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 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 준다.

 

                               -<가재미>(2006)-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서정적, 회고적, 비유적, 감각적

특성

① '누웠다'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서술함으로써, 그녀의 상황(죽음에 임박함)을 강조함.

② 활기차고 유동적인 이미지와 '바닥에 바짝 엎드린'의 정적인 이미지의 대립으로 삶과 죽음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가재미 → '가자미'의 방언

                  투병 중인 그녀를 몸집이 납작하고 두 눈이 한쪽으로 쏠린 '가재미'에 비유함.

*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 그녀와 시선을 맞추어 수평적 관계를 형성함. 그녀에 대한 애정이 드러남.

*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 두 눈은 각각 '삶'과 '죽음'을 의미함.

       삶에서 죽음을 향해 가는 그녀의 상황을 표현함.

*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 죽음만을 향한 그녀를 대신해 '나'가 그녀의 과거를 떠올림.

*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 → 동적인 이미지로 건강했던 그녀의 삶을 표현함.

* 그녀의 오솔길이며 ~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 화자가 떠올린 그녀의 지난 과거

*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 곧게 서 있지 못하고 벌어지는 다리. 그녀의 육체가 점점 쇠약해져 가는 모습

*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 → 그녀의 쇠잔해진 육체

*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 그녀의 죽음이 점점 가까워짐.

*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 버렸다는 것

   → 삶을 향해야 할 눈이 그 기능을 하지 못함. 죽음만을 바라봄.

 

주제죽음을 앞둔 그녀에 대한 애정

[시상의 흐름(짜임)]

◆ 1~5행 : 그녀 옆에 눕기 → 그녀와의 수평적 관계 맺기

◆ 6~11행 : 그녀를 대신하여 그녀의 과거를 복원함.

◆ 12~16행 : 그녀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임.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화자는 암 투병 중인 그녀를 찾아간다. 납작하게 누운 채, 삶에서 점점 멀어져 죽음을 향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화자는 몸집이 납작하고 두 눈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가자미를 연상한다. ('가재미'는 '가자미'의 경상도 방언이다.) 화자는 그녀처럼 가자미가 되어 그녀 옆에 누워 죽음밖에는 보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그녀의 살아온 날들을 대신 보는 것으로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다. 즉,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수직적 시선이 아닌 나란히 바라보는 수평적 시선으로 관계를 맺고, 그녀가 현재 보지 못하는 그녀의 지난 삶을 대신 봐 주는 것으로 화자는 그녀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화자는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삶과 '다리가 멀어져 가랑이지고', '등뼈'가 '구부정해지'며 그녀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는 과정을 불러내며 현재 죽음으로 쏠려 있어 균형을 이루지 못한 그녀의 삶을 온전히 복원해 나간다. 그러나 화자가 일방적으로 그녀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은 아니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힘겨운 생을 버텨 나가는 그녀가 오히려 그를 촉촉하게 위로해 준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 들이마신 '물'로 화자의 몸을 '가만히 적셔 주는' 행위는 따뜻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시는 '눕는다', '떠올린다', '안다'는 행위를 중심으로 시상을 전개한다. 그녀처럼 누워 그녀의 삶을 떠올리고 그녀의 상황을 헤아리는 화자의 행위의 중심에는 그녀가 있는데, 이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그녀에 대한 화자의 애정과 따뜻한 인간애를 확인할 수 있다.

죽음을 앞둔 '노모'에 대해 묘사한 시로 읽힌다. 시인은 어머니처럼 자신을 챙겨준 '큰어머니'에 대해 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중에 단연 문학적 형상화가 가장 잘 된 시는 1편이지만, 2편에 '독 같은 고요 속으로 천천히 그녀가 걸어 들어가 유서처럼 눕는다, 울지마라, 나의 아이야 울지마라'라는 대목에서 울컥 눈이 시큰해진다. 투병 중인 어머니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이다.' 6인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삶의 무게감이 전해진다. 바닥과 같이 고단한 삶을 살아온 '그녀'가 이제 죽음 이외에는 볼 수 없게 된 눈을 가진 '그녀', 6인실 병동 침대에 납작하게 누워 죽어가는 모습이 가재미와 일치한다. 또한 물의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눈물, 물 속 삶 등이 그렇다. 전생에 맺은 인연을 놓아야 '나'와 '그녀'가 서로를 마지막으로 가슴을 적시며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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