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 유치환 -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 해바라기들 새에 서서

나도 해바라기가 되려오.

 

황금(黃金) 사자(獅子) 나룻

오만(傲慢)한 왕후(王候)의 몸매로

진종일 짝소리 없이

삼복(三伏)의 염천(炎天)을 노리고 서서

 

눈부시어 요요히 호접(胡蝶)도 못오는 백주(白晝)!

한 점 회의(懷疑)도 감상(感傷)도 용납지 않는

그 불령(不逞)스런 의지의 바다의 한 분신(分身)이 되려오.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으로 가서

해바라기가 되어 섰으려오.

 

                  -<생명의 서>(1947)-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의지적

표현 : 수미상관식 구성

              유사한 시구의 반복으로 화자의 내면적 지향을 강조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해바라기 → 화자가 추구하는 대상으로 구체적 의미는 2연에 형상화되어 있음.

    * 새에 서서 → 사이에 서서, 동화(동질)된 상태

    * 나룻 → 수염

    * 오만한 → 태도나 행동이 거만하고 당당한

    * 진종일 짝소리 없이 → 화자의 의연한 태도가 드러남.

    * 삼복의 염천 → 뜨거운 여름 날씨, 고난과 시련의 상징

    * 노리고 서서 → 상황에 대한 대결 의지가 투영됨.

    * 사자 → 해바라기를 사자에 비유한 것은 외양의 유사성과 함께 강하고 당당한 의지적 존재임을 표현

    * 요요히 → 매우 맵씨 있는 모습

    * 호접 → 호랑나비, 나약하고 감정적인 존재, 강하고 의지적인 해바라기와 대립되는 존재

    * 눈부신 백주 →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

    * 한 점 회의도 감상도 용납지 않는

       → 회의(지식)와 감상(감정)은 인간 삶의 문제와 본질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바탕이 됨.

    * 불령스런 →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아니하고 제 마음대로 행동하는

    * 불령스런 의지의 바다 → 해바라기 밭을 상징

    * 분신 → 하나의 주체에서 갈라져 나온 존재

 

제재 : 해바라기

화자 : 해바라기와 같이 의지적 존재로 살아가기를 갈망하는 사람

주제의지적 존재로 살고자 하는 의지,  삶의 방식으로서의 의지 추구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해바라기가 되고자 함.

◆ 2연 : 해바라기의 의지적 모습 형상화

◆ 3연 : 해바라기의 분신이 되고자 함.

◆ 4연 : 의지적 존재로 살고자 함.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의 중심 소재인 해바라기는 물론 단순한 꽃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다. 해바라기의 상징적 의미는 불령스런 의지라고 이 시의 2연에서 밝히고 있다. 해바라기의 상징적 의미를 이렇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시인 유치환의 개인적, 문학적 창조이다. 따라서 시의 독창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해바라기는 현실적 사물이요, 불령스런 의지는 초현실의 세게에 속하는 관념이다. 상징은 눈에 보이는 사물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기서 재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세계, 즉 불령스런 의지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의미의 내포를 지니고 있다. 이를 테면 그것은 자연이나 운명의 시련을 끝까지 감내하는 의지일 수도 있고, 또 시대적 고난을 꿋꿋하게 견디는 지사적 의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의적인 시적 의미는 물론 한마디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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