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물감 상자

                                                                              - 강우식 -

                                                       

 

 

 

어머니는 시장에서 물감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장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온갖 색깔이 다 모여 있는 물감상자를 앞에 놓고 진달래꽃빛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진달래 꽃물을, 연초록 잎새들처럼 가슴에 싱그러운 그리움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는 초록 꽃물을, 시집갈 나이의 처녀들에게는 쪽두리 모양의 노란 국화 꽃물을 꿈을 나눠주듯이 물감봉지에 싸서 주었습니다.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도 곁들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해종일 물감장사를 하다보면 콧물마저도 무지개빛이 되는 많은 날들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이 지상에 아니 계십니다. 물감상자 속의 물감들이 놓아 주는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나에게는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들만 가슴에 물들이라고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 <어머니의 물감상자>(1995)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회상적, 서정적, 상징적

표현 : 물감의 상징적 의미를 확장하여 해석하면서 시상을 전개함.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회고함.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장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 단순히 물감만을 판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을 전해 준 어머니라는 뜻임.

    * 진달래꽃빛 필요한 ~ 물감봉지에 싸서 주었습니다.

            → 사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물감을 정성스럽게 전해 줌.

    * 진달래 꽃물 → 고운 마음

    * 초록 꽃물 → 고운 그리움

    * 노란 국화 꽃물 → 고운 꿈과 소망

    *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 → 맑고 고운 어머니의 마음

    * 해종일 → 하루 종일

    * 콧물마저도 무지개빛이 되는 → 고생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됨.

    *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 → 정성스럽고 고운 마음

    *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희생

    * 물감들이 놓아 주는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 불교의 산화공덕의 이미지

    * 나에게는 물감상자 ~ 두고 떠났습니다. → 물감상자는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남긴 삶의 지침으로,

            어머니가 남겨둔 물감상자에는 곱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어머니의 당부가 담겨 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들만 가슴에 물들이라고

            → 순수하고 고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어머니가 남겨 준 삶의 교훈을 가슴에 담아 둠.

 

제재 : 물감상자(세상 사람들에게 전해 주셨던 어머니의 곱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 상징)

화자 : 어머니를 추억하는 이

주제 : 어머니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

[시상의 흐름(짜임)]

◆ 어머니는 ~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 고운 마음으로 물감장사를 하며 나를 키우시던 어머니를 회상함.

◆ 이제 ~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어머니가 남겨 주신 삶의 교훈을 되새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강우식의 시에 나오는 어머니는 물감장수이다. 그러나 시를 읽어가다 보면 조금 복잡해진다. 단순한 물감장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선 우선 두 어머니가 나타난다. 시장에서 물감을 상자에 담아 놓고, 해종일 손님이 원하는 물감을 봉지에 싸서 팔다가, 콧물까지 무지개빛이 되는 어머니, 아들을 키우기 위해 그 장사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어머니는 실제의 물감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온갖 색깔을 다 팔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이다. 이 어머니는 마치 천사와 같이 그리움이며 꿈이며 고운 마음씨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를 입히고 싶은 마음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그의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을 가슴에 물들이도록 그 물감상자 하나 남겨두고 떠나는 어머니이다.

그러나 시인이 보여주는 두 어머니는 굳이 시를 따져보는 한가로운 사람의 눈에나 보일 뿐, 시를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다시 한 사람의 어머니로 보인다. 두 어머니는 실제 생활 속의 어머니에게서 발견한 초월적인 힘, 추억의 소재에서 어머니의 상징을 발견하도록 하는 시적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시는 곱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시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물감장사를 하셨던 어머니가 단순히 물감만 판 것이 아니라 세상에 곱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전해 주었다고 생각하면서 어머니의 고운 마음씨를 물감의 고운 색으로 형상화하였다. 빛깔의 아름다움을 살린 맑고 깨끗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이 시는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산문시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내용은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누어진다. 전반부에는 물감장사를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회상하는 내용이, 후반부에는 이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물감상자만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그 분처럼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표현되어 있다. 시인은 어머니가 물감장사를 하시던 일이 단순한 장사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감만 파는 것이 아니라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도 곁들여' 주면서 세상이 그 물감처럼 아름다워지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것은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기 위한 일이기도 하기에 '콧물마저도 무지개빛'으로 생각하며 그 많은 날들을 물감장사에 바치셨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어머니는 물감상자만 남겨두고 떠나가셨다.

시인은 어머니가 좋은 일만 하시다가 가셨으니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가셨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물감상자를 보면서 어머니처럼 아름답고 고운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생각해 본다. 그것이 어머니가 바랐던 것이라면 그런 삶은 곧 저 세상에 계시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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