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郊外) Ⅲ

                                                                              - 박성룡 -

                                                       

 

 

 

바람이여,

 

풀섶을 가던, 그리고 때로는 저기 북녘의 검은 산맥을 넘나들던

그 무형(無形)한 것이여,

너는 언제나 내가 이렇게 한낱 나뭇가지처럼 굳어 있을 땐

와 흔들며 애무했거니,

나의 그 풋풋한 것이여.

불어 다오,

저 이름 없는 풀꽃들을 향한 나의 사랑이

아직은 이렇게 가시지 않았을 때

 

 

 

다시 한번 불어 다오. 바람이여,

아, 사랑이여.

 

                        -<문학예술>(1967)-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서정적, 희망적, 자연 친화적

표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바람 →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대상을 상징함.

    * 한낱 나뭇가지처럼 굳어 있을 땐 → 삶의 열정과 활력이 식은 생활(현재의 생활)

    * 와 흔들며 애무했거니 → 삶의 활력을 주는 모습

    * 풋풋한 것 → 싱싱한 생명의 숨결

    * 다시 한번 불어 다오. 바람이여 / 아, 사랑이여

             → 화자가 지향하는 삶(이름 없는 풀꽃까지도 사랑하는 삶)

                 삶의 새로움을 향한 의욕

 

제재 : 바람

주제자연에 대한 사랑과 활기찬 삶에의 소망

              외로움의 서정과 자연에 대한 사랑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바람 → 상징을 통한 소망을 암시함.

◆ 2연 : 바람=사랑 → 삶의 지향을 제시함.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바람이라는 평범한 소재에서 삶을 새롭게 해 주는 활력과 사랑의 의미를 찾아낸 시이다. 박성룡의 초기시는 풀, 나무와 같은 작고 사소한 자연물에서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찾아내고, 다시 이것을 서정성과 서경성이 융합되도록 표현함으로써 전위적인 실험에도 전통적 정한의 세계에도 기울지 않은 온건하고 안정된 형태를 갖춘 특징을 보여 준다.

<교외>라는 제목하에 발표한 세 편의 시 중 마지막인 이 시는 형태상 일반적인 우리 시가와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다. 즉, 앞 절이 길고 뒷 절이 짧은 형태(전대절 후소절)가 아니라, 앞 절이 1행이고 뒷절이 10행인 다소 특이한 형태이다. 화자는 뒷 절 3행에 제시되어 있는 것처럼 삶의 열정을 잃고 낙담해 있는 상태이다. 그러기에 앞 절에서 화자는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촉매제 같은 '바람'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 '바람'은 '풀섶'을 흔들고 '북녘의 검은 산맥을 넘나들던 / 무형의 것'이지만, '내가 이렇게 한낱 나뭇가지처럼 굳어 있을 땐' 대지를 감싸고 나를 애무하는 '풋풋한 것'이다. 다시 말해 싱싱한 생명의 숨결이다. 화자가 이루고자 하는 삶은 세상의 모든 것을, '저 이름 없는 풀꽃'까지도 사랑하는 삶이다. 그러므로 화자는 이 사랑을 일깨우고 싱싱하게 하는 활력소로서의 바람을 부르게 된다. 이때 바람은 단순히 자연 현상이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생명을 불러 일으키는 숨결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시가에서 '바람'이 대개 시련이나 역경 등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데 반해, 이 시에서 '바람'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도회지 삶에서 생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모, 무풍, 곧 불모지와 같은 도회지 삶이라는 시적 현실 속에서 무엇인가 싱싱하고 생기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 해가 질 무렵 화자는 도시에서 떨어진 '교외'라는 시적 공간에서 여러 자연물들을 보면서 자신의 메마른 삶을 되돌아보고 활력을 되찾고 싶은 심정을 '바람'이라는 상징을 통해서 노래하고 있다. 삶의 열정을 잃고 낙담해 있는 상태에서 사랑을 일깨우고 삶을 싱싱하게 하는 활력소로서의 바람을 부르게 된다. 이 시에서 바람은 단순히 자연 현상이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숨결로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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