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 김광섭 -

                                                       

 

 

 

내 홀로 지킨 딴 하늘에서

받아들인 슬픔이라 새길까 하여

지나가는 불꽃을 잡건만

어둠이 따라서며 재가 떨어진다.

 

바람에 날려 한 많은

이 한 줌 재마저 사라지면

외론 길에서 벗하던

한 줄기 눈물조차 돌아올 길 없으리.

 

산에 가득히 …… 들에 펴듯이 ……

꽃은 피는가 …… 잎은 푸른가 ……

옛 꿈의 가지가지에 달려

찬사를 기다려 듣고 자려는가.

 

비인 듯 그 하늘 기울어진 곳을 가다가

그만 낯선 것에 부딪혀

 

 

 

소리 없이 열리는 문으로

가는 것을 나도 모르게 나는 가고 있다.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애상적, 자기고백적, 상징적

표현 : '슬픔 → 재 → 눈물'로 이미지가 형성됨.

              생략과 반복의 기법으로 감정을 조절함.

              상징적, 비유적 시어의 사용

              애상적이고 절망적인 어조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내 홀로 지킨 딴 하늘 → 고독의 상황

* 받아들인 슬픔이라 새길까 하여 → 슬픔을 참고 견디기 위해

* 지나가는 불꽃을 잡건만 → 밝게 빛나는 불꽃을 잡아 보기도 했지만

* 지나가는 불꽃 → 고독과 슬픔을 견디고 극복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의지해 보는 대상

* 떨어지는 재 → 타 버린 슬픔

* 외론 길 → 고독한 인생길

* 한 줄기 눈물조차 돌아올 길 없으리 → 눈물조차 말라 버리는 지경에 대한 안타까움

* 산에 가득히 …… ~ 잎은 푸른가……

   → 반복과 생략

       산에 들에 피어나는 꽃들처럼, 돋아나는 푸른 잎들처럼, 과거의 어느 순간에 나에게도 그처럼 아름답고 찬란했던 꿈이 있었음을 나타냄.

* 옛 꿈의 가지가지 → '옛 꿈'을 '나뭇가지'에 비유

* 옛 꿈의 가지가지에 달려 / 찬사를 기다려 듣고 자려는가.

   → 옛날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꿈에 매달려 깊은 슬픔을 위로 받으려고도 했었다.

* 낯선 것 → 화자와 부딪히는, 화자를 좌절시키는 대상

* 가는 것을 나도 모르게 나는 가고 있다. → 지향도 없는 길을 운명적으로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함.

 

제재 : 길

주제고독과 방황의 인생길

            고난의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고독과 슬픔 - 참으려 하나 참아지지 않는 슬픔이 재가 되어 떨어짐.

◆ 2연 : 고독과 슬픔의 심화 - 한 줌의 슬픔에 재마저 사라지면 눈물조차 사라질 것임.

◆ 3연 : 과거의 꿈에 대한 집착과 미련 - 과거의 꿈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

◆ 4연 : 참을 수 없는 고독과 슬픔 - 고난의 현실에 지쳐 방향 없는 길을 가고 있는 나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는 고난과 고통의 현실에 부대끼며 방황의 길을 걸어가는 인간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시적 화자는 홀로 외롭게 걸어온 자신의 인생길을 되돌아보며 슬픔이 재가 되고, 그 재가 또다시 눈물이 되어 떨어진다고 노래하고 있다. 고독한 인생길에서 유일한 벗이었던 눈물마저 사라져 버릴까 봐 안타까워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화자가 느꼈을 삶의 아픔과 감당해야 했을 삶의 무게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홀로 지킨 딴 하늘'에서 '비인 듯 그 하늘 기울어진 곳'으로 가려다가 낯선 것에 부딪혔다는 것은, 자신의 외로운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몸부림이 실패로 그치고 만 것을 말한다. '소리 없이 열리는 문'이 일견 희망적인 상황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도 모르게 가고 있다'고 함으로써 고통과 고독이라는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를 우울하게 그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화자는 과거의 꿈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떨쳐 버리지 못한 채, 계속해서 방황의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절망과 좌절의 늪으로 빠져든다. 이렇듯 이 시에 형상화된 고독하고 슬픈 시적 화자의 모습은 고독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일 수밖에 없는 고독한 존재이다. 가족, 친구, 이웃 등 많은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면서도, 문득 문득 혼자라고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시는 이러한 존재의 근원적 고독으로 인해 외로움과 슬픔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적 화자는 슬픔을 잊게 해 주는 기쁜 일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불꽃' 정도로 짧다는 것, 과거의 찬란했던 기억만으로는 슬픔과 고독을 이겨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그는 이 세상의 삶을 마감할 때까지 고독한 인생길은 계속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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