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눈길

                                                                              -김상옥-

                                                       

 

 

     

    어느

    먼 창가에서

    누가 손을 흔들기에

     

    초여름

    나무 잎새들

    저렇게도 간들거리나

     

    이런 때

    촉촉한 눈길

 

 

 

    내게 아직 남았던가.

     

       -<촉촉한 눈길>(2001)-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관조적, 성찰적

특성

① 의인법을 통해 시상을 전개함.

② 관조적인 자세로 대상을 관찰하며 시상을 전개함.

③ 동일한 길이의 시어와 시행을 배열하여 형식상의 통일성을 획득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먼 창가 → 먼 거리를 통해 잎새의 애틋함을 강조함.

* 누가 손을 흔들기에 → 잎새가 흔들리는 이유에 대한 화자의 상상

* 초여름 → 시간적 배경

* 나무 잎새들 → 화자가 바라보고 있는 대상

* 저렇게도 간들거리나 → 잎새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표현함.

* 3연 → 화자의 성찰이 담긴 부분

 

제재 : 초여름 나뭇잎

제목 : 이 시를 이해하는 핵심 시구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의미한다. '눈길'이란 눈이 가는 곳, 또는 주의나 관심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촉촉하다'는 것은 눈가가 젖었다는 뜻이므로 세상에 대한 화자의 감정이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촉촉한 눈길'이란 세상의 사소한 모습이나 변화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화자는 이러한 시선의 존재에 대해 자문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세상에 대한 이런 촉촉한 시선이 살아 있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주제주변의 작은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삶의 자세

[시상의 흐름(짜임)]

◆ 1~2연 : 간들거리는 나무 잎새

◆ 3연 : 촉촉한 눈길이 남아있는지 질문함.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초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초록색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화자의 태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1연에서 화자는 나뭇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어느 먼 창가에서 누가 손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까운 곳도 아닌 먼 창가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뭇잎은 그 작은 손짓에 온몸으로 간들거리며 대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애틋한 나뭇잎의 모습을 보면서 화자는 자신에게 '촉촉한 눈길'이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본다. '촉촉한 눈길'이란 '눈물'을 의미한다. '눈물'이란 기쁘거나 슬플 때 흘리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나뭇잎의 애틋한 모습을 보며 흘리는 눈물이므로 '감동의 눈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화자는 자신이 아직 세상에 대해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세상에 대해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을 잃어 버리고 살아간다.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작은 바람,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꽃 한 송이에도 감동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빡빡한 현실을 탓하며 점점 메말라간다. 화자는 이렇게 점점 메말라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자신으로 치환하여 성찰하고 있다. 화자는 자신에게 '촉촉한 눈길'이 남아 있냐고 질문하고 있지만, 사실 이 질문은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 시상의 전개 과정 ◆

이 시에서 화자가 직접 관찰한 것은 초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다. 하지만 화자는 이러한 사실에 상상을 덧입히고 자신에 대한 성찰로까지 나아간다. 우선 화자는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 보지 않고, 나뭇잎을 의인화하여 누군가가 손을 흔드는 것에 대한 대답이라고 상상한다. 3연에서 말한 '촉촉한 눈길'을 나뭇잎은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 먼 창가에서 흔드는 누군가의 손짓에 나뭇잎은 온몸을 흔들며 대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며 화자는 '나는 세상에 대해 온몸을 흔들며 대답하고 있는가'라고 자신에게 묻는다. '내게 아직 남았던가'라고 묻는 것으로 보아 화자에게 그런 '촉촉한 눈길'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의 고난과 어려움이 그러한 '촉촉한 눈길'을 마르게 하였다. 이에 대해 화자는 자신을 반성하며 그러한 '촉촉한 눈길'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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