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 하종오 -

                                                       

 

 

 

우리야 우리끼리 하는 말로

태어나면서도 넓디넓은

평야 이루기 위해 태어났제.

아무데서나 푸릇푸릇 하늘로 잎 돋아내고

아무데서나 버려져도 흙에 뿌리박았는기라.

먼 곳으로 흐르던 물줄기도 찾아보고

날뛰던 송장메뚜기 잠재우기도 하고

농부들이 흘린 땀을 거름삼기도 하면서

우리야 살기는 함께 살았제.

오뉴월 하루볕이 무섭게 익어서

처음으로 서로 안고 부끄러워 고개 숙였는기라.

우리야 우리 마음대로 할 것 같으면

총알받이 땅 지뢰밭에 알알이 씨앗으로 묻혔다가

터지면 흩어져 이쪽 저쪽 움돋아

우리 나라 평야 이루며 살고 싶었제.

우리야 참말로 참말로 참말로

 

 

 

갈라설 수 없어 이 땅에서 흔들리고 있는기라.

 

                    -<창작과 비평>(1980)-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의지적, 상징적

표현

     * 사투리를 사용하여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민중들의 정서를 소박하게 노래함.

     * 반복을 통해 민중의 생명력과 분단에 대한 극복 의지를 강화시킴.

     * 자연물의 속성을 이용해 조국의 비극을 고발하고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함.

     * 의인화 기법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우리 → 벼와 피, 민중을 상징, 공동체의 동질감(연대의식)을 강조한 말

    * 넓디넓은 / 평야 → 한반도 상징, 화합과 공존의 상태

    * 태어났제 → 사투리를 사용하여 순박한 농민들의 진솔한 감정을 표현함.

    * 아무데서나 ~ 흙에 뿌리박았는기라. → 벼와 피의 특징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말함.

    * 먼 곳으로 흐르던 물줄기도 찾아보고 → 생명(삶)에 대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

    * 날뛰던 송장메뚜기 → 갈등과 혼란의 상징, 민중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세력 상징

                                       넓은 평야를 이루는 과정에서 걸림돌이나 제약이 되는 대상

    * 농부들이 흘린 땀

            → 넓은 평야를 이루기 위한 밑거름으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함.

    * 우리야 살기는 함께 살았제

           → 벼와 피는 원래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이고, 그것은 바로 민중들의 모습이기도 함.

    * 오뉴월 하루볕이 무섭게 익어서 → 중의적 의미(벼와 피 : 성장의 계절, 사람 : 6 · 25 전쟁의 현실 반영)

    * 처음으로 서로 안고 부끄러워 고개 숙였는기라 → 열매 맺는 모습, 겸손하고 순수한 민중의 모습

    * 우리 마음대로 할 것 같으면

          →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암시함(민중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 분단)

    * 총알받이 땅 지뢰밭 →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

    * 씨앗 →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과 가능성

    * 터지면 흩어져 이쪽 저쪽 움돋아

           → 드넓은 평야로 힘차게 퍼져 가는 생명력(이념적인 대립을 넘어서 하나됨을 소망함.)

    * 우리 나라 평야 → 국토의 통일, 동질성의 회복, 공존과 평화와 화합의 상징적 공간

    * 참말로 참말로 참말로 →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

    * 갈라설 수 없어 → 분단과 대립에 대한 근원적 부정(거부)

    * 흔들리고 있는기라. → 시련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상태

 

화자 : 벼와 피(통일을 염원하는 사람)

주제 : 분단 현실의 극복에 대한 민중의 소망

제목 : 이 시의 '제목'은 얼핏 보면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해서 벼와 피는 서로 다르다는 의미인 듯하다. 그러나 이 시의 제목은 벼와 피가 서로 다르지만 이 둘은 그 이전부터 함께 살아온 '우리'라는 동질성으로 묶을 수 있는 대상들로, 시대 현실에 적용해 보면 남과 북이 이념적으로 다르지만 둘의 차이를 인정하며 이념으로 달라지기 전 우리가 5천년을 함께 살아온 민족임을 잊지 말자. 다시 말해 둘의 차이를 인정하며 더 큰 동질감으로 화합과 평화의 세상을 만들자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시상의 흐름(짜임)]

◆ 1 ~ 5행 :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민중

◆ 6 ~ 11행 : 함께 살아왔던 지난날과 분단의 기억

◆ 12~17행 : 분단을 극복하고 싶은 민중의 소망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미약한 풀에 불과한 벼와 피(민중)도 같은 것들끼리 모여서 사는데, 사람들은 그러지 못해 평야를 총알받이 땅(전쟁터)으로 만들고, 지뢰밭으로 만들어 버린 비극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우리가 벼와 피처럼 이념의 갈등 없이 소박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존재라면, 그 긴장과 갈등과 대립의 터 위에 씨앗을 뿌리고, 싹을 돋우어 푸르고 푸른 평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념적 선입견을 버리고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 섞여서 사는 평화의 공간을 열어 가겠다는 소박하지만 호소력 있는 화자의 의지가 돋보인다.

