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  윤동주  -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못해 처음으로 이 곳을 찾아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나의 건강이 속히 회복되길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서경적(묘사적), 시각적, 산문적

◆ 표현 : ① 묘사의 탁월함.

               ② 현재법의 사용으로 현장감을 살림

               ③ 대상의 이동(여자→나)에 따른 시상 전개

               ④ 산문적 표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여자 환자 → 가슴앓이(암울한 시대 상황에서 겪게되는 시대적 고민)를 하는 그 시대의 젊은 지성인

                   으로, 그녀가 처한 상황은 지극히 우울하고 고독하고 적막하다고 할 수 있다.

    * 나 → 시련과 피로가 겹겹이 쌓이는 병을 앓고 있음에도 병명을 알 수 없다는 것을 볼 때, 내가 앓고

                   있는 병은 아마도 육체적인 병이 아니라, 시대의 열병이거나 인간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                    고민, 내지는 사랑의 열병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금잔화 → 회복과 소생에 대한 희망 상징

    *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화자와 여자의 동일화가 이루어지는 부분.

 

주제고통과 고독에 대한 연민

◆ 제목의 의미 →고통과 부끄러움이 상존하는 밀폐된 공간으로,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상징하는 말.

 

   [시상의 흐름]

◆ 1연 : 외로운 여자 환자 발견(상황인식1)

◆ 2연 : 고통과 피로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나(상황인식2)

◆ 3연 : 나와 여자 환자의 건강이 회복되길 기원함(상황인식3) → 나와 여자의 동일화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시집 제목 대신에, 시집 제목이 될 뻔했던 작품으로, 가슴을 앓는다는 여인(연희 전문 시절 알았던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의 고통을 노래한 시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이 작품은, 병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그 곳에 입원한 한 여자 환자의 모습을 통해 암울하고 고독한 시대상황 속에서 치루어야 하는 시대적 고민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여자 환자의 모습을 통해 화자 자신의 상태를 또한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면서,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젊은 지식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적 상황이 비록 우울하고 고통스럽지만, 여자 환자는 일광욕을 즐기고 또한 금잔화를 가슴에 꽂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긍정적 모습으로 볼 수 있다. 화자와 '나'가 앓고 있는 병은 '가슴앓이'라는 동일한 것으로, 육체적 질병이 아닌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화자와 여자는 동일한 시대에 동일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연대의식을 가지면서 그 고통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병원은 '아픔과 죽음과 부끄러움과 죄악과 실존의 고통'이 있는 곳이며, 동시에 '탄생의 환희'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그는 환자라는 피동적 존재를 넘어 병원의 상황을 인식하려는 의지와 신념을 표현하고, 고통을 나누려는 명징한 순교자 의식을 가진, 누구보다도 '가장 건강한 청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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