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 춘향의 말 1 -              -  서정주 -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 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놓이듯한 풀꽃더미들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 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 <서정주 시선>(1956) -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전통적, 낭만적, 초월적, 이상적, 불교적, 동양적, 상징적

◆ 표현

* 여성적이고 섬세한 어조

* 고전적 소재에 현대적 의미를 부여함.

* 현실과 이상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형상화함.

상징적 시어를 사용하여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드러냄.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 의미를 강조하고 리듬을 형성함.

* 춘향이 향단에게 말을 건네는 대화체의 형식을 취하여 극적 효과를 높임.

 

◆ 중요 시어 및 시구풀이

* 그넷줄을 미는 행위 → 경건한 통과 제의

* 향단아 → 전통적 제재의 유도(돈호법), 세 번의 반복으로 호흡과 감정의 정리

* 향단(香丹)이라는 이름 → 단향(丹香)의 아나그램(문자 뒤집기)

                                        지조와 절개를 나타내는 춘향의 내면에서 명명된 이름

* 바다 → 아무런 제약도 갈등도 없는 아름답고 무한한 자유의 세계

* 배 → 춘향의 삶을 변화시킬 미지의 바다로 떠나는 배

* 2연에 열거된 소재들

     → 봄이라는 계절의 맑음, 아름다움, 화사함, 서정성을 환기해주는 소재들

         현실 세계에 널려있는 모든 아름다운 사물들

         현실적 고뇌와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의 사소한 인연이나 애착과는 과감하게 결별하는 결단이 필요함을 나타내기 위함.

* 산호도 섬도 없는 → 아무런 제약(장애물)도 없는

* 구름 → 가벼움과 표랑성의 속성으로 인해 '정신적인 투명함과 상승 욕구' 상징

* 울렁이는 가슴

      → 초월적 세계를 향한 춘향이의 마음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현실에 부여된 애증의 이중적 의미에 적절히 융합된 춘향의 심정

* 4연 → 인간의 숙명적 한계에 대한 자각과 그로 인한 좌절감

             달의 원형적 순환 구조를 단연코 거역하겠다는 것으로, 운명적 삶에 대한 거부를 나타냄.

* 5연 → 현실을 초월하려는 의지의 재확인

 

◆ 주제 지상적 고뇌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과 의지

             초월적 세계로의 갈망과 운명적 한계 자각

◆ 그네의 상징성

      일탈과 속박의 양면성

           이상을 지향하나 현실로 돌아오는 춘향의 마음 자세

           자신의 운명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수단

           현실 세계와 이상 세계를 이어주는 상징적 매개체

           괴로움과 고통, 번민의 현실 세계로부터 벗어나 조화로운 이상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매체

           천상 세계를 꿈꾸면서도 끝내 인간이 사는 지상을 떠날 수 없는 운명적 한계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그네를 뛰는 춘향(현실 초극 의지)

◆ 2연 : 현실에 대한 미련과 현실 초극 의지

◆ 3연 : 초월적 세계에 대한 갈망

◆ 4연 : 인간적 숙명의 한계 인식(현실에 대한 자각)

◆ 5연 : 소망 달성 의지(현실 초극 의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춘향의 이야기를 시화(詩化)한 것이다. '춘향의 말'이라는 부제(副題)가 붙은 연작시 3편 중 첫 번째 시이다. 율격 구조와 같은 외형상의 전통의 계승이 아니라, 문학 내적인 전통의 계승이다. 한국인의 의식에 깊이 각인된 춘향의 이야기에서 춘향의 심리를 유추하여 인간 심리의 본원적 형태를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은 춘향이 그네를 타면서 향단이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시인은 <춘향전>이라는 고전 소설에서 시적 모티프를 얻어 개성적인 상상력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새로운 시적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시적 모티프(motif)는 고전 소설인 <춘향전>에서 찾았으나 오히려 <춘향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여 준다. 즉, 이 시에서는 인물의 전형성을 부여하기보다는 우리들의 정감 속에 살아 있는 어떤 여인, 사랑의 괴로움과 갈등에 빠진 한 여인의 보편적 이미지로 다가오게 한다.

춘향의 그네 타는 모습과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심정은 곧 허망한 현실적 세계로부터 영원한 초월적 세계로 향하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를 대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적 번뇌를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은 드높은 '그네'의 속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대화의 형식과 명령법의 문체를 구사하여 설화적인 심상과 소망의 간절함을 강조하는 효과를 보여준다. 아울러 '수양버들나무', '풀꽃데미', '나비 새끼'등 지상 세계를 상징하는 심상이 대립되어 화자의 내적 갈등을 극대화시켜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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