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장순하-

                                                       

 

 

       

      눈보라 비껴 나는

      ―― 全 ―― 群 ―― 街 ―― 道 ――

       

      퍼뜩 차창(車窓)으로

      스쳐가는 인정(人情)아!

       

      외딴집 섬돌에 놓인

      하나

      세 켤레

         

 

 

 

 

                -<백색부>(1968)-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입체적, 시각적, 실험적, 향토적

특성

① 구별 배행 시조로 3장 6구의 형식을 지키고 있음.

② 시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 및 주제의식을 형상화함.

③ 줄표의 활용, 크기가 다른 활자의 배열 등 현대시에서의 형식적인 파격을 실험함.

④ 차분하고 잔잔한 어조와 정형률의 활용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외딴집, 섬돌, 고무신 → 이 시어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시골'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시인은 이 시어들을 통해 '눈보라', '차창'으로 대변되는 도시 문명의 삭막함과 대조되는 '따스한 시골의 인간미'를 그려내려 하였다고 볼 수 있다.

* 눈보라 → 삭막한 도시의 이미지

* 전군가도 → 전주와 군산 간 도로. 줄표와 글자가 어우러져 마치 도로를 차가 달리는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차가 달리는 도로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선감, 속도감이 느껴지도록 형상화하였기 때문에 앞의 '눈보라'와 마찬가지로 '도시 문명의 삭막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 차창 → 화자가 있는 공간이 도로를 달리는 차안임을 보여주며, 차 안에서 차창을 통해 바깥의 풍경을 바라봄.

* 스쳐가는 인정아! → 차창 밖으로 펼쳐진 시골의 모습에서 따스한 인간미(인정)를 느낌.

* 하나 / 둘 / 세 켤레

   → 일반적인 시행의 배열과 달리 시각적 이미지를 강조함.

      서로 크기가 다른 세 켤레의 고무신이 나란히 놓인 모습이 연상됨.

 

제재 : 고무신

화자 : 소박한 시골 생활에서 따스한 인간미를 느끼는 사람

주제소박한 시골 생활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인간미

[시상의 흐름(짜임)]

◆ 초장 : 전주―군산 간 도로를 달리는 차의 모습

◆ 중장 :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시골 풍경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인간미

◆ 종장 : 외딴집의 세 켤레 고무신에서 느껴지는 시골의 인간미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형식면에서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고 있는 현대 시조이다. 먼저 줄표(――)의 사용, 서로 다른 종류와 크기의 활자 사용, 종장 뒷부분의 독특한 배열, 사각형과 같은 시각적 요소의 도입은 단아하고 정제된 평시조의 격식에서 크게 벗어난 파격적인 기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시는 작가가 눈이 내리는 날 차를 타고 전주, 군산 간의 도로를 달리다 스치듯이 차창에 잠시 머물렀다 간 농촌의 인정미 넘치는 풍경을 본 뒤, 그것을 회화적인 언어로 재현한 것처럼 보인다. 섬돌에 놓인 세 켤레의 고무신은 각각의 주인, 그리고 그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어떤 가족의 따뜻한 마음씨를 연상케 하는데 독자들은 이 시의 독창적인 형식 실험을 통해 어느 시골 마을의 풍경과 인정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초장에서는 먼저 전군가도의 전경을 제시하는 데 줄표와 그 사이의 글자 하나하나는 마치 가도를 달리는 듯한 사실감과 속도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중장의 '인정(人情)'은 이 시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핵심어로 외딴집 섬돌 위에 놓인 세 켤레의 고무신에 의해 구체성을 획득하게 된다. 사각형의 틀은 섬돌의 형상을 단순화한 것이고 글자 크기가 서로 다른 하나, 둘, 셋은 아버지, 어린아이, 어머니의 신발을 차례대로 묘사함으로써 가난하지만 단란하고 평화로운 가족의 인정과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이런 형식적인 배려와 시어 자체를 시각화하는 방법을 통해 작품은 회화성과 입체감을 획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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