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 김광규 -

                                                       

 

 

     

    바위가 그럴 수 있을까.

    쇠나 플라스틱이 그럴 수 있을까.

    수많은 손과 수많은 팔

    모두 높다랗게 치켜든 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빈 마음 벌거벗은 몸으로

    겨우내 하늘을 향하여

    꼼짝 않고 서 있을 수 있을까.

    나무가 아니라면 정말

    무엇이 그럴 수 있을까.

    겨울이 지쳐서 피해간 뒤

    온 세상 새싹과 꽃망울들

    다투어 울긋불긋 돋아날 때도

    변함없이 그대로 서 있다가

    초여름 되어서야 갑자기 생각난 듯

    윤나는 연록색 이파리들 돋아내고

    벌보다 작은 꽃들 무수히 피워내고

    앙징스런 열매들 가을내 빨갛게 익혀서

    돌아가신 조상들 제사상에 올리고

    늙어 병든 몸 낫게 할 수 있을까.

 

 

 

    대추나무가 아니라면 정말

    무엇이 그럴 수 있을까.

     

         -<좀팽이처럼>(1988)-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자기 성찰적, 예찬적

표현

* 대상(나무)에 대한 의인화

대상의 생태를 인간 생활과 연관지어 드러냄.

자연의 모습에서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성찰하고 있음.

* 다른 대상(바위, 쇠, 플라스틱)과의 비교를 통해 시적 의미를 강화함.

의문형 종결어미의 반복으로 운율감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하였으며, 화자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 빈 마음 벌거벗은 몸으로 → 대추나무의 청빈한 모습

* 온 세상 새싹과 꽃망울들 ~ 변함없이 그대로 서 있다가 → 주변 상황에 휩쓸리지 않는 모습

* 돌아가신 조상들 제사상에 올리고 / 늙어 병든 몸 낫게 할 수 있을까 → 대추나무의 헌신적 모습

* 이파리, 꽃, 열매 → 대추나무가 만들어낸 노력의 결실

 

제재 : 대추나무

주제대추나무의 미덕(인고와 헌신) 예찬

[시상의 흐름(짜임)]

◆ 1~10행 : 겨우내 벌거벗은 몸으로 인내하며 서 있는 대추나무(무욕, 인고, 청빈, 의지)

◆ 11~22행 : 이파리를 돋아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사람들에게 헌신하는 대추나무(노력, 헌신, 사랑)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대추나무의 모습을 통해 인고를 통해 생명을 유지해 가며 헌신하는 삶의 자세에 대한 깨달음을 노래하고 있다. 대추나무를 의인화하여 화자는 사계절을 순환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대추나무의 인고의 자세, 베풀고 헌신하고 배려하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