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월 -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문명>(1925. 12.)-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전통적, 애상적, 민요적, 상징적

표현

* 3음보 율격의 정형성(각 연이 3음보 2개로 이루어짐. 2연은 1개로 됨)

* 각운('-소', '-오')에 의한 운율 형성

* 어두에 일정한 운(ㄱ음운) 배치

* 하소연하는 어조(하오체)

* 소박하고 일상적인 구어체

* 의인법을 통한 시인의 감정 이입

* 상징과 자문자답을 통한 나그네의 비애 표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어제 → 유랑 생활의 반복

    * 나그네 → 화자의 개인적 처지와 시대적 상황을 상징하는 시어

                          (식민지 치하의 우리 민족, 고향을 상실한 처지에 있는 화자나 우리 민족)

    * 가마귀 → '불길한 새'로, 답답한 분위기를 더해 주는 소재.

                      화자의 불안 심리가 반영된 소재

    * 2연 → 율격의 변조(3음보 1행,  다른 연:3음보 2행)

    * 2연과 3연 → 자문자답을 통해 갈 곳 없는 나그네의 비애를 드러냄.

    * 산, 들 → 갈등과 상실감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

    * 정주 곽산

       → 화자를 위로해줄 수 있는 대상, 화자의 실제 고향

           누구나 갈 수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화자에게는 쉽게 갈 수 없는 공간으로 그려짐.

           갈 수 있음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의 대비가 화자의 슬픈 처지를 더욱 잘 드러냄.

    *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 화자가 잃은 것이 현실적 고향이 아니라 정신적 고향임을 알게 해 줌.

    * 공중 → 희망의 공간. 시적 자아가 동경하는 세계. 기러기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 기러기 → 목적지가 없는 화자가 선망하는 대상. 화자의 처지와 대조되는 존재

    * 열 십 자 복판 → 운명의 기로(갈림길)를 상징함. 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막막한 처지 상징함.

   * 갈린 길 → 자신이 살아온 터전을 잃어 버리고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는 유랑민의 고통과 비애가 담김.

    *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 안타깝고 절망적인 화자의 심정.  수탈당한 민중의 절망감

                                                    떠돌이의 비애와 절망감. 식민지하 우리 민중의 모습

    * 바이 → 전혀(절망적 상황의 강조)

    * 가마귀 가왁가왁, 갈래갈래 갈린 길 → 어두운의 운율적 효과, 동일 음운의 일정한 배열

 

제재 : 길(삶의 과정과 방향과 목적지, 유랑)

주제 나그네(유랑인)의 비애와 정한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화자(나그네)의 비극적 상황 제시

◆ 2-3연 : 화자의 고달픈 신세와 방향 상실감

◆     4연 : 자기 위안과 연민

◆ 5-6연 : 방향 상실의 비애

◆     7연 : 화자의 비극적 현실 상황(절망과 비애)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기질적으로 유랑인의 생리를 타고난 소월의 삶의 투영이며, 개인의 정한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월은 실제로 삶의 터전을 찾아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영혼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떠돌고 있다. '오늘은/또 몇 십 리/어디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도 없소.' 등의 독백 속에 고향을 상실하고 유랑하는 나그네의 서글픈 심정이 표백되어 있다.

나그네가 가는 길은 끝이 없는 여정으로서 뚜렷한 목적지가 없이 가야 하는 길이고, 당시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실향민의 비애를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길'은 우리가 평소 걸어 다니는 시골의 오솔길이나 도회지의 보도일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으나 비유적으로 쓰이는 인생길이나 운명의 갈림길일 수도 있으며, 혹은 인간의 도리나 종교적 진리를 가리키는, 추상적이고도 관념적인 길일 수도 있다. 이 시에서의 '길'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으로 '유랑민의 삶의 행로'를 표상한다. 특히, 이 시가 우리에게 공감을 주는 까닭은 우리의 인생이 지상의 현실 속에서 피안의 세계를 갈구하며 살아가는 역려과객(逆旅過客)으로 존재하는 데 있지 않은가 한다.

[더 읽을거리]

◆ 김소월의 작품 세계

김소월은 스승 김억의 영향으로 민요시로서 출발하였으나, 당시 여타의 민요시와는 다른 성과를 이룩하였다. 재래 민요나 민담에서 제재를 취하면서도 시어를 잘 다듬고 압축하여 시의 구조적 긴장감을 낳게 하였다. 또한 율조에 있어서도 민요의 율조를 변형하여 독특한 시 형식을 이룩하였다. 특히, 집 없고 길 없는 설움과 고향 상실에 따른 비애를 잘 형상화하여 식민지 시대의 정서를 압축하였다. 이 같은 '없음' 내지 '결핍'에 따른 정서는 체념과 애수로 달리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정서는 그 동안 많은 논자들에 의하여 전통적인 '한'으로 불리었다. 김소월은 식민지 시대의 결핍의 정서를 노래하면서, 그 결핍의 해결을 주로 과거에서 모색하였다. 흔히 그의 시적 태도가 수세(守勢)적 태도 또는 과거 지향적 태도로 간주되는 까닭이 이것이다. 김소월이  문제의 해결을 과거에서 구하고자 한 노력은 유년 시절과 자연, 꿈이나 상상 세계로 도피하고자 한 것이며, 결국 자신의 기억만을 의지하려 한 것이다. 이 기억은 현실에 있어 고통이 되기도 하며 이런 경우 해결책은 '먼 후일'에 잊는 망각이 된다. 특히 김소월에게 있어 임은 과거에만 존재하였다. 그러기에 현실이나 미래에서 임을 재회할 가능성은 차단되어 있으며 오직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초혼을  하는 일뿐이다. 여기서 임 상 실의 절망은 절대적인 것이 되어 버린다.

