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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뚝심 세었던 동갑내기 고종사촌 고재국은 중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상경해 쟉크 염색 기술을 배웠다. 지독한 염료 냄새에 콧구멍은 진즉 마비되고 늘 골머리까지 띵하더니 상경한 지 삼 년 만에 한 모금 피를 토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내려와서 굼벵이로 술을 담거 먹었다. 초겨울 마람 엮어 지붕 갈 때 썩은새 속에 굼실거리는 살진 굼벵이로, 매미의 유충이 굼벵이라던가. 농사일 뒷전에서 거들며 지내기 일 년 만에 매미 소리처럼 가슴이 시원해진 그는 다시 상경하였고 굼벵이술을 계속 먹으며 십여 년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쟉크 염색 공장을 차렸다. 비록 동업이지만 바야흐로 찌든 얼굴 펴지고 내 선생 월급을 묻고는 미소 짓는 게 참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 그는 요즘 미칠 지경이란다. 아니 미쳐서 돌아다닌다. 예비군 훈련간 사이 공장 들어먹고 잠적한 동업자 찾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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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꽃>(19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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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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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정리] ◆ 성격 : 산문적, 서사적 ◆ 특성 ① 인물의 삶 그 자체를 이야기 형식으로 요약하여 산문시로 표현함. ② 화자는 관찰자적 시선으로 대상(인물 고재국)을 바라봄. ③ 인물의 삶을 통해 냉혹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줌.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고재국 → 서민, 노동자의 전형 * 쟉크 → 지퍼 * 지독한 염료 냄새 → 열악한 노동 환경 * 마람 → '이엉'의 방언, 초가집의 지붕이나 담을 이기 위해 짚 등으로 엮은 물건 * 내 선생 월급 → 화자의 신분을 알 수 있음. * 예비군 훈련간 사이 공장 들어먹고 잠적한 동업자 찾으러. → 현대 사회의 냉혹한 현실, 불의와 불신이 판치는 세태
◆ 주제 : 냉혹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서민(노동자)의 비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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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고재국'이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냉혹한 현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상처와 비애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화자는 고종사촌 '고재국'의 삶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고재국'은 중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쟉크 염색 기술 노동자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다가 피를 토하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는 굼벵이 술을 담가 먹으면서 기력을 회복한 후 다시 상경하여 십여 년을 고생한 후 쟉크 염색 공장을 차린다. 하지만 '고재국'이 예비군 훈련 간 사이 동업자는 공장을 들어먹고 잠적하고, 그는 미칠 지경이 된다. 화자는 이러한 '고재국'의 삶을 통해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불신과 불의가 판치는 현대 사회의 속성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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