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문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2004)-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회고적, 낭만적, 성찰적

특성

① '찬밥 - 어머니 - 나'로 이어지면서 시상이 전개됨.

② 제재의 이미지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③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문제의식의 제기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1행 → 화자의 시적 상황 제시

* 찬밥 → 어머니의 삶을 회상하게 하는 매개체

*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 가족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먹는 어머니의 모습

* 깊은 밤에도 ~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 찬밥을 먹으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젖음.

* 그녀 →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혼자서 희생적 삶을 사는 '어머니'

*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 신이라는 존재와 결부시켜 어머니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있다. 시 전체적으로는 어머니의 소외되고 희생적인 삶이 강조되어 드러나고 있지만, 이 구절은 어머니라는 존재가 신처럼 지극한 사랑과 끝없는 희생을 베푸는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화자의 모습을 '찬밥'에 비유하여 형상화함.

* 세상의 찬밥 → 가정 내에서만 '찬밥'의 신세가 아니라, 세상에서도 '찬밥'의 처지라는 것

                         화자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찬밥 신세라는 의미를 나타낸 것임.

                         불평등한 사회를 향한 문제의식을 제기함.

                         우리 사회가 어머니들에게 희생적인 삶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불평등한 구조라는 문제의식을 반영해 놓은 표현임.

 

제재 : 찬밥

화자 :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그 역시도 어머니인 사람

주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그 희생적 삶에 대한 연민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찬밥'의 이미지를 통해 어머니의 삶에 대한 깨달음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화자는 아픈 몸을 일으켜 홀로 찬밥을 먹는다. 이 경험은 화자에게 어머니의 희생적 삶의 의미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 어머니는 항상 가족에게 따스한 밥을 먹이고 정작 자신은 찬밥을 먹었다. 이와 같은 어머니의 행동을 과거에는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아픈 몸으로 홀로 찬밥을 먹으면서 그 사랑을 온전하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화자 역시 어머니의 삶을 살고 있는, 세상의 중심에서 비켜난 '세상의 찬밥'이다. 우리는 이 시에 나타난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에서 불평등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평소 다른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의 자세를 반성해 볼 수 있다.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이 시의 화자와 '그녀'에 대해 이해해 보자.

(1) 화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해 보자.

   → 아픈 몸을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고 있다.

(2) 다음 시구들을 바탕으로 '그녀'가 어떤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 찬밥을 먹던 사람

*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함.

· 희생적임.

*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 깊은 밤에도 /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 변변한 음식을 먹지 못함.

·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고, 가족들의 식사 뒤치다꺼리를 함.

*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 신과 같이 가족을 헌신적으로 사랑함.

 

(3) '그녀'가 가리키는 대상은 누구인지 이야기해 보자.

   →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사는 '어머니'를 가리킨다.

 

2. 화자의 정서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활동을 해 보자.

(1) 화자가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인지 추측해 보자.

   → 이것은 화자가 찬밥을 잘 삼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화자의 몸이 아프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과거에는 잘 인식하지 못했던 '그녀(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에 대한 생각에 목이 메기 때문일 수도 있다.

 

(2) 이 시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문제와 관련하여 화자가 자신을 '세상의 찬밥'으로 표현한 것의 의미에 대해 말해 보자.

   → '찬밥'은 항상 가족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를, '세상의 찬밥'은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화자를 형상화한 시어이다. 따라서 화자 자신을 '세상의 찬밥'으로 표현한 것은, 가족 공동체를 위해 한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되었던 불평등한 사회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 딸인 화자의 삶까지 답습됐음을 의미한다.

 

3. 이 시와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어떤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경험이 있다면, 그때의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적어 보자.

대상

계기

인식의 변화

도심 속 나무와 숲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험

예전에는 도심 속 나무와 숲은 도시의 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것, 혹은 도시 미관을 위한 요소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고 난 후, 도심 속 나무와 숲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2) 당시의 심정을 이야기해 보고, 그에 대한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 보자.

   → 나무와 숲이 생태 환경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의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4. 다음 사진들 중 하나를 고르고, 그에 대한 느낌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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