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청 물장수

                                                                              - 김동환 -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동아일보>(1924)-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향토적, 감각적

표현 : 청각적, 묘사적 심상

              1, 3연의 명사형 종결은 짙은 여운을 남김.

              북청 물장수의 근면함을 칭송하고 그를 기다리는 서정적 어조

              '물'의 이미지 → 신선함, 부드러움, 생명감, 포근함, 건강함 등의 의미를 지님.

 

중요 시어 및 시구 풀이

    *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 꿈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시각인 이른 새벽에

    * 찬물을 쏴 퍼붓고는 → 북청 물장수의 건강성과 활기차고 힘찬 모습을 연상케 함.

    * 가슴을 디디면서 → 북청 물장수의 방문에 깊은 감동을 받고 애정을 느꼈음을 감각적으로 표현함.

    * 북청 물장수 → 청신한 새벽의 분위기를 전해 주는 존재

    * 물에 젖은 꿈 → 새벽의 신선한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표현함.

                              아직 잠이 덜 깬 이른 새벽에 물을 날라다 붓는 물장수에 대한 기다림을 표현한 것임.

 

제재 : 북청 물장수

주제북청 물장수의 근면성과 그에 대한 애정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새벽마다 잠을 깨우는 부지런한 북청 물장수

◆ 2연 :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 3연 :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새벽에 물을 날라다주는 북청 물장수를 기다리는 마음을 노래한 작품으로, 물장수에 대한 교감과 이에 대한 신선한 감각적 표현이 돋보인다.  서울 거리의 북청 물장수는 매우 유명했다. 자식의 공부를 위해 북청 사람들이 열심히 물장수 일을 한 것인데, 함경도 출신인 시인의 눈에는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오늘날처럼 각 가정에 수도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물장수들이 새벽마다 물을 공급해 주었다. 그들은 주부들이 일어나 부엌일을 시작하기 전에 물을 가져다 주어야 했으므로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시골에서의 하루가 횃대에서 목청 좋게 울어 젖히는 계명성에서 시작되듯이, 도시의 새벽은 부지런한 북청 물장수의 삐걱거리는 지게 소리와 물붓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것이다.

물장수는 아직도 곤한 잠에 빠져 있는 도시인들의 꿈길을 밟고 온다. 날마다 거의 비슷한 시각에 찾아와 말없이 물만 붓고 떠나가는 북청 물장수의 행동에  익숙해진 도시인(혹은 화자)은 물장수가 독 안에 붓는 물 소리에 퍼뜩 잠에서 깨어난다. 그 때의 화자의 정신은 마치 머리에 찬 물을 뒤집어 쓴 듯이 맑고 시원하다. 제 