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노래

                                                                              -박두진-

                                                       

 

 

 

돌이어라, 나는

여기 절정(絶頂).

바다가 바라뵈는 꼭대기에

앉아

종일을 잠잠하는

돌이어라.

 

밀어 올려다 밀어 올려다

나만 혼자 이 꼭대기에 앉아 있게 하고

언제였을까

바다는

저리 멀리 저리 멀리

달아나 버려

 

손 흔들어 손 흔들어

불러도 다시 안 올 푸른 물이기

다만 나는

귀 쫑겨 파도 소릴

아쉬워할 뿐.

눈으로만 먼 파돌

어루만진다.

 

오 돌.

어느 때나 푸른 새로

날아오르랴.

먼 위로 아득히 짙은 푸르름

온 몸 속속들이

하늘이 와 스미면

어느 때나 다시 뿜는 입김을 받아

푸른 새로 파닥거려

날아오르랴.

 

밤이면 달과 별

낮이면 햇볕.

바람 비 부딪히고, 흰 눈

펄펄 내려

철 따라 이는 것에 피가 잠기고,

스며드는 빛깔들

아롱지는 빛깔들에

혼이 곱는다.

 

어느 땐들 맑은 날만

있었으랴만, 오

여기 절정.

바다가 바라뵈는 꼭대기에 앉아

하늘 먹고 햇볕 먹고

먼 그 언제

푸른 새로 날고 지고

 

 

 

기다려진다.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시각적, 의지적

특성

① 어순에 변화를 주어 주제를 강조함.

② 상징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시적 의미에 대한 해석의 폭을 넓혀줌.

③ 무생물인 '돌'을 의인화하여 시상을 전개함.

④ 유사한 시구의 반복으로 운율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함.

⑤ 영탄조의 어조로 고조된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돌 → 화자 자신을 비유한 말,  현실에 얽매어 있는 무거운 모습이 연상됨.

* 절정 → 이중적 의미를 함축함. 바다와 떨어져 있는 고독의 공간이자 하늘과 가까이 있는 비상의 공간

* 잠잠하는 → '침묵'의 의미

* 밀어 올려다 밀어 올려다 → 주체는 '바다'임.  파도의 모습을 형상화함.

* 나만 혼자 이 꼭대기에 앉아 있게 하고 → 화자의 외로움 암시

* 푸른 물 → 바다, 생명력 상징

* 다만 나는 ~ 어루만진다. → 바다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구체적 형상화(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안타까움)

* 오 돌. → 화자 자신에 대한 시선이 객관화됨(돌이어라, 나는 → 오 돌.)

* 푸른 새 → 자유, 희망, 꿈, 생명 상징

* 짙은 푸르름 → 이상, 희망

* 하늘 → 푸른 새가 비상하고 싶은 곳(화자가 지향하는 세계, 바다와 동일시되는 세계)

* 입김, 피, 혼 → 돌에 깃드는 생명력의 상징

* 밤이면 달과 별 ~ 펄펄 내려 → 시간의 경과(모진 세월의 흐름), 돌이 새가 되기 위해 인고해야 할 시간

* 어느 땐들 맑은 날만 / 있었으랴만, 오 → 시련과 고난이 많았음.

* 여기 절정. 바다가 바라뵈는 꼭대기에 앉아 → 1연의 변용

* 하늘 먹고 햇볕 먹고 → 새로 비상하는 꿈을 키우면서

* 먼 그 언제 → 미래

* 기다려진다 → 돌의 현재적 삶의 태도

 

제재 : 돌

주제이상 세계에 대한 동경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산꼭대기에 앉아 있는 돌

◆ 2연 :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돌

◆ 3연 : 바다를 그리워하는 돌

◆ 4연 : 푸른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돌

◆ 5연 : 생명력을 획득해 가는 돌

◆ 6연 : 푸른 새가 되어 날아오르기를 기다리는 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곳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돌'과 '바다'의 관계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무생명물인 '돌'이 생명력을 지닌 존재인 '푸른 새'가 되어 '바다'로 날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돌이어라. 나는'을 통해 화자가 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돌'에게 '바다'는 도달하고자 하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돌'은 절정, 바다가 바라보이는 산꼭대기 위에 홀로 앉아 있기 때문에 바다를 그리워하기만 할 뿐 그곳으로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돌'은 '푸른 새'처럼 날아오르고 싶어 한다. '돌'은 모진 세월의 경과 속에서 '피가 잠기고', 빛깔이 스며 '혼'이 곱는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거듭나게 되리라 믿고 있다. 그래서 '돌'은 언젠가 '푸른 새'가 되어 '바다'와 닮은 '하늘'을 날아다닐 그날을 상상하며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절정은 바람 불고, 눈과 비가 내리는 곳이며,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화자가 고독을 느끼는 닫힌 공간으로서의 의미와, 화자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면서 하늘과 가장 가까이 있어서 비상을 꿈꿀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

또한 이 시에는 '바다, 푸른 새, 하늘' 등의 시어에서 푸른 색의 이미지가 지배적으로 드러나 있다. 푸른색은 각 사물의 존재들을 통합하는 역할과 함께 돌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동시에 이상 추구라는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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