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

                                                                              -하종오-

                                                       

 

 

 

국철 타고 앉아 가다가

문득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들려 살피니

아시안 젊은 남녀가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늦은 봄날 더운 공휴일 오후

나는 잔무 하러 사무실에 나가는 길이었다.

저이들이 무엇 하려고

국철을 탔는지 궁금해서 쳐다보면

서로 마주 보며 떠들다가 웃다가 귓속말할 뿐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모자 장사가 모자를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머리에 써 보고

만년필 장사가 만년필을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손바닥에 써 보는 저이들

문득 나는 천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황급하게 차창 밖으로 고개 돌렸다.

국철은 강가를 달리고 너울거리는 수면 위에는

깃털 색깔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물결을 타고 있었다.

나는 아시안 젊은 남녀와 천연하게

동승하지 못하고 있어 낯짝 부끄러웠다.

국철은 회사와 공장이 많은 노선을 남겨 두고 있었다.

 

 

 

저이들도 일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지 않을까.

 

               -<국경 없는 공장>(2007)-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성찰적, 비판적

특성

① 체험을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함.

② 대조(새↔우리)를 통해 정서가 심화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동승 → 차나, 배, 비행기를 같이 탐.

* 아시안 젊은 남녀 → 관찰의 대상

* 저이들이 무엇 하려고 ~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 대조적인 태도

* 천박한 호기심 →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

* 황급하게 차창 밖으로 고개 돌렸다. → 자기 반성을 통한 부끄러움의 인식

* 깃털 색깔이 ~ 동승하지 못하고 → 새와 화자의 대조적인 모습

* 낯짝 부끄러웠다. → 부끄러움(반성)의 심화

* 저이들도 일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지 않을까. → '나'와 '아시안 젊은 남녀' 간의 동질감을 깨달음.

 

화자 : 천박한 호기심을 갖고 아시안 젊은 남녀를 바라보다가, 그러한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

주제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과 그에 대한 반성

[시상의 흐름(짜임)]

◆ 1 ~ 5행 : 국철에서 아시안 남녀를 보게 됨.

◆ 6 ~ 13행 : '나'의 호기심과 달리 평범한 모습의 그들

◆ 14 ~ 끝 : '나'의 태도에 대한 반성과 깨달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국철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목격한 경험담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들의 편협한 시선과 그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화자는 자리에 앉아 아시아 어느 지역에서 온 젊은 남녀의 행동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화자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느 한국인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화자는 잠깐이나마 그들을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본 자신의 태도가 천박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본다. 강 위에는 깃털 색깔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보기 좋게 어울려 날고 있다. 이를 보고 화자는 외국인들으 차별적 시각으로 보았던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이러한 화자의 모습은 다문화 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 시선의 폭력에 대한 주체의 반성과 성찰

'동승'에서 '나'는 밥벌이(잔무)를 위해 공휴일 오후에 국철을 타고 사무실로 가는 중이다. 이때 화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나누는 아시안 젊은 남녀 한 쌍을 발견하고 그들을 바라본다. 이 시에도 역시 주체와 타자 사이의 비대칭적이고 불균등적인 시선이 발생한다. '나'는 그들을 쳐다보지만, 그들은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내'가 국철을 탄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이 국철을 탄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러한 생각이 '나'로 하여금 '저이들이 무엇 하려고 국철을 탔는지 궁금해서 쳐다보'게 한 것이다. 만약 저들이 그 나이 또래의 한국인 남녀였다면, '나'는 그들과 함께 국철을 타고 간다는 것에 '천박한 호기심'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저들이 아시안 젊은 남녀였기 때문에 화자는 '천박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물론 하종오의 시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이 시에도 시선의 폭력에 대한 자기반성이 곧 뒤따른다. '문득 나는 천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 황급하게 차창 밖으로 고개 돌렸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만약 이 시가 이러한 자기반성에만 머물렀다면, 범상한 시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는 자기반성에서 조금 더 멀리 나아간다. 깃털 색깔이 다른 여러 마리 새가 함께 물결을 타는 것처럼 아시안 젊은 남녀와 천연하게 동승하지 못하는 '나'를 부끄러워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일자리로 돌아가는 중일 거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이처럼 반성하는 주체이자 성찰하는 주체이고 공감하는 주체이다.

