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일지 1
- 무인도를 위하여

                                                                                                 - 김종해 -

                                                       

 

 

 

을지로에서 노를 젓다가 잠시 멈추다.

사라져 가는 것, 떨어져 가는 것, 시들어 가는 것들의 흘러내림

그것들의 부음(訃音) 위에 떠서 노질을 하다.

아아, 부질없구나.

그물을 던지고 낚시질하여 날 것을 익혀 먹는 일

오늘은 갑판 위에 나와 크게 느끼다.

오늘 하루 집어등(集魚燈)을 끄고 남몰래 눈물짓다.

손이 부르트도록 날마다 을지로에서 노를 젓고 저음이여

수부(水夫)의 청춘을 다 바쳐 찾고자 하는 것

삭풍 아래 떨면서 잠시 청계천 쪽에 정박하다.

헛되고 헛되도다. 무인도여

한 잔의 술잔 속에서도 얼비치는 저 무인도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다.

그러나 눈보라 날리는 엄동 속에서도 나의 배는 가야 한다.

 

 

 

눈을 감고서도 선명히 떠오르는 저 별빛을 향하여

나는 노질을 계속해야 한다.

 

                         -<문학세계사>(1984)-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의지적, 희망적

표현 : 연작시의 하나, 의지적이고 희망적인 목소리

              인생을 '항해'에, 삶의 목표를 '무인도'에 비유함.

              1~13행(기본형의 어법 구사, 화자가 노출되지 않음) →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상황

              14~16행(당위적인 표현, 화자의 등장) → 주관적 판단과 태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사라져 가는 것 ~ 노질을 하다. → 바다(인생의 터전)에 대한 시인의 부정적(비극적) 인식

    * 아아, 부질없구나 →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것에 허무함을 느낀 화자가 사색과 슬픔에 빠져들기 시작함.

    * 그물을 던지고 낚시질하여 날 것을 익혀 먹는 일

         → '그물'은 생존의 수단으로, 인생의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행위를 의미함.

    * 집어등 → 고기를 잡기 위해 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켜놓은 등불

    * 오늘 하루 집어등(集魚燈)을 끄고 남몰래 눈물짓다. → 삶에 대한 비극적 성찰

    * 수부 → 뱃사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

    * 삭풍 아래 떨면서→ 암울한 현실의 조건

    * 손이 부르트도록 날마다 ~ 청계천 쪽에 정박하다.

         → 자신이 평생토록 찾고자 하는 것들이 부질없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 얼비치는 → 반사되어 비치는

    * 무인도 → 절망적 현실에서 소망하는 진정한 삶의 공간

    * 술잔 속에 얼비치는 저 무인도를 /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다.

         → 인생의 허무함에 고뇌하면서도 마음속 무인도를 내색하지 않고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다.

    * 눈보라 날리는 엄동 → 부정적인 현실 상황

    * 별빛 → 무인도로 인도해 주는 희망의 불빛으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

 

제재 : 항해일지

주제허무한 현실에 대한 극복의지와 삶에 대한 희망

[시상의 흐름(짜임)]

◆ 1 ~ 3행 :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인식)

◆ 4 ~ 6행 : 삶의 허무함에 대한 탄식 (허무)

◆ 7 ~ 10행 : 암울한 삶의 비애 (비애)

◆ 11~13행 : 무인도에 대한 소망(소망)

◆ 14~16행 : 이상을 향한 현실 극복 의지 (의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항해일지'라는 연작시 중 첫 번째 시로, 이상(무인도)을 향해 나아가던 화자가 소멸하는 것들을 보면서 인생의 허무함과 절망적인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러한 것들에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여 이상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작품이다. 삶의 고통과 소멸, 이와 대비되는 삶의 건강함과 따스함, 희망이 상징적인 표현 기법을 통해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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