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협동>(1947)-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독백적, 연가적, 애상적

표현 :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해 안정감을 얻고 주제를 강조함.

              의문형 종결어미를 통해 그리움을 극대화함.

              시인의 전기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창작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눈 → 그리움의 매개체

    * 북쪽 → 가족을 두고 온 곳

    *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 지형이 험한 곳

    * 백무선 → 백암과 무산을 잇는 철도,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는 철도

    * 연달린 → 연달아 있는, 잇달아 있는

    *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 → 그리운 가족들을 두고 온 곳(실제 시인의 처가인 무산)

    * 복된 눈 → 고향에 내릴 함박눈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고향과 가족을 향한 화자의 축원과 염원이 담김.

    * 2, 3연 → 화자가 두고 온 고향마을은 깊은 산중 두메산골에 위치한 작고 초라한 마을임을 알 수 있음.

    * 어쩌자고 잠을 깨어

            → 화자가 있는 곳(서울)도 이렇게 추운데 가족이 있는 북쪽은 얼마나 더 추울까 하는 걱정에

                        느닷없이 잠에서 깨어남.(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염려)

    * 차마 →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강조하기 위한 '시적 자유'(그리움의 감정 응축됨)

    

제재 : 고향의 작은 마을과 함박눈

주제북쪽에 두고 온 고향(가족)을 향한 그리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고향에 내리는 함박눈

◆ 2 ∼ 3연 : 상상으로 찾아가 보는 고향

◆ 4연 : 고향(가족)에 대한 그리움

◆ 5연 : 고향에 내리는 함박눈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으로, 해방 직후에 시인이 혼자 상경하여 서울에서 외롭게 생활하다가 함경북도 무산의 처가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1연에서 시인은 '북쪽 작은 마을'에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하고 자신에게 묻고 있으며, 2~3연에서는 어느덧 시인이 상상의 날개를 펴고 북쪽의 가족을 찾아가는 모습이 제시되어 있다. 그곳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 백무선 철길'을 이용해 '느릿느릿 밤새어 달려'야 다다르는 깊은 산골이다. 지금쯤이면 그 곳으로 향하는 화물열차의 검은 지붕에도 눈이 내릴 것이며, 가족들이 사는 작은 마을에도 눈이 내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4연에서 화자는 그들이 못견디게 그리워진다. 그러므로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이라는 시행의 '차마'라는 시어 속에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이 응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 어쩌자고 잠을 깨어'라는 구절은 바로 시인이 머물고 있는 서울도 잉크병마저 얼게 할 정도로 추운데, 그 곳 무산의 가족들은 얼마나 추울까, 하는 화자의 가족들에 대한 염려가 잘 드러나 있다. 5연에는 '북쪽 마을'에 함박눈이 쏟아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1연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묻는 단순한 질문이라면, 5연은 동일한 시행이면서도 시인의 그리움 내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마침내 눈으로 화하여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잉크도 얼어붙게 할 정도의 추위를 몰아오는 '함박눈'임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그것을 '복된 눈'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태도이다. 해방이 되자마자 그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가족들을 처가에 남겨두고 상경하였던 그로서는 '눈'을 새 시대를 위한 하늘의 축복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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