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문정희-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도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분 동안 맛있게 먹어 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 원서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주고 있을까

꽃다발 증정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취직을 해 큰 사무실 한 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의사 부인 교수 부인 간호원도 되었을 거야

문화센터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남편이 귀가하기 전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에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그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오라, 거짓 사랑아>(2001)-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서정적, 현실 비판적

특성

① 의문형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호소력 있게 전달함.

② 사실적이고 구체저인 상황 제시를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화자의 의문

* 학창 시절 ~ 무난히 합격했는데 →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던 여학생들

* 감자국을 ~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의 여성의 모습① : 가사와 육아에 매몰됨.

* 아직도 입사 원서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 여성의 모습② :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함.

* 당 후보를 ~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 여성의 모습③ : 부수적이고 소모적인 일에 종사함.

* 의사 부인 ~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 여성의 모습④ : 남성의 보조자로 살아감.

*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 사회의 주체로 활동하지 못함.

* 개밥에 도토리 →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삶을 비유함.

* 생것 → 사회 속에서 무엇도 되지 못하고 소외된 상태를 표현함.

* 그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 여성에 대해 억압적인 사회 구조

*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여성의 삶에 대한 탄식

 

화자 : 남성 중심의 사회를 비판하는 이

주제남성 중심의 사회에 매몰된 여성들의 삶

[시상의 흐름(짜임)]

◆ 1 ~ 4행 : 여학생들의 근황에 대한 의문

◆ 5~18행 : 가정에 얽매이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여성의 삶

◆ 19~26행 : 남성 중심의 사회에 매몰된 여성들의 삶에 대한 탄식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는 삶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똑똑했던 여학생들이, 남성의 그늘에 가려 사회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부당한 사회 현실과 여성에 대한 사회의 억압을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그려 내면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여성의 위상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공부도 잘하고 총명한 여학생들은 정치 경제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한낱 가정주부로 살고 있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여성도 넓은 세상의 일원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는 심경을 드러낸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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