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떡갈나무 숲

                                                                              -이준관-

                                                       

 

 

 

떡갈나무 숲을 걷는다. 떡갈나무 잎은 떨어져

너구리나 오소리의 따뜻한 털이 되었다. 아니면,

쐐기집이거나 지난 여름 풀 아래 자지러지게

울어 대던 벌레들이 알의 집이 되었다.

 

이 숲에 그득했던 풍뎅이들의 혼례,

그 눈부신 날개짓 소리 들릴 듯한데,

텃새만 남아

산 아래 콩밭에 뿌려 둔 노래를 쪼아

아름다운 목청 밑에 갈무리한다.

 

나는 떡갈나무 잎에서 노루 발자국을 찾아본다.

그러나 벌써 노루는 더 깊은 골짜기를 찾아,

겨울에도 얼지 않는 파릇한 산울림이 떠내려오는

골짜기를 찾아 떠나갔다.

 

나무 등걸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이 깊이 숨을 들이켜

나를 들이마신다. 나는 가볍게, 오늘 밤엔

이 떡갈나무 숲을 온통 차지해 버리는 별이 될 것 같다.

 

떡갈나무 숲에 남아 있는 열매 하나.

어느 산짐승이 혀로 핥아 보다가, 뒤에 오는

제 새끼를 위해 남겨 놓았을까? 그 순한 산짐승의

젖꼭지처럼 까맣다.

 

나는 떡갈나무에게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중얼거린다.

그러자 떡갈나무는 슬픔으로 부은 내 발등에

잎을 떨군다. 내 마지막 손이야. 뺨에 대 봐,

 

 

 

조금 따뜻해질 거야, 잎을 떨군다.

 

          -<가을 떡갈나무 숲>(1991)-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서정적, 감각적, 사색적

특성

① 공감각적 심상을 사용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함.

② 화자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형상화함.

③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대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음.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떡갈나무 숲 → 생명과 자유의 공간

* 너구리나 오소리의 따뜻한 털, 쐐기집, 벌레들의 알의 집 → 떡갈나무 잎이 생명체들에게 주는 혜택

* 쐐기집 → 쐐기는 쐐기나방의 애벌레를 가리키는 말로, 쐐기집은 쐐기나방의 애벌레가 사는 집을 의미함.

* 이 숲에 그득했던 ~ 눈부신 날개짓 소리 들릴 듯한데 → 생명력 넘치는 공간임을 보여줌.

* 눈부신 날개짓 소리 → 공감각적 표현(청각의 시각화)

* 콩밭에 뿌려 둔 노래를 쪼아 → 공감각적 표현(청각의 시각화)

* 파릇한 산울림 → 공감각적 표현(청각의 시각화)

* 하늘이 깊이 숨을 들이켜 / 나를 마신다.

   → 주체와 대상의 일반적인 관계를 역전시킨 표현으로, 화자가 자연에 깊이 동화되어 있음을 보여줌.

* 이 떡갈나무 숲을 온통 차지해 버리는 별이 될 것 같다. → 자연과 화자가 합일된 경지

* 떡갈나무 숲에 남아 있는 열매 하나 ~ 제 새끼를 위해 남겨 놓았을까?

   → 떡갈나무 숲의 열매 하나에 대한 정감 어린 해석과 감상

* 나는 떡갈나무에게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 중얼거린다. → 정서의 직접적 표출

* 슬픔으로 부은 내 발등 → 감정을 사물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함.

* 내 마지막 손이야. → 자신(자연)을 남김 없이 내어 주는 배려와 희생정신의 표현

 

제재 : 가을의 떡갈나무 숲

주제사랑과 평화와 안식을 주는 떡갈나무 숲의 아름다운 모습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생명체들을 품어 주는 '떡갈나무 숲'

◆ 2~3연 : 가을 '떡갈나무 숲'의 풍경

◆ 4연 :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은 화자의 심정

◆ 5연 : '떡갈나무 숲'의 포용력

◆ 6연 : '떡갈나무 숲'으로부터 받는 위로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떡갈나무 숲'을 의인화하여 가을의 '떡갈나무 숲'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자연에 대한 애정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평화와 위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1연에서 떨어진 '떡갈나무 잎'은 숲에 사는 많은 생명체들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 2연과 3연에서 '떡갈나무 숲'은 짝짓기하는 풍뎅이나 자유롭게 뛰노는 노루의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4, 5연에서 화자는 '떡갈나무 숲'과 하나가 된 '별'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뒤에 올 새끼를 위해 남긴 듯한 열매를 가지고 있는 '떡갈나무 숲'의 포용력 안에서 화자 역시 숲에 깊이 동화된 것이다. 그래서 6연에서 화자는 숲이 자신의 슬픔과 외로움도 모두 감싸 안아주는 것 같은 위안을 얻는다.

이 시는 인간의 입장에서 자연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떡갈나무 숲'을 자연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의 삶을 포용할 수 있는 갈등이 없는 낙원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이 시의 시적 대상인 '떡갈나무 숲'은 화자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떡갈나무 숲'은 어떤 부정적인 요소도 끼어들 틈이 없는 순수함을 지닌 존재로,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들에게 사랑과 위안, 평안을 준다. 이는 화자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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