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 앞에서

                                                                              - 유하 -

                                                       

 

 

 

이제 어디를 가나 아리바바의 참깨

주문 없이도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 세상이다.

언제나 문 앞에 서기만 하면

어디선가 전자 감응 장치의 음흉한 혀끝이

날름날름 우리의 몸을 핥는다 순간

스르르 문이 열리고 스르르 우리들은 들어간다.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들어가고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나오고

그때마다 우리의 손은 조금씩 퇴화되어 간다.

하늘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하는

날개 없는 키위새

머지 않아 우리들은 두 손을 잃고 말 것이다.

정작, 두 손으로 힘겹게 열어야 하는

그,

어떤,

문 앞에서는.

 

 

 

키위키위 울고만 있을 것이다.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비판적, 비유적

표현 : 날지 못하는 키위새를 통해 자력을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주문 없이도 저절로 열리는 → 최소한의 노력마저도 필요 없을 정도로 편리해진 세상의 단면을 드러냄.

    * 날름날름 우리의 몸을 핥는다 순간

            → 자동문으로 대표되는 현대 문명의 부정적 속성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함.

               기계화된 현대 문명의 유혹을 의미함.(활유법)

    * 스르르 문이 열리고 ~ 스르르 나오고

            → 현대 문명에 길들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음성상징어를 사용하여 드러냄.

   * 날개 없는 키위새

            → 현대 문명의 편리함에 길들어져 주체성을 잃고 퇴화해 버린 현대인의 부정적인 모습

    * 정작, 두 손으로 힘겹게 열어야 하는 →기계의 도움이 불가능한 어떤 상황

    * 그, / 어떤, / 문 앞에서는. → 의도적으로 행갈이를 하여 시적 긴장감을 높임.

    * 키위키위 울고만 있을 것이다.

           → 현대 문명에 길들어져 수동적이고 나약해져 버린 현대인의 모습(현대인들에 대한 경고)

 

화자 : 기계화 · 자동화된 현대인의 삶을 비판하는 이

주제현대 문명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현대인 비판

[시상의 흐름(짜임)]

◆ 1 ~ 3행 : 모든 것이 자동화, 기계화된 현실

◆ 4 ~ 7행 : 기계 문명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현대인

◆ 8 ~ 13행 : 기계 문명에 길들어져 퇴화해 가는 현대인

◆ 14 ~ 18행 : 기계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자동문'을 중심 소재로 삼아 전자 문명이 발달할수록 현대인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면모는 퇴화되고 있음을 통해 현대 전자 기계 문명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자동문에 길들여진 현대인 = 날지 못하는 키위새'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절제된 묘사를 통해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주제 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 영화 감독 유하

감독한 작품( 영화 <비열한 거리>, <말죽거리 잔혹사>, <시인 구보 씨의 하루>,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으로 가야 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쌍화점>)

 

■ 키위[kiwi] : 뉴질랜드 특산이다. 1속 3종으로 나뉘며 세로무늬 키위는 뉴질랜드의 남북 양 섬과 스튜어트섬에서 살고, 큰얼룩키위와 작은얼룩키위는 남섬에서 산다. 몸길이 48~84cm, 몸무게 1.35~4kg에 암컷이 더 크다. 몸 전체는 어두운 갈색이며 거친 털 모양 깃털로 덮여 있다. 날개와 꼬리는 퇴화하여 날지 못하고 꽁지도 없다. 부리는 가늘고 길면서 아래로 약간 휘었고 끝 가까이 콧구멍이 있다. 아구에는 입수염이 나 있다. 짧고 굵은 발에는 4개의 발가락이 있다. / 낮에는 나무구멍이나 땅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나와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다. 눈은 약간 퇴화하였으나 후각 · 촉각 · 청각은 잘 발달되어 있다. 부리를 진흙 속에 깊이 박고 주로 지렁이나 곤충 및 그 유충을 잡아먹는데 식물의 씨앗이나 연한 풀뿌리 따위도 먹는다. 쓰러진 나무 밑이나 땅밑 굴속에 둥지를 틀고 한 배에 1~2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흰색이고 수컷이 품어 약 75일 만에 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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