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 곽재구 -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 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 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 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곽재구 시선 <받들어 꽃>(1991)-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사색적, 의지적, 희망적

표현 : 화자의 신념을 은행나무에 투사하여 표현함.

              참신한 비유를 통해 대상을 아름답게 형상화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너의 노오란 우산깃 → 노랗게 물든 아름다운 은행잎을 의인화함.

*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

   → 인간의 근본적인 선성(善性)에 대해 탐구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소설 <백치>의 주인공 무이쉬킨의 대사를 인용한 부분으로, 선한 인간만이 이 세상을 궁극적으로 구원할 수 있다는 뜻임.

*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 러시아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생각에 공감하는 화자

*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 → 은행잎을 의인화한 표현

*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 → 길 위에 떨어진 은행잎을 아름다운 사랑의 편지에 비유함.

*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화자의 신념

* 도롱이 집 몇 개 → 도롱이나방의 집.  '노오란 우산깃'과 상반되는 부정적 이미지

*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 →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이해한(민주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누군가

*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 → 은행잎을 우리 민족에 비유함(색채의 유사성에 근거함)

* 너의 노오란 우산깃 → 희망의 이미지

 

제재 : 은행나무

화자 : 은행나무 아래 서 있는 사람

주제은행나무 아래에서 미래의 희망을 생각함.

[시상의 흐름(짜임)]

◆ 1 ~ 3행 : 아름다운 은행나무 아래에 서서 러시아 문호의 말을 떠올림.

◆ 4 ~ 10행 : 떨어진 은행잎을 아름다운 연서로 생각하며 금빛 추억에 잠김

◆ 11 ~ 18행 : 은행잎을 보면서 희망을 가지게 됨.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노란 은행잎을 바라보는 화자를 통해, 부정적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보도 위를 걸어가다 아름다운 은행나무에 넋이 빠져 바라보던 화자는 '은행나무'를 의인화하여 '너'라고 하고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너, 즉 은행나무의 모습은 노란 은행잎들을 우산깃 같은 모습으로 무수히 달려 있고 몇 개의 도롱이집들도 달려 있다. 이러한 은행나무의 모습은 화자로 하여금 추억에 물들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나무라는 자연물을 인격화시키고 다양한 비유와 상징을 활용하여 인간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화자는 지금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절망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그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기에 화자는 여기에서 현실을 극복할 의지를 배우고 있다. 자연물이 인간에게 삶에 대한 태도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맥락 읽기 ]

1. 화자는 누구인가?

  →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너, 우리' 등으로 미루어 '나' 정도로 짐작할 수 있다.

2. 듣는 이는 누구인가? 

  → 너

3. '너'는 누구를 가리키는가?

  → 은행나무

4. 화자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가?

  → 보도 위를 걸어가다 아름다운 은행나무에 넋이 빠져 바라보고 있다.

5. 이 시 속에서 화자가 서 있는 보도는 어떤 풍경인가?

  → 노오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있고 보도에 깊은 사랑의 연서 같은 은행잎들이 깔려 있다.

6. 화자가 바라보는 은행나무는 어떤 모습인가?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

  → 노란 은행잎들을 우산깃 같은 모습으로 무수히 달려 있고 몇 개의 도롱이집들도 달려 있다.

7. 은행나무와 은행잎들은 화자에게 어떤 감정과 생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가?

  → 금빛 찬란한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바라보는 이마저 추억에 물들게 한다. /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말)이 생각나게 한다.

8. 아름다움이 세상을 뒤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말과 관련된 화자의 말을 찾으면?

  →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9. '아름다움이 세상을 뒤덮으리라'고 한 러시아 문호의 말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라고 한 톨스토이의 말이다. 어떤 뜻인가?

  → 세상이 아무리 추악하고 더러워 도저히 구원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한 그런 것들은 결국 아름다움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10. 화자는 어째서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와 같은 말을 하게 된 것일까?

  → 은행나무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그 아름다움에 감동하여

11. 자, 그렇다면 화자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 희망, 아름다움이 가져올 희망, 희망적인 미래

12. 그렇다면 화자는 지금 어떤 처지에 있다는 말이고, 화자가 사는 현실은 어떤 상황이란 말인가?

  → 절망적인 상황,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 부정적 현실

13. 현실의 부정적인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야기한 부분을 찾는다면?

  → 벗은 가지 위 ~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14. 자, 그럼 지금까지의 상황을 '누가 어째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된다'는 식으로 정리해 보면?

  → 화자는 길을 가다 우연히 무척 아름다운 은행나무와 은행잎 깔린 보도를 보게 된다. 그래서 이런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한 세상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에 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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