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그륵

                                                                              -정일근-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 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 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성찰적, 대비적

특성

① 대비를 통해 삶과 사랑이 담긴 시를 추구하는 마음을 노래함.

② 일상생활 속에서 시적 발상을 얻어냄.

③ 시인으로서의 자기반성적 태도를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그륵 → '그릇'의 경상도 사투리, 삶 속에서 얻어진 단어, 편안하고 따뜻한 삶과 사랑이 담긴 말

* 그릇 → 표준어이지만 죽은 언어임.

* 그륵에 담긴 물이 ~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 '그륵'의 이미지

* 나는 학교에서 ~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 인생이 담기고, 담기지 않고의 차이

* 어머니의 삶 → '그륵'에 담긴 의미

*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 시인으로서의 자신의 한계

* 무릇 시인이라면 ~ 불러 주어야 하는데 → 화자가 생각하는 시인의 태도

* 개정판 국어사전 → 죽은 언어

*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 살아 있는 시를 쓰고 싶은 화자의 자기반성

 

주제삶과 사랑이 담긴 시를 추구하는 마음과 자기반성

[시상의 흐름(짜임)]

◆ 1~3행 : '그릇'을 '그륵'이라고 부르는 어머니

◆ 4~8행 : 어머니의 '그륵'에 담긴 편안함과 따뜻함

◆ 9~16행 : '그릇'과 '그륵'의 차이

◆ 17~20행 : 삶과 사랑이 없는 시를 쓰는 부끄러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표준어 '그릇'과 사투리 '그륵'의 비교를 통해 삶의 경건성과 시인의 자세에 대해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륵'과 '그릇'은 단순히 표준어와 사투리의 차이가 아니라, 각각 삶과 사랑이 담긴 언어와 그렇지 않은 죽은 언어를 뜻한다. 어머니의 언어인 '그륵'과 같이 삶이 녹아 있고, 따뜻한 사랑이 담긴 언어로 시를 쓰고 싶다는 시인의 바람이 표현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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