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 김춘수 -

                                                       

 

 

 

                    1

발돋움하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姿勢)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그리움으로 하여

왜 너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져서 흩어져야 하는가.

 

                      2

모든 것을 바치고도

왜 나중에는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가져야 하는가.

 

네가 네 스스로에 보내는

이별의

이 안타까운 눈짓만을 가져야 하는가.

 

                      3

왜 너는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떨어져서 부서진 무수한 네가

왜 이런 선연(鮮然)한 무지개로

 

 

 

다시 솟아야만 하는가.

 

                 -<꽃의 소묘>(1959)-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주지적, 관념적, 상징적, 감각적

표현 : 분수의 속성을 빌어 인간의 삶의 단면을 형상화함.(의인화)

              의문형 표현을 반복하여 화자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냄.

              시각적 심상,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

              점층적 구조로 시상이 전개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발돋움 → 이상을 지향하고 추구하는 모습, 상승의 이미지

    *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 분수의 근원적인 한계, 하강의 이미지, 이상의 좌절

    *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 갈라져서 떨어지고 산산히 흩어지는 모습, 자기 분열의 아픔

    * 안타까운 눈짓 →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고 자기 분열을 느껴야 하는 아픔과 슬픔을 형상화한 것

    * 다른 것 →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 존재, 그래서 좌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

                      자기분열의 슬픔을 겪지 않아도 되는 존재

    * 왜 너는 /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 숙명에 대한 인식이 담긴 질문

    * 무지개 → 다시 솟구치는 분수의 물보라

                     좌절을 딛고 다시 발돋움하는 삶의 눈물겨운 아름다운 모습을 형상화함.

                     좌절하더라도 다시 이상을 추구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인식이 내포됨.

 

제재 : 분수

주제끝없이 다시 발돋움하게 하는 영원한 그리움

 

   [시상의 흐름(짜임)]

◆  1   :  분수의 모습 → 초월적 세계에 대한 발돋움과 좌절

◆  2   :  분수의 속성 → 분수의 낙하가 지니는 아픔

◆  3   :  분수의 숙명 → 포기할 수 없는 그리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분수'를 소재로 하여 끝없는 동경과 계속되는 좌절 속에서 깨닫는 숙명적인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적 화자는 공중의 일정한 지점까지 솟구쳤다가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서 무수한 물방울이 되어 수면 위로 떨어지는 분수를 보며 안타까운 그리움으로 말미암은 이 발돋움과 좌절의 원인을 추적해 나가고 있다. 1, 2, 3연으로 시가 점점 진행되면서 시적 화자의 물음으로, 3에서는 마침내 숙명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해답을 얻어 깨달음에 이르는 물음으로 발전한다. 그리하여 계속되는 발돋움과 좌절의 반복이 그리워하도록 숙명을 타고난 그 영원한 그리움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깨닫는다.

상승과 하강의 반복에서 얻는 깨달음

이 시의 소재인 '분수'는 끝없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속성을 지닌 존재이다. 즉, 하늘을 향해 언제나 발돋움하지만 두 쪽으로 갈라져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존재이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한 상승과 하강이 아니라 이것의 반복에 주목하면서 이 속에서 끝없이 이상을 추구해 가는 존재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상승과 하강이 숙명적인 그리움에서 말미암은 것임을 깨달으면서 분수는 좌절이 아니라 마침내 선연한 무지개로 인식되게 되는 것이다.

이상을 지향하면서도 그것에 닿을 수 없는 숙명적 한계를 지닌 '분수'와 유사한 소재의 시에는 유치환의 '깃발'과 서정주의 '추천사' 등이 있다. '깃발'은 이상을 지향하지만 깃대에 묶여 있다는 한계 때문에, '그네'는 하늘로 솟구치지만 결국 다시 땅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한계 때문에 이상에 대한 지향과 숙명적 좌절을 그리는 소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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