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진  -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에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 <상아탑>(1946) -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상징적, 열정적, 미래지향적, 남성적, 의지적

표현 : 강렬한 남성적 의지를 느끼게 함

             4음보의 급박한 리듬감(aaba형)

             밝음(해)과 어둠의 대립적 구도

             의성어와 의태어의 적절한 사용

             종결어미의 다양한 변화(생동감, 리듬감을 느끼게 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해 → 온갖 불의와 악을 배격하는 힘.  만물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영속적인 존재.  

               새로운 탄생과 창조의 원동력.  정의와 광명의 표상.

               민족의 원대한 이상과 소망.  

    * 산 → 민족 앞에 가로 놓인 역사적 과제, 험난한 역경

    * 어둠 → 인간적인 최소한의 삶마저 부정하는 요소. 삶의 아픔과 고난.  불의의 잔재.  일제 치욕의 잔재

    * 애띤 얼굴 → 밝고 맑게 창조된 순수한 새생명의 모습.  새로운 가능성의 표상

    * 달밤 →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 눈물 같은 골짜기 → 슬픔이 가득찬 역경의 경지

    * 청산 → 낙원, 이상향, 에덴동산의 이미지

                  갈등과 대립이 완전히 제거된 공간. 모든 생명체가 한자리에 모여 살아갈 수 있는 공간

    * 사슴 → 평화, 선, 천사의 이미지

    * 칡범 → 악과 절망의 이미지

    *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 꽃(아름다움), 새(선한 존재), 짐승(악마적 존재) 등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살아가는 낙원의 세계

    * 애띠고 고운 날 → 화자가 갈망하는 순수하고 고운 세계.  

                                 일체의 갈등이 해소된 화해의 세계.

                                 해가 떠오른 세계

 

주제 : 평화와 화합과 광명의 삶에 대한 소망과 의지

            민족의 웅대하고 평화스러운 미래상 추구

"해"에 대한 시인의 말

→ "나는 저 뜨겁고 영원하고 절대하고 성숙한 우주의 한 중심체인 '해' 이외의 그 어느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다. 이 '해'야말로 가장 으뜸가고 가장 적절 정확하고 가장 훌륭하고 유일한 이미지의 시적 실체요, 활력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장엄하고 위대하고 영원하고 절대적인 시의 미, 시의 힘, 시의 생명력 그 자체일 수 있다고 단정했던 것이다."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광명의 세계가 도래하기를 염원함

◆ 2연 : 절망과 혼돈의 세계를 거부함

◆ 3연 : 낙원에 대한 동경

◆ 4,5연 : 화해와 평화가 충만한 낙원에서의 삶 추구

◆ 6연 : 낙원에서의 대화합 희망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김흥규의 <한국 현대시를 찾아서>에서

제1연에서는 우선 '해야 솟아라'라는 말이 수식어를 덧붙여가며 반복된다. 그 해는 산 너머서 어둠을 불태워 먹고 이글이글한 빛과 천진난만한 애띤 모습으로 떠오를 광명의 원천이다. 그것은 자연의 해가 아니라 어두운 시대를 한꺼번에 밝히는 새로운 세계의 빛을 의미한다. 이러한 빛을 기다리는 그의 괴로운 모습이 제2연에 나온다. 그는 번민과 비애로 가득한 골짜기의 어두운 달밤이 싫다. 제3연부터 끝까지는 드디어 해가 찾아 왔을 때 누리게 될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때에는 밝은 빛 아래 티없이 맑은 자연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청산'이며, '사슴, 칡범, 꽃, 새, 짐승' 들이다. 청산은 훨훨 깃을 치며 한껏 아름다울 것이고, 그 속에서 '나'는 사슴, 칡범 등 온갖 자연물들과 '애띠고 고운 날' 즉, 티없이 밝고 순결한 삶을 누릴 것이다.

이러한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시인이 그리는 이상의 세계는, 단지 조국의 해방이라는 역사적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 상상 속의 낙원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것은 인간 사회는 물론 자연의 세계에서까지 일체의 갈등이 해소된 화해로운 경지이다. 이와 같은 이상 세계에의 꿈은 아마도 역사 안에서 완전히 실현될 수 없을 터이지만, 그러한 이상을 향하여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주어진 현실을 넘어서는 꿈과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해(태양)'의 상징성] : "김윤식 교수의 시 특강"에서

상징학자들에 의하면, '태양'이 주는 상징성은 '달'과의 차이 때문에 더욱 선명해진다고 한다. 그 현상의 변화와 순화적 반복의 특성 때문에 '달'은 시간의 척도로 이해되는 반면, '태양'은 불변성의 의미를 가짐으로써 인간 이념의 절대치나 궁극적 이데아의 세계를 상징하는 경향이 있다. 태양이 갖는 항구 불변성과 자율성은 힘 · 지성 · 절대적 권력을 이끌어 냄으로써, 이집트 왕은 자신을 태양의 아들이라 생각하여 '파라오'라 이름짓기도 했고, 그것은 현세적인 것으로부터의 초월성을 의미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태양의 신 아폴론은 파괴적이면서 순환적인 낮의 천체의 힘을 소유한 자로 나타난다. 그는 명석하여 음악 · 예술 · 시의 신이기도 하다.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예술에 있어 이성과 감성, 질서와 무질서, 조화와 도취 등의 대립쌍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태양'은 보통 영웅들과 관련을 맺는데, 대지와 어둠인 죽음과 싸우고 극적인 승리를 쟁취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신화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를 취한다. 헤라클레스나 오르페우스의 신화는 태양과 관련 있는 상징들로 가득 차 있다. 카뮈는 올바른 삶의 길은 죽음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태양으로 이끄는 길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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