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 양성우 -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기나긴 죽음의 시절,

    꿈도 없이 누웠다가

    이 새벽 안개 속에

    떠났다고 대답하라.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흙먼지 재를 쓰고

    머리 풀고 땅을 치며

 

 

 

    나 이미 큰 강 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남성적, 의지적

표현 : 과거형과 명령형의 활용으로 어두운 현실을 벗어나려는 적극적 의지를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청산 → 밝음과 희망의 세계

    *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 과거형과 명령형을 활용하여 화자의 적극적 의지를 강조함.

    * 기나긴 죽음의 시절 → 불행하고 암울한 현실 상황

    * 꿈도 없이 누웠다가 →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사는 절망적인 모습

    * 새벽 안개 속에 → 미래에 대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 큰 강 건너 → 죽음과 절망의 시대를 넘어서

 

제재 : 청산(밝음과 희망의 세계, 현실을 극복하여 이루어낸 이상적 세계)

주제불행한 현실을 벗어나 이상 세계에 도달하려는 의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불행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아름다운 이상적 세계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청산'은 화자가 지향하는 이상적 세계를 상징한다. 박두진의 <해>, <청산도> 등의 작품에 나타난 '청산'도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다. 밝고 희망찬 세계인 '청산'에 비해 화자의 현실은 절망적이다. 현실의 상황은 '죽음의 시절'이다. 아무런 꿈도 꿀 수 없는 절망적인 곳이고, '흙먼지 재를 쓰고 머리 풀고 땅을 치며' 고통과 시련을 겪어야 하는 곳이다. '청산'과 현실 공간의 대조는 화자가 지향하는 바를 뚜렷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화자는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라고 명령하고 있다. 여기서 '떠난다'는 말은 겉보기에는 도피를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현실에 맞서지 못하고 도피하는 사람이 이렇게 강렬한 어조로 자신의 의지를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청산'의 부름에 대한 답으로 이미 '청산'을 향해 떠났다고 대답하는 것은, '청산'에 도달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의 대열에 화자가 당당히 들어섰다고 읽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 작품이 1980년대에 쓰인 점을 감안하여 읽는다면, 독재 정권이 통치하던 죽음의 시대에 대한 고발 정신과 그러한 시대적 억압을 깨치기 위한 투쟁에 동참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떠나겠다'가 아니라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떠나겠다'는 미래의 행위에 대한 의지를 의미하는 데 비해, '떠났다'는 이미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과거형이다. 또 거기에 '대답하라'라는 명령형이 덧붙여져 남성적인 강인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떠났다고 대답하라'는 말이 반복됨으로써 리듬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자신의 결단을 강조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것이 이 시를 고려 가요 <청산별곡>과 다르게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청산별곡>의 '청산'이 현실에서 패배한 화자가 소극적으로 찾아낸 도피처인 반면, 이 작품에서 '청산'은 화자가 현실을 적극적으로 극복함으로써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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