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別離)

                                                                              -조지훈-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너머로

나즉히 흰 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 저고리 당홍 치마 자락에

말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

 

십 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에 밀어 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메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連峰)을 바라보나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

자주 고름에 소리 없이 맺히는 이슬 방울

 

이제 임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원앙침(鴛鴦枕) 비인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고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가지

꺾어서 채찍 삼고 가옵신 임아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전통적, 감각적, 애상적, 여성적

특성

① 이별의 아픔을 감수하는 여성적 어조

② 7 · 5조, 3음보의 전통적 율격을 기본으로 함.

③ 색채의 대비를 통해 감각적 이미지를 강조함.

④ 전통적 소재를 사용하여 고전적인 우아미를 드러냄.

⑤ 화자의 변화를 기준으로 1~4연과 5~6연으로 나눌 수 있음.

⑥ 마지막 행의 시구가 완결되지 않아 떠나는 임의 모습처럼 여운을 남김.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1, 2행 → 색채 대비, 고전적 분위기

*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 → 소극적이고 전통적인 여인상

* 초록 저고리 당홍 치마 자락에 → 색채 대비, 녹의홍상, 젊은 여인의 이미지

* 말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 떠나는 임을 붙잡지 못하는 안타까움

* 십 리 → 임과의 거리감

* 밟고 간 자취는 바람에 밀어 가고 → 임과의 단절감

* 방울 소리만 아련히 /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메아리 → 임이 점점 멀어져 가는 상황

* 발 돋우고 눈 들어 → 임을 향한 그리움, 이별에 대한 아쉬움

* 연봉 → 이어진 산봉우리, 임이 떠난 길

*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 '어진 선비'는 그리움의 대상을 뜻하며 말줄임표는 애틋한 여운을 형성하고 있다.

* 이슬 방울 → 눈물, 슬픔의 집약

* 임 → 화자의 변화(관찰자에서 색시로)를 보여주는 표현

* 가을 → 임의 부재를 환기하는 계절적 배경

* 원앙침 비인 자리 → 독수공방의 외로운 처지

* 원앙침 비인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고. → 이별로 인한 허전함.

* 꾀꼬리 → 행복한 연인의 표상

* 실버들가지 → 사랑의 정표

* 꺾어서 채찍 삼고 가옵신 임아 ……. → 슬픔의 애틋함을 강조하고, 떠나는 임의 모습을 연상케 함.

 

주제이별의 정한과 임에 대한 그리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임과 이별하는 색시

◆ 2, 3연 : 점점 멀어져 가는 임

◆ 4연 : 임을 떠나보낸 색시의 애틋한 슬픔

◆ 5연 : 이별로 인한 외로움과 허전함

◆ 6연 : 임에 대한 그리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젊은 색시가 겪는 이별의 슬픔을 고전적이고 감각적인 시어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별의 상황에서 슬픔을 감내하는 전통적 여인상이 드러나며, 전통적인 한의 정서를 비교적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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