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저는 사람

                                                                              -김기택-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 다리를 구부렸고

그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을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지도록 조용하게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가방도

함께 소리 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둥이 되어 우람하게 서 있는데

그 빽빽한 기둥 사이를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사무원>(1999)-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반성적, 성찰적, 예찬적

특성

① 대조적 이미지를 동원하여 대상의 모습을 표현함.

② 영화의 스틸컷 기법을 활용하여 시적 대상을 강조함.

③ 음성 상징어를 통해 대상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함.

④ 시적 화자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시적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 춤추듯 걸어가는 다리 저는 사람과 대비하여 꼿꼿하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꼿꼿함은 육체적인 모습이지만 경직된 삶의 방식, 경직된 사고방식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 춤추는 사람 → 불구의 육체를 비정상으로 보지 않고 '춤추는 모습'으로 인식하는 것은 다리 저는 사람에 대한 화자의 긍정적 시각을 보여 주는 것이다.

*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 ~ 쓰러졌다 일어났다 → 다리 저는 사람이 걷는 모습에 대한 묘사

*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을 ~ 조용하게 걸었다. → 다리 저는 사람의 걸음 자체는 요란하지만, 이 사람의 걸음은 다른 사람의 거음과 달리 긴장감을 일으키며 부각되기 때문에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 소리 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심하게 흔들리는 가방의 모습

* 못 걷는 다리 하나를 ~ 흔들어 주고 있었다. → 아픈 다리 한쪽을 위해 온몸이 다리의 역할을 해 주고 있는 다리 저는 사람의 걷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다리 저는 사람의 걷는 모습을 통해 불구성을 쓸모 없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끌고 가는 공동체 의식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있다.

* 사람들은 모두 기둥이 되어 우람하게 서 있는데 → 경직된 모습으로 서 있는 정상인의 모습

* 그 빽빽한 기둥 사이를 ~ 지나가고 있었다. →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사람들은 빽빽한 기둥의 모양으로 정지해 있고, 그 사이를 다리 저는 사람이 유유히 무척 가볍게 지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재 : 다리 저는 사람

주제다리 저는 사람의 강한 생명력

[시상의 흐름(짜임)]

◆ 1 ~ 5행 : 춤추듯 걸어가는 다리 저는 사람

◆ 6 ~11행 : 온몸이 다리 역할을 해 주는 다리 저는 사람의 걸음

◆ 12~14행 : 정상적인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다리 저는 사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지하철 역사 안에 장애인 한 사람이 걸어가는 풍경을 묘사한다. 그 풍경 묘사에서 시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선명하게 대비시킨다. 시인의 묘사에서 한쪽은 움직이고 있고, 한쪽은 정지되어 있다. 움직이는 쪽은 오히려 장애인이다. '춤추는 사람처럼',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는 표현들은 장애인의 움직임이 보여 주는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전해 준다. 그 아름다운 생동은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주고 있었다.'라는 표현에서 절정을 이룬다. 시인은 아주 차분하게 사람들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지만, 여기서 우리는 장애인을 새롭게 보게 되고, 우리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 대조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시적 대상들

지하철 역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화자는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한 사람을 보면서, 이들로부터 대비되는 속성을 이끌어 낸다.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사람들은 우람하게 서 있는 기둥으로 치환되고, 앉았다 일어서듯 다리를 구부리며 걷는 사람은 우람하게 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팔랑팔랑' 가볍게 걸어간다. 한쪽은 육체적으로는 정상이지만 경직된 삶의 방식을 보이고 있는 존재로, 한쪽은 이와 반대로 육체적으로는 불구일지언정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보이는 활기찬 존재로 인식하면서 화자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물어본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인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 인식에 반성을 요구한다.

 

◆ 시간과 속도의 순간 정지를 통한 효과

이 시는 영화의 스틸컷 기법을 응용하여 시간을 정지시키고, 다리 저는 사람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배경을 정지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정상이고 주체라고 생각하는 육체적인 정상인들을 화면의 뒷부분에 배경으로 위치시키고, 이와 같은 정지된 배경 위로 다리 저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부각되어 유유히 걸어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를 통해 시인은 경직된 비장애인들과 대비되는 활력 넘치는 다리 저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삶의 틈과 틈의 삶

이 시는 대상의 내부에서 나타나는 역동성과 그것을 표상하는 이미지가 시의 구성과 표현의 중심을 이룬다. 이를 통해 대상의 모습은 한결 생생해지며, 또한 '틈'의 관념적 내포는 설득력 있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다. 예컨대, '그 빽빽한 기둥 사이를 /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사이의 '틈'은 '사무원' 같은 정상인들의 자동화되고 사물화된 몸과 대비됨으로써 더욱더 '싱싱한 비린내'를 내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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