-류찬열, '다문화 시대와 현대시의 새로운 가능성-하종오 시를 중심으로', "국제 어문", 국제어문학회, 2008

 

◆ 하종오의 시 경향

자본주의적 합리화와 효율성에 따른 세계화, 개방화의 급물결 속에서도 우리가 끝끝내 지켜야 할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내면 의식 속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모색 내지 노력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점에 관한 한 하종오 시인은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그러한 관계들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자기 나름의 안목으로 구체화하고 심화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의 태도는 다분히 모더니티 정신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양상만으로 섣불리 그를 반근대주의자라고 단정지어 버려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근대와 근대가 몰고 온 서구적 가치관이 우리의주변 환경 및 그것에 대한 인식에 얼마나 큰 변화를 몰고 왔는지를 잘 알고 있는 자이며, 더불어 그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아니면 끝내 물리쳐 버려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해 온 사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고민의 철저함과 진정성은 그의 시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문 형식의 시행들을 통해서도 거듭 확인된다.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이 의도한 무엇인가를 단정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독자들과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기를 원한다. 그럼으로써 오늘 우리가 처한 환경과 위치에 대해 끊임없이 둘러볼 기회를 부여하곤 한다.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이 시가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되었는지 말해 보자.

→ 이 시는 화자가 국철에서 '아시안 젊은 남녀'를 천박한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자신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되었다.

 

2. 시상 전개 과정에 따라 화자의 내면이 변화하는 양상을 정리해 보자.

시상 전개 과정

 

화자의 내면 변화

공휴일 오후에 국철을 타고 앉아 가다가 건너편에 앉아 있는 아시안 젊은 남녀를 쳐다봄.

 

국철에 '아시안 젊은 남녀'가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지 못하고 호기심을 갖게 됨.

 

'나'는 '아시안 젊은 남녀'를 의식하고 이지만, 그들은 '나'를 의식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됨.

 

자신의 호기심이 천박한 것이었음을 깨달음.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깃털 색깔이 다른 새들이 어울려 강 위를 나는 풍경을 봄.

 

새들과 달리 '아시안 젊은 남녀'와 '동승'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그들과 자신이 다르지 않음을 깨달음.

 

3. 이 시의 주제를 고려하여 제목인 '동승'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자.

'나'는 '아시안 젊은 남녀'와 국철을 함께 타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함께 타고 있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동승'은 차별적 시선을 거두고 마음으로도 하나가 되어 함께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작품의 제목인 '동승'은 다문화 사회로 변해 가는 시대 상황 속에서 인종이나 국적,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배타적 시선으로 경계할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는 이 시를 쓴 시인에 관한 설명이고, ㉯는 어느 국제 결혼 이주자가 쓴 글이다. 이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한국 사회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이 증가로 급속히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저출산 · 고령화 현상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다인종 ·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혈통을 기반으로 단일 민족을 강조해 온 한국 사회에 다른 인종,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과 포용의 태도가 필요해지고 있다. 자민족 · 자문화 중심주의로부터 비롯되는 '다름'에 대한 편견, 차별과 배제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관용과 배려의 가치가 요구되고 있다. 이 점에서 이주민 개개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린 하종오 시인의 작품은 의의가 크다. 시인은 이주민 개인을 배타적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작품에서 시인은 이주민 개개인의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형상화해 그들과 인간적으로 교감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온 왕정이에요. 저는 열아홉 살에 한국에 일하러 와서, 지금 남편 만났어요. 결혼한 지 일 년 됐어요. 지금은 임신 8개월째에요. 남편은 매일 맛있는 거 많이 사줘요. 지금도 남편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우리 시어머님도 많이 좋아요. 맛있는 거 많이 사 주세요. 아기 옷도 많이 사줘요. 나는 지금 많이 행복해요.

(1) '동승'과 ㉮를 바탕으로 다문화 시대 한국 문학의 새로운 양상에 대해 말해 보자.

→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갖고 있는 외국인 이주자의 삶의 모습, 다문화 사회에서의 갈등과 여러 가지 현상 등을 소재로 다루면서 소통과 화합을 주제로 하고 있다.

 

(2) '동승'과 ㉮, ㉯를 참고하여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 문학이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해 토의해 보자.

*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갖고 있는 외국인 이주자 및 그 가족들이 한국 사회에서 조화를 이루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 외국인 이주자나 그 가족들에 대한 편견, 차별과 배제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관용과 배려의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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