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 김현승 -

                                                       

 

 

 

온 세계는

황금으로 굳고 무쇠로 녹슨 땅

봄비가 내려도 스며들지 않고

새 소리도 날아왔다.

씨앗을 뿌릴 곳 없어

날아가 버린다.

 

온 세계는

엉겅퀴로 마른 땅

땀을 뿌려도 받지 않고

꽃봉오리도

머리를 들다 머리를 들다

타는 혀끝으로 잠기고 만다.

 

우리의 흙 한 줌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가슴에서 파낼까?

우리의 이슬 한 방울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눈빛

누구의 혀끝에서 구할까?

 

우리들의 꽃 한 송이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얼굴

누구의 입가에서 구할까?

 

             -<절대고독>(1970)-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현실비판적, 탄식적

표현

   * 대상에 대해 한숨을 쉬며 한탄하는 어조

   * 유사한 문법 구조의 반복적 사용

   * '버린다', '만다'의 종결어를 사용하여 부정적 현실 상황에 대한 좌절과 비애감을 강화함.(1, 2연)

   * '파낼까?', '구할까?'를 사용하여 황폐화된 땅에 대한 안타까움과 탄식의 태도를 드러냄.(3, 4연)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황금, 무쇠, 엉겅퀴로 마른 땅 

     → 현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상징

         '황금'은 '황금만능주의'를, '무쇠'는 '무력과 폭력'을, '엉겅퀴로 마른 땅'은 '삭막한 현실 세계'를 상징

    * 봄비가 내려도 스며들지 않고 → 좋은 말씀을 내려도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듣지 않고(종교적 해석)

    * 새소리도 날아왔다 씨앗을 뿌릴 곳 없어 날아가 버린다. → 황폐하고 삭막해진 사회

    * 엉겅퀴로 마른 땅 → 성경에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는 산상수훈에서 인용한 말로, 엉겅퀴는

                                              삭막한 현실 세계, 말씀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뜻함.

    * 머리를 들다 머리를 들다 →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표현

    * 우리의 흙 한 줌 → 새로운 생명(인간성)을 잉태시키는 고귀한 땅을 상징함.

    * 어디 가서 구할까 → 황폐해진 불모지에 생명체를 키울 만한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찾아볼 길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탄식조로 강조하는 표현

    * 이슬 한 방울 → 생명체의 생존 조건으로 진정한 생명성과 인간성을 상징함.

    * 꽃 한 송이→ 우리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

    * 누구의 입가에서 구할까 → 상황에 대한 비관적 인식을 표현

    * 누구 → 물질만능과 폭력에 찌든 현대인

 

제재 : 흙과 이슬과 꽃

주제황금만능주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개탄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황금만능주의와 무력으로 황폐해진 땅

◆ 2연 : 황폐해진 땅에 대한 안타까움

◆ 3 ~ 4연 : 황폐해진 땅에 대한 탄식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황금만능주의와 무력으로 참된 삶이 짓밟히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 시적 화자는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꽃 한 송이'를 구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생명이나 그것의 최소한의 공간과 여건을 확보할 수 없는 세계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 작품의 근저에는 시인의 기독교적 사상이 깔려 있다. 예를 들어, 엉겅퀴라는 말은 성경의 산상수훈에서 예수께서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작품은 현실적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사실 시 속에 현실을 개탄하는 것으로 끝날 뿐 개탄의 대상이 되는 세상과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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