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歸天)

                                                                              -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창작과 비평>(1970)-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관조적, 독백적, 낭만적, 낙천적, 능동적, 시각적

표현 : 3음보의 반복과 변조

              담백하고 평이한 진술

              맑고 투명한 이미지 구사

              독백조의 진실한 어조

              반복을 통한 주제의 선명성 확보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하늘 → 일차적으로는 '죽음의 세계'를 의미

                  이승과 저승 그 어디에도 존재하는, 인간이 온 곳이고 또한 갈 곳인 우주 혹은 영원성의 표상.

    * 하늘로 돌아가리라 → 반복으로 선명한 주제 제시

                                       '죽음'을 의미함.

    * 이슬, 노을빛 → 소멸과 아름다움의 이미지

                              화자가 이 세상에서의 삶에 대해 그 어떤 미련과 집착도 가지지 않는 자유로운 달관의

                                             삶의 자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재들임.

    * 소풍 → 무욕과 순진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세상에서의 삶'을 표상.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죽음의 날.  가난과 슬픔으로 점철된 시인의 생이 이처럼 긍정되고

            있는 것은, 시적 자아가 무욕의 경지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며, 무욕의 경지는 생의 간고함 속에서

            역설적으로 터득한 아름다움임.

 

주제 : 죽음에 대한 관조적 수용

           생의 긍정과 죽음에 대한 달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이슬과 더불어 돌아감

◆ 2연 : 노을빛과 함께 돌아감

◆ 3연 : 이 세상이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삶에 대한 일체의 욕망과 집착을 초월한 무한한 자유 속에서 죽음에 대한 능동적이고 낙천적인 태도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떠한 장식적 수사나 기교도 배제하고 현실을 초탈한 삶의 자세를 간명하고 담백하게 표현함으로써, 사상과 형식의 유기적인 조화도 매우 잘 이루어져 있다.

이 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무엇보다 죽음에 대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은 공포의 대상도, 피하고 싶은 대상도 아니라, 죽음은 우리들의 본래의 자리이며, 이승으로의 소풍이 끝나면 돌아가야 할 본향인 것이다. 따라서 죽음은 서러움이 아니라 하나의 안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가 보여주는 미학은 '사라짐'의 미학이다. 그것은 인간과 우주가 본래적으로 같은 것이었음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자세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 '사라짐'의 모습은 아름답고 깨끗하다. 그러한 현실 인식은 곧바로 이승의 삶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지며, 무욕의 시선에서 삶을 바라볼 때, 비록 삶은 고달플지라도 그것은 아름다운 소풍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삶을 잠시 다녀가는 '소풍'이라고 인식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허무의식이 스며있기는 하지만, 이 시에 슬픔이나 비관적 인식은 결코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허무를 삶에 대한 달관과 명상으로 승화시켜 절대 자유의경지를 이루어낸 것이다.

 

[더 읽을거리 : 한샘종합문학]

천상병은 간고(艱苦)한 생애를 살다간 시인으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그것은 그의 시에서도 잘 나타나거니와, '가난은 내 직업'이라고 쓰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그 가난과 고통이 현실적으로 어떤 것이었든지 간에, 시적으로 고양된 순간에 있어서는 구차함이나 원한 혹은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지 않음에 있다. 오히려 두드러지는 것은 삶에 대한 긍정(물론 그것은 부정적 상황의 틈에서 역설적으로 비춰지는 긍정이지만)인데, 그것이 그의 시가 보여주는 투명하고 순수한 서정의 출발점이다. 그 '투명함'과 '순수'의 서정은 인간적인 또는 세속적인 욕심의 흐림이 없이 삶의 어둠과 밝음을 볼 수 있음에서 온다. '가난'이 그로 하여금 "비쳐오는 햇빛에 떳떳할 수 있게"한다고 말하기도 했거니와, 진정 그에게 있어 '간고함'은 사물에 대한 또는 일상적인 삶의 작고 하찮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투명한 눈을 가져다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신산스러웠을 현실의 삶을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로 말이암은 것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