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호수(湖水)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 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파란 하늘에 백로(白鷺)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볓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동광>(1931)-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목가적, 전원적, 시각적, 여성적

◆ 표현 : 반복과 변조 → 형태적 안정감에 기여

             직유법 → 화자의 간절한 기다림의 서정을 청정한 자연의 질서와 통합시키는데 이바지함.

             도치법 → 임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하는 심정을 강조하는 효과

             겸허한 경어체와 연가적인 시풍

             기다림의 서정이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전개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은행잎, 초승달, 물, 햇볓 → 자연적 소재들

                                               서정적 자아를 나타내는 보조관념들

    * 임 → 자연의 상징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세계

               연인

 

◆ 주제자연의 질서에 순응함(임에 대한 순종과 사랑)

[시상의 흐름(짜임)]

◆ 1∼2연 : 쓸쓸하고 어두운 이미지. 소멸과 죽음의 이미지

◆ 3∼4연 : 밝과 명랑한 이미지. 재생과 부활의 이미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외형상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작품이다. 모두 4연으로 되어 잇는 이 작품은 각 연마다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이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임을 향해 가는 나의 모습이 각각 '은행잎, 초승달, 물, 햇볓'과 직유로 연결되어 있다. 특별히 어려운 시적 기교를 사용하거나 심오한 사상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지도 않다. 시적자아를 나타내는 보조관념으로 사용된 시어들은 모두 자연적 소재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더구나 그 자연적 소재들이 보여주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기 이를 데 없다. 예컨대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이라는 표현이 학생들로 하여금 호수에 안개가 끼어서 자욱한 것과 초승달이 재를 넘어가는 두 가지 현상을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이 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 시는 동일한 통사적 구조의 반복을 통해 안정감을 획득함으로써, 시인의 감정이 흐트러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신석정 문학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인 경어체의 사용인데, 시적 자아의 정서를 경어체 속에 실어 표출함으로써, 시인의 임을 향한 태도가 지닌 진지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이러한 진지함은 이 작품을 자칫 감상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구해 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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