이와 달리 한편으로 김소월은 당대 현실을 형상화한 작품을 보여 주기도 한다. 작품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나무리벌 노래' 등의 작품이 그것이다. 이들 작품을 통하여 옷과 밥과 자유를 빼앗긴 당시 현실을 감싸 안는 성숙을 보이나 이 성숙은 시의 성숙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아마도 이 성숙이 지속되었다면, 김소월의 임 역시 한용운의 임처럼 '떠나보내지 아니한' 존재로 현실과 미래 속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

-감태준, '근대시 전개의 세 흐름', "한국현대문학사", 현대문학, 2005

◆ 김소월과 장소의 시학

김소월의 시에서 '길'은 장소 상실로 인한 유랑 의식과 고립감을 함축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길은 안식처로서의 집과 고향을 잃은 자아가 외부와 만나는 경계에 해당한다. 그것은 마땅히 있어야 할 '나의 장소'에 속해 있다는 '내부적 느낌'에서 멀어진 자아가 보여 주는 불안한 행로를 드러낸다. 그의 시에서 길은 아무런 목적지 없이, 지속적인 방황의 궤적을 보인다. 길은 정주하지 못하고 떠도는 유랑자들의 불안한 거소인 '나그네 집'이라 할 수 있다. '나그네 집'은 고정되어 있는 내부의 공간이 아니라  항상 유동적인 외부의 공간으로서 안정감과 행복감을 주는 '진정한 장소'와는 거리가 먼 불완전한 공간이다. 이 시에서는 '까악까악' 하는 까마귀의 소리로 '길'의 불안감을 강조하고 있다. 불안하게 부유하는 화자의 처지는 '오늘은 / 또 몇 십 리 / 어디로 갈까.',  '산으로 / 올라갈까 / 들로 갈까' 등 지향점 없는 번민과 갈등으로 여실하게 드러난다.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라는 고백을 통해 화자의 고립감은 더욱 강화된다. 최종의 거소가 되어 주어야 할 고향조차 그에게는 진정한 장소가 되지 못한다. 차 가고 배 가는 정주 곽산, 그가 나서 자란 곳에도 집과 일터가 모두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식민지는 일할 곳도 없고 쉴 곳도 없는 감옥이다. 식민지하에서는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는 철저한 장소 상실의 실상을 그는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의 시에서 인간사의 정처 없음은 자연의 정처 있음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확연해진다. 이 시에서 기러기들이 찾아가는 공중의 길이나 '가는 길'에서 흐르는 물의 길은 마땅히 가야 할 곳을 향해 가는 자연의 길을 보여 준다. 그러나 집과 고향을 빼앗긴 인간의 삶은 '갈래갈래' 찢겨 돌아갈 길 없는 폐허에 직면해 있다. 김소월의 투철한 현실 인식이 드러내는 실향 의식과 정처 없는 방황은 극단적 장소 상실을 경험해야 했던 식민지 시인의 비극적 장소애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이혜원, "생명의 거미줄", 소명출판, 2007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이 시의 화자가 처한 상황과 정서를 파악해 보자.

(1) 화자가 처한 상황에 대해 말해 보자.

  → 갈 곳이 없어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삶을 살고 있다.

      고향이 있지만 가지 못하고 떠도는 유랑민의 삶을 살고 있다.

 

(2) '기러기'를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은 어떠할지 추측해 보자.

  → 화자는 공중의 길을 잘 날아다니는 기러기를 바라보며 부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마음껏 나는 기러기와 달리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절망감과 비애를 느꼈을 것이다.

 

2.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갈린 길'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같은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는 물리적 공간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인의 삶이나 사회적 · 역사적 발전 따위가 전개되는 과정, 사람이 삶을 살아가거나 사회가 발전해 가는 방향 등의 추상적인 개념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 이 시의 길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화자가 선택해서 전개할 수 있는 삶의 과정이나 사회적 · 역사적 변화의 흐름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화자는 어떤 길로 갈 것인지 선택을 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갈린 길'은 선택의 길이라기보다는 방황의 연속으로 그려지고 있다.

 

3. 이 시에서 운율감을 어디에서 느낄 수 있는지 찾아보자.

* '갈까'라는 어미가 반복되고 있다.

* 3음보 율격을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다.

* 유사한 구절이나 시행을 반복하고 있다.

* 음성 상징어(까악까악)를 사용하여 음악성을 부여하고 있다.

* '갈래갈래 갈린 길'과 같이 자음 'ㄱ'과 'ㄹ'을 반복하여 운율을 만들고 있다.

 

4. 이 시가 전통적 운율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고려 속요, <가시리>  -작자 미상-

(1) '가시리'를 자연스럽게 끊어 읽어 보고, 몇 음보인지 말해 보자.

  → 3음보

(2) '길'과 '가시리'의 음보율은 같다. '길'이 '가시리'의 운율을 어떻게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는지 설명해 보자.

  → '가시리'가 한 행을 3음보로 구성한 데 비해, '길'은 3음보를 1행과 2행으로 나누어 제시함으로써 보다 긴 호흡 안에서 내용을 전달한다. 특히 2연은 전체가 3음보의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방황하는 나그네의 비애와 망설임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5. 다음 시구와 같은 표현을 활용하여 자신의 상황을 시로 재구성해 보자.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물렁물렁 물렁한 물

물이라도

내게 바이 마실 물은 하나 없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