 

■ 더 읽을거리 : 박덕규 해설

이 시는 출렁이는 들판의 벼를 매재로 하여, 이 땅의 민초들의 어기찬 삶과 염원을 남도(경상도) 사투리의 어조를 통해 질박하게 노래하고 있다. 흙에 뿌리를 박은 벼들은 서로서로 무리를 지으며 하늘을 향해 푸른 잎을 돋아낸다. 벼들은 흐르는 물줄기의 소리를 몸에 감고, 메뚜기들을 거느리면서 농부들의 땀을 거름삼아, 서로 부대끼고 의지하며 황금빛 들판으로 숙성해 간다. 그러나 벼들은 가슴 속 깊이 스며오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에 떨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소망했던, 아니 태어남의 본래의 의미이기도 했던 넓디넓은 평야를 끝내 이루어 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벼들은 무리를 지어 우리 나라 전역에 걸친 광대한 평원이 되기를 꿈꾸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땅의 분단의 냉엄한 장벽은 벼끼리 모여 살고 싶은 벼의 곡진한 염원을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이 땅의 벼는 오늘도 비애에 젖은 몸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르면 이 시에서 벼는 곧 통일을 염원하는 이 땅의 삶의 주체인 우리 민초들의 환유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는 건강한 민중의 삶과 함께 분단 조국의 비극성을 고발하고,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 참고 : 송장메뚜기

자연계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담당하는 곤충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곤충은 '송장벌레'란 독특한 이름을 가진 무리이다. 이름속에 송장 어쩌구 하는 말 때문에 괜시리 눈을 찡그리며 징그러움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들이 자연에서 죽어간 쥐나 작은 새들의 사체를 치워주는 훌륭한 곤충이다. 시체를 치워주는 방식에는 무리마다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유명하게 된 이유에는 송장벌레속에 속하는 종들의 특별난 생태 때문이다. 이들은 쥐나 새의 시체가 발생되면, 더듬이 끝의 넓게 확장된 부분을 통하여 즉시 냄새를 맡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만일 수컷이 먼저 발견을 하였다고 하면 암컷이 빨리 오도록 하기 위하여 시체 위에 올라서 특별한 자세를 잡고 암컷을 유혹하는 페르몬 향수를 뿌려댄다. 왜냐하면 이들은 암수가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거기에 자신들의 새끼가 될 알을 놓을 뿐 아니라 그들의 알로부터 새끼들이 커가는 과정을 돌보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동물의 시체는 자신의 자손이 먹을 식량원인 셈인다. 따라서 시체를 흙이나 낙엽 등으로 묻는 매우 정교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만일 시체가 놓여진 위치가 땅파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 하면 이들은 있는 힘을 다해 적합한 공간으로 옮겨놓기도 한다. 묻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이들은 시체의 털이나 깃털 등을 뽑아내는 단계를 거친다. 이 때, 자신의 배끝에서 나오는 특수한 방부 물질로 털뽑을 자리를 발라대어 시체가 썩는 시간을 지연시키도록 애를 쓴다. 그리고 나서 사체의 밑으로 들어가 아래쪽 흙을 파올려 쥐를 흙속으로 내려오게 하면서 퍼올려진 흙으로 덮어간다. 마침내 사체는 지하로 내려가고 교묘하게 흙이나 낙엽 등으로 덮힌 무덤이 완성된다. 그리고는 덮은 표현에 자신들의 알을 낳아서 새끼가 되면 바로 아래의 사체를 먹게 한다. 즉, 무덤이 바로 애벌레들의 먹이 저장고인 것이다. 어쨌든 우리들의 눈에는 쥐나 새들의 징그러운 사체를 볼 수 있지 않아서 좋다. 따라서 이들은 이름 그대로 송장을 취급하는 곤충인 송장벌레인 셈이며 프랑스의 파브르란 곤충학자도 이 곤충에게 '위생장관'이란 호칭을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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