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앞에서

                                                                              - 이승하 -

                                                       

 

 

 

식사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교인을 향한

인류의 죄에서 눈 돌린 죄악을 향한

인류의 금세기 죄악을 향한

인류의 호의호식을 향한

인간의 증오심을 향한

우리들을 향한

나를 향한

 

소말리아

한 어린이의

오체투지의 예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자정 넘어 취한 채 귀가하다

 

 

 

주택가 골목길에서 음식물을 게운

내가 우연히 펼친 『TIME』지의 사진

이 까만 생명 앞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참여적, 비판적, 반성적, 자성적

표현 : 사진 자료를 제시하여 시각적 효과와 시적 긴장감을 거둠.

              시행의 배열을 시각화하여 점층적인 비판의 효과를 거둠.

              '~을 향한'을 반복하여 비판의식을 강조함.

              시행의 배열을 의도적으로 짧아지도록 했다가 길어지도록 함.

                      (자기반성에 집중 ⇒ 자기반성의 확대)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식사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교인 → 기아에 허덕이는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 이율배반적인 종교인

    * 인류의 죄에서 눈 돌린 죄악 → 위선적인 태도

    * 인류의 금세기 죄악 →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태도

    * 나를 향한 → 인간에 대한 무관심의 시작은 자기 자신이라고 봄.

                         1연의 시행 배열이 점점 짧아져 '나'에 집중됨으로써, 자기 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 오체투지 → 두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몸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게 하는 절로,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에게 존경을 표하는 의식

    * 오체투지의 예 → 굶주림으로 기진맥진해서 쓰러져 있는 모습

    * 나를 얼어붙게 했다. → 이웃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됨.

    * 자정 넘어 취한 채 귀가하다 / 주택가 골목길에서 음식물을 게운 / 내가

           → 소말리아 어린이의 굶주림과 대조되는, 화자의 풍족하고 방탕한 생활

    * '『TIME』지'의 기능 → 깨달음과 반성이 계기를 마련해 줌.

    * 이 까만 생명 앞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 무관심하기만 했던 자신에 대해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

 

제재 : 사진

주제굶주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 인류에 대한 비판과 자기 반성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자들에 대한 비판

◆ 2연 : 이웃의 고통을 외면해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이웃에 대한 현대인들의 무관심과 이기주의에 대해 비판한 시다.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굶주린 아이가 기진한 모습으로 기도하는 듯하고, 이 아이를 역시 굶주린 어른의 손이 일으키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쓴 작품이다. 시어의 의미가 다분히 참여적이고 고발적이다. '-을(를) 향한'이란 이런 동일한 시어로, 종결되지 않은 문장을 의도적으로 점차 행을 짧게 배열함으로써 시각적이고 점층적으로 비판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시는 사진 없이 시만 제시할 경우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진은 시각적 이미지로 말하며 다양한 생각을 유발하지만, 시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제시한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감사 기도를 드리며 헐벗고 가난한 자들을 생각하는 양 기도하지만, 정녕 굶주림에 죽어 가는 인류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현대인들의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이 시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를 돕지 않는 것은 인류의 죄악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행 '나를 향한'이란 부분에서는 화자의 자기 반성을 날카롭게 제시하고 있다.

 

# 퍼온 글

배우 김혜자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책에,

"세상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본질적인 것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사람들은 온통 비본질적인 것에 매달립니다. 굶어 죽어가는 아이에게 음식을 먹여 살리는 것, 전쟁을 중단하는 것,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것, 이것들이 나는 본질적인 일이라고 믿습니다. …… 나는 삶에 대해 잘 모릅니다. 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 김혜자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잘 살고 있는데, 왜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아이들이 8백 원짜리 항생제 하나가 없어서 장님이 되어야 하고, 말라리아에 걸려 누워 있는 아빠의 배 위에서 갓난아이가 굶어 죽어가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내 머리로는 이 엄청난 불평등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믿는 신은 왜 그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걸까요? 그 몸서리쳐지는 비극의 현장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뒤범벅이 되는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벗어난 한국으로 돌아오면, 이곳에는 또 아무 일이 없습니다. 마치 이곳은 같은 지구 위에 있는 나라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 그렇습니다. 어떤 때는 정말로 잊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숨져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로 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심했습니다. 정말 신이 사랑이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고개를 젓곤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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