이가 '가엾어' 돌아오게 되고 다시 '미워져' 돌아가다가 '그리워져' 또다시 돌아오게 된다. 화자는 이렇게 자신에게 미움을 느끼고 그 미움은 연민으로, 연민은 그리움으로 변하는데, 이런 변화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고 내면을 응시하는 가운데 일어난 감정이며, 도덕적 순결성으로 자신을 성찰할 때 겪게 되는 과정인 것이다.

이 작품은 1941년 「문우」에는 '우물 속의 자상화'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이 제목에서는 '우물'과 '그림'이 부각되어 있다. 상징적 관점에서 볼 때, 우물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사물이고, 하늘을 향해 있는 동굴이며, 그 동굴의 원형인 모태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이 점에서 보면, 이 시에서 우물 속의 자상화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화자의 인식과 태도를 다층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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