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김기림-

                                                       

 

 

 

종다리 뜨는 아침 언덕 위에 구름을 쫓아 달리던

너와 나는 그날 꿈 많은 소년(少年)이었다.

제비 같은 이야기는 바다 건너로만 날리었고

가벼운 날개 밑에 머―ㄹ리 수평선이 층계처럼 낮더라.

 

자주 투기는 팔매는 바다의 가슴에 화살처럼 박히고

지칠 줄 모르는 마음은 단애(斷崖)의 허리에

게으른 갈매기 울음소리를 비웃었다.

 

오늘 얼음처럼 싸늘한 노을이 뜨는 바다의 언덕을 오르는

두 놈의 봉해진 입술에는 바다 건너 이야기가 없고.

 

곰팡이처럼 얼룩진 수염이 코밑에 미운 너와 나는

 

 

 

또다시 가슴이 둥근 소년일 수 없구나.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회고적, 반성적, 감각적

특성

①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정서

②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됨.

③ 상승이미지와 하강이미지의 대립, 소멸 이미지

④ 꿈으로 가득했던 과거의 상황과 꿈을 잃어 버린 현재의 상황을 대비하여 주제를 강조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종다리 뜨는 아침 → 상승의 이미지

* 언덕 →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

* 구름 → 화자가 추구했던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

* 제비 같은 이야기 → 너와 내가 나눈 꿈과 희망의 이야기

* 바다 → 화자가 꿈꾸는 보다 넓은 세상

* 가벼운 날개 ~ 층계처럼 낮더라.

   → '제비 같은 이야기'가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시각적으로 형상화함.

       화자의 정서를 부각함.

* 자주 투기는 팔매, 지칠줄 모르는 마음 → 꿈에 대한 확신과 의지

* 바다의 가슴, 단애의 허리 → 의인법

* 게으른 갈매기 울음소리를 비웃었다. → 이상 세계를 향한 자신감 넘치는 화자의 모습

* 얼음처럼 싸늘한 노을 → 하강과 소멸의 이미지

* 언덕 → 회상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시어

* 바다 건너 이야기가 없고 → 꿈과 희망에 대한 동경의 소멸

* 곰팡이 → 썩음, 낡음, 오래됨.

* 얼룩진 수염 → 어른이 된 화자

* 가슴이 둥근 소년 → 이상을 품고 미래를 동경하던 소년

 

화자 : 어른이 된 화자가 꿈을 지니고 있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함.

주제꿈을 상실한 현재에 대한 탄식

[시상의 흐름(짜임)]

◆ 1~2연 : 꿈 많고 지칠 줄 모르던 과거의 모습

◆ 3~4연 : 과거의 꿈을 상실한 현재의 모습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성인이 된 화자는 친구와 함께 찾은 언덕 위에서 꿈 많았던 소년 시절을 떠올리며,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현재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1, 2연은 과거, 3, 4연은 현재의 시간으로 나타냄으로써 대비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제비 같은, 층계처럼, 화살처럼, 얼음처럼, 곰팡이처럼' 등의 직유와 '바다의 가슴, 단애의 허리' 등의 의인법을 사용하여 감각적으로 형상화하였다.

이 시의 전체적인 구조는 과거와 현재가 병치되어 있는 구조이다. 그 두 시간의 배경을 언덕으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과거의 시간을 아침, 그리고 현재의 시간을 노을이 지는 저녁으로 설정해서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가 대비된다.

과거의 '나'는 '너'와 함께 바다 즉, 저 넓은 세계 말하자면 이상적인 곳을 꿈꾸었다. 제비 같은 이야기는 그러한 세계에 대한 '나'와 '너'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연과 2연을 볼 때, 그러한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하지만 현재로 넘어오면서 그러한 이상들을 더 이상 '나'와 '너'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상향을 꿈꾸던 과거로의 회귀가 불가능함을 느낀다. 그 이유가 외적 상황 때문인지 또는 내적 갈등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나와 있지 않다. 김기림이란 시인을 볼 때 어쩌면 이 시에서의 너는 시인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936년 김기림은 이상과 함께 파리로 떠나고자 했지만 이상의 현실적 상황 때문에 불가능해지자 그 심리적인 좌절을 이 시를 통해서 나타내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이 시가 쓰인 일자나 발표일을 분명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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