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 최두석 -

                                                       

 

 

 

시흥 산동네 언덕길을 오르는 아낙의 등 뒤로 땅거미가 내린다. 아낙은 땀 맺힌 이마를 문지르며 길가 토마토나 수박을 올려놓은 리어카들을 슬쩍 둘러본다. 그녀가 청소부로 일하는 여의도 상가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때깔이 다르다. 길바닥에서 노는 아이들의 입성은 영판 다른 나라다. / 그녀의 핼쑥한 홀쭉이 아들이 귀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올봄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밤 열 시가 넘어야 돌아온다. 그녀는 무조건 늦게까지 붙잡아 놓는 학교가 고맙기만 하다. 학교는 물론 출세를 위한 사다리, 그렇지만 한편 불안해진다. 아득하기만 한 대학, 더구나 학사 건달도 여럿 보았으므로. / 그녀는 가게에서 콩나물을 한 봉지 사들고 다시 언덕길을 오른다. 오를수록 목이 타고 더욱 불안해진다. 재개발 소문은 돌림병처럼 떠돌고 갑자기 집이 신기루같이 사라져 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그녀는 얼른 방정맞다고 자신을 나무라며 고개를 젓고 또 생각한다. 어릴 적 무심코 가지고 놀았던 항아리 조각과 거기에 늘어붙어 있던 머리카락 몇 올을. 공동묘지를 뭉개고 신축한 시골 국민학교 운동장가에서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현실 고발적, 서민적

표현 : 공간의 대비를 통해 상황을 제시함.

              인물의 현재 정서가 과거의 추억과 대응되어 표출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시흥 산동네 → 빈민층이 사는 동네

    * 여의도 상가 → 아낙의 일터로, 부유층이 사는 공간을 의미

    * 그녀가 청소부로 일하는 여의도 상가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때깔이 다르다.

           → 빈민층의 모습과 부유층의 모습을 대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그녀의 핼쑥한 홀쭉이 아들 → 빈민층

    * 학교는 물론 출세를 위한 사다리 → 계층 상승의 수단으로서의 교육

    * 올봄 고등학생이 된 ~ 학사 건달도 여럿 보았으므로. → 빈민층이 계층 상승 욕구를 충족시킬 유일한

                 수단은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것도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 오를수록 목이 타고 ~ 집이 신기루같이 사라져 버리지나 않을까

           지  언제 또다시 재개발로 인해 자신의 삶의 기반을 잃어버릴지 모르는 빈민층의 불안감을 표현함.

   * 공동묘지를 뭉개고 신축한 시골 초등학교 → 불안감의 구체적인 근거

   * 어릴 적 무심코 ~ 국민학교 운동장가에서 ……. → 어린 시절 놀던 초등학교도 공동묘지를 뭉개고

                   신축했던 것처럼 자신의 삶의 터전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표현하고 있다.

 

화자 : '아낙'의 귀갓길 풍경을 묘사하면서 그의 입장에서 빈민층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주제빈민층의 삶의 현실, 도시 빈민의 불안하고 고달픈 삶

[시상의 흐름(짜임)]

◆ 1 : 도시의 부유층과 상반된 동네의 풍경

◆ 2 : 신분 상승의 수단인 학교 교육

◆ 3 :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삶의 터전에 대한 불안감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어느 아낙의 귀갓길 풍경을 통해 우리 사회 속에서 소외된 계층의 삶의 현실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도시의 부유층과는 상반된 동네의 풍경, 계층 상승의 수단이 되어 버린 학교 교육, 그리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삶의 터전에 대한 불안감 등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의 배경인 '시흥 산동네'는 여의도 상가와 대비되는 공간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하층민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런데 재개발된다는 소문에, 아낙은 무척이나 불안해한다. 아낙네가 떠올린 어린 시절의 기억, 즉 운동장에서 나온 항아리를 갖고 놀던 기억은 더 한층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과거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대응되고 있는데, 이는 재개발이 시흥 산동네를 어린 시절의 공동묘지처럼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과 연결된다. 시흥 산동네가 철거되면 아낙은 삶의 거처를 송두리째 빼앗겨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이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아낙의 불안한 심정을 절박하게 드러냄으로써 도시 빈민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형상화하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