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라 풀아

                                                                              -강은교-

                                                       

 

 

 

일어서라 풀아

일어서라 풀아

땅 위 거름이란 거름 다 모아

구름송이 하늘 구름송이들 다 끌어들여

끈질긴 뿌리로 긁힌 얼굴로

빛나라 너희 터지는

목청 어영차

천지에 뿌려라

 

이제 부는 바람들

전부 너희 숨소리 지나온 것

이제 꾸는 꿈들

전부 너희 몸에 맺혀 있던 것

저 마다 집채 파도도

너희 이파리 스쳐 왔다

너희 그림자 만지며 왔다

 

일어서라 풀아

일어서라 풀아

이 세상 숨소리 빗물로 쏟아지면

빗물 마시고

흰 눈으로 펑펑 퍼부으면

가슴 한아름

쓰러지는 풀아

영차 어영차

빛나라 너희

죽은 듯 엎드려

 

 

 

실눈 뜨고 있는 것들

 

               -시집 <소리집>(1982)-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의지적

특성

① 명령법을 사용하여 주제를 강렬하게 전달함.

② 자연물인 '풀'을 의인화하여 청자로 표현함.

③ 동일한 시어와 시구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땅 위 거름 → 풀에게 힘이 되는 것

* 풀 → 이 시에서 '풀'은 '힘없는 민중' 또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의미한다. 시적 화자는 의인화된 대상인 '풀'에게 일어서라는 명령투의 어조를 사용하여 '풀'이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것을 염원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즉, '풀'로 비유된 힘없는 민중들이 강인한 생명력으로 고된 현실을 극복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 끈질긴 뿌리 → 강인한 생명력

* 긁힌 얼굴 → 시련과 고통의 흔적

* 목청 어영차 → 민중의 외침과 함성, 음성상징어

* 이제 부는 바람들 → 변화의 기운과 움직임

* 이제 꾸는 꿈들 / 전부 너희 몸에 맺혀 있던 것 → 희망과 변화가 민중으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의미함.

* 저 바다 집채 파도 → 거대한 힘

* 저 바다 집채 파도도 ~ 너희 그림자 만지며 왔다

     → 집채 만큼 큰 파도도 '풀'의 잎을 스치고, 그림자를 만지며 왔다는 것은 모든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민중으로부터, 민중과 함께해 왔음을 의미한다.

* 빗물과 흰 눈 → 시련과 고난

* 죽은 듯 엎드려 / 실눈 뜨고 있는 것들 → 거대한 힘을 가진 폭압적 권력에 일시적으로 패배한 모습일 뿐, 풀은 실눈을 뜨고 다시 일어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는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제재 : 풀

주제 : 현실을 이겨 내는 민중의 생명력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힘을 모아 민중의 목소리를 세상에 떨칠 것을 촉구

◆ 2연 : 민중이 지닌 희망과 강인함

◆ 3연 : 민중이 지닌 끈질긴 생명력과 의지 촉구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자연물인 '풀'을 통해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민중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여, 부정적인 현실과 세력으로 인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와 희망의 주체가 되는 민중을 노래하고 있다.

1연에서는 '일어서라 풀아' 라고 명령형의 어조를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청자를 강하게 독려하며 시작하고 있다. '풀'에게 영양분이 되는 '거름'과 희망이 되는 '구름송이'를 다 끌어모아서라도 일어서라고 말하고 있다. '풀'의 생명의 근원이자, 어떠한 외부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게 해 주는 '끈질긴 뿌리'로, 시련과 고통을 겪으며 생긴 '긁힌 얼굴'로 부정한 현실에 '어영차' 하고 민중의 목소리를 높이라고 주문한다. 2연에서는 변화의 기운을 몰고 오는 '바람'과 미래의 희망인 '꿈', 그리고 변화를 이루어 낼 거대한 힘인 '바다 집채 파도' 모두 '풀'로 비유되는 민중에게서 시작된 것이며, 또한 민중과 계속 함께해 왔음을 말하고 있다. 3연에서는 1연의 '일어서라 풀아'를 다시 반복하며 '빗물'과 '흰 눈'과 같은 시련과 고난을 감내하고 견디며 '죽은 듯 엎드려' 있다가도 '실눈 뜨고' 다시 일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패배하거나 굴복한 것이 아니라 생명력을 잃지 않는 역사 발전의 주체로서의 민중을 그리고 있다.

◆ 더 읽을 거리

1연에서 시적 화자는 '풀'을 청자로 설정하여 '일어서라'라고 명령적 청유를 사용하여 말하고 있다. 명령적 청유는 청자에게 행동 지침을 제시하고 의욕을 북돋울 때 사용하는 발화형태이다. 따라서 화자는 '풀'에게 '땅 위 거름'을 모아서, '하늘 구름송이들'도 다 끌어들여서라도 '일어서라'라고 힘을 북돋아 주고 있는 것이다. '거름'은 식물의 생장을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므로, '풀'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존재라 할 수 있고, '구름송이'는 하늘에 있는 구름을 의미하므로 미래를 향한 희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풀'이 일어서기 위해서는 지금 많은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끌어 낼 수 있다.

2연에서 '바람', '꿈', '집채 파도'는 모두 '풀'의 숨소리를 지나오거나, '풀'의 몸에 맺혀 있던 것이거나, '풀'의 이파리를 스치고 그림자를 만지며 온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는 '바람', '꿈', '집채 파도'가 '풀'로부터 받은 영향에 대해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람'은 외부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물결을, '꿈'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집채 파도'는 온 세상을 뒤덮을 만큼의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때, 이러한 모든 것들이 '풀'로 비유되는 민중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만중과 쭉 함께해 왔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연에서 '풀'은 '빗물'이 쏟아지면 빗물을 마시고, '흰 눈'이 펑펑 퍼부으면 눈을 끌어안고 쓰러지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때 '빗물'과 '흰 눈'은 '풀'을 쓰러뜨리는 외부의 시련과 역경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련과 역경이 닥쳤을 때 힘이 없는 민중들은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맞서 싸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민중들은 부정한 세력에 대한 저항을 아예 포기하거나 순응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실눈'을 뜨고 다시 일어날 기회를 엿보며 기다린다. 이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저항 정신을 잃지 않는 민중의 생명력 넘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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