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게의 죽음

                                                                              - 김광규 -

                                                       

 

 

 

어미를 따라 잡힌

어린 게 한 마리

 

큰 게들이 새끼줄에 묶여

거품을 뿜으며 헛발질할 때

게장수의 구럭을 빠져나와

옆으로 옆으로 아스팔트를 기어간다.

개펄에서 숨바꼭질하던 시절

바다의 자유는 어디 있을까

눈을 세워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달려오는 군용 트럭에 깔려

길바닥에 터져 죽는다

 

먼지 속에 썩어가는 어린 게의 시체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2002)-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비판적, 우화적

표현 : 우의적 표현을 통해 현실을 비판함.

              대조적 시어의 사용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어린 게 한 마리 → 순수하고 연약한 존재, 군사 독재 치하에서 신음하는 민중을 상징함.

    * 거품을 뿜으며 헛발질할 때 → 현실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

    * 게장수의 구럭을 빠져나와 → 억압적 세력이 강요하는 현실에 대한 저항을 뜻함.

    * 구럭 → 망태기, 강제로 속박하는 현실

    * 개펄, 바다 → 원초적이고 생명이 보장된 자유의 공간, 화자가 지향하는 세계

    * 달려오는 군용 트럭 → 폭력적인 문명, 군사 문화의 폭압적 체제

    * 아스팔트, 군용 트럭, 길바닥 → 억압과 폭력

    * 길바닥에 터져 죽는다 → 독재 권력에 희생당하는 민중들의 모습

    *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

           → 무관심한 가운데 사라져간 어린 게(민중)의 죽음을 고귀한 희생으로 승화시킨 표현

               반어법을 통한 비극성 강조

 

주제강제적이고 폭압적인 현실 비판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사람들에게 잡힌 어미 게와 어린 게

◆ 2연 : 군용 트럭에 깔려 죽은 어린 게

◆ 3연 : 어린 게가 지닌 생명의 소중한 가치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군사 독재에 맞서 자유를 위해 몸부림치다 희생당하는 힘없는 민중을 어린 게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다. 군용 트럭에 치어 죽은 어린 게를 '찬란한 빛'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독재 정권에 맞서 소리 없이 사라진 민중들의 죽음을 고귀한 희생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게, 개펄, 바다' 등 자연에 속하는 것들은 '아스팔트, 군용 트럭' 등 문명에 속하는 것들과 서로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 구도는 절대 권력 하에서 민중들이 게의 신세가 되어 버린 상황을 연상시킨다. 게가 새끼줄에 묶이게 된 것은 게의 잘못이 아니라, 단지 게 장수에게 잡혔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의(寓意)라는 시적 장치로서 사회에 대입시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어부란 독재 권력을 표상하게 되고, 게는 힘 없고 나약한 민중의 입장이 되어 버린다. 그리하여 이 시는 독재 권력의 폭압성을 고발하는 풍자성을 띠게 된다.

이 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구절은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이다. 시인은 먼지 속에 썩어가는 어린 게의 시체에 대해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창작 당시의 시대 상황과 연관지을 때 어린 게는 자유를 찾아 혼신의 힘을 다했던 젊은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무도 보지 못하는'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이라고 한 구절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높은 뜻을 세웠던 젊은이들의 의식이 아무도 보지 않는 빛으로 묻히는 데에 대한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화자는 게장수의 구럭에서 헛발질하는 게를 관찰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탈출한 어린 게의 움직임과 죽음을 목격한다. 객관적 상황을 관찰하며 그대로 서술하고 있는 화자는 '찬란한 빛'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