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은 강을 건너며

                                                                              - 정희성 -

                                                       

 

 

     

    얼음을 깬다.

    강에는 얼은 물

    깰수록 청청한

    소리가 난다.

    강이여 우리가 이룰 수 없어

    물은 남몰래 소리를 이루었나

    이 강을 이루는 물소리가

    겨울에는 죽은 땅의 목청을 트고

    이 나라의 어린 아희들아

    물은 또한 이 땅의 풀잎에도 운다.

    얼음을 깬다.

    얼음을 깨서 물을 마신다.

    우리가 스스로 흐르는 강을 이루고

 

 

 

    물이 제 소리를 이룰 때까지

    아희들아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현실 참여적, 의지적

: 시적 자유, 화자의 결연한 태도

              반복 표현('얼음을 깬다')을 통해 화자의 의지를 강조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얼은 강 → 억압적이고 차갑고 암울한 역사적 현실을 상징.

    * 얼음을 깬다.

          → 억압의 현실에 대응하여 바른 세상을 만들어 가는 노력(비판과 저항)의 의미를 지닌 행위.

    * 깰수록 청청한 / 소리가 난다. → 깨는 행동과 실천 속에서 바른 역사가 형성되어 갈 수 있음을 의미함.

    * 청청한 소리 → 바른 역사의 형성

    * 강이여 우리가 이룰 수 없어 / 물은 남몰래 소리를 이루었나. → 엄혹한 탄압의 상황

    * 목청을 트고 → 생명력을 불어넣음.

    * 겨울에는 죽은 땅의 목청을 트고 → 암울한 현실이 극복될 조짐과 희망이 보임.

    * 이 나라의 어린 아희들 → 시적 화자가 말을 거는 대상(청자), 역사의 주체가 될 미래의 주역들

    * 물은 또한 이 땅의 풀잎에도 운다. → 풀에 물이 올라 곧 봄이 올 것이다.(풀잎은 민중을 상징)

    * 얼음을 깨서 물을 마신다. →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과정으로, 현실 극복 의지에 해당함.

    * 우리가 스스로 흐르는 강을 이루고

          → 세상의 불의가 개혁되어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흐르는 바람직한 미래상을 암시함.

    * 물이 제 소리를 이룰 때까지

          → 언 강에서는 물이 소리를 낼 수 없듯이, 물이 제 소리를 낸다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나가는 바람직한 모습을 의미함.

    * 우리가 스스로 흐르는 강을 이루고 / 물이 제 소리를 이룰 때까지 → 자유와 주체(자주)의 회복

 

제재 : 얼은 강

주제 : 암울한 시대 현실의 극복과 바른 역사의 형성 의지

[시상의 흐름(짜임)]

◆   1 ~   4행 : 얼음을 깸 - 억압의 상황에 대한 비판과 저항

◆   5 ~ 10행 : 강을 이루는 물소리 - 암울한 현실이 극복될 조짐과 희망

◆ 11 ~ 15행 : 얼음을 깸 - 바람직한 역사를 이루기 위한 염원과 의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이 반영하고 있는 현실은 1960년대 사회 모습이다. 부정적이고 암울한 현실의 고통을 이겨 내고 밝은 세상의 도래를 열망하고 있는 시이다. 시의 전반부에서는 차가운 현실을 이겨 보기 위한 노력을 보여 주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현실 극복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시적 화자는 겨울강의 얼음을 깨고 물을 마시며 스스로 강을 이루고 싶어한다. 그리고 혹독한 상황을 이겨 내고 맞이할 새 날을 희구하고 있다. 이 시는 깨어 있는 지성의 주체적 실천이 소중함을 간결한 상징적 구도 속에서 전달하고 있다.

 

■ 저문 강에 삽질하는 대통령, 내 시를 망치고 있다.      2010. 7. 4. 미디어 오늘

'저문 강에 삽을 씻고'란 시로 유명한 정희성 시인이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곤혹스러움을 토로했다. 그는 3일, 야당과 시민 사회가 주최한 '4대강 공사 중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을 위해 노래한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가 요즘 대통령이 삽질하는 바람에 이상하게 됐다."며 "저항시인이 어용시인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날 문화제에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얼은 강을 건너며' 등 자신의 시 두 편을 낭독한 정 시인은 "시인들이 생각하는 강은 모래톱, 여울, 징검다리, 물소리가 있는 곳"이라며 "4대강 공사가 끝나면 강은 없고 수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밝혔다.

1970년 등단한 정 시인은 당대 민중들의 현실을 절제된 감정으로 그려낸 시세계를 구축했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2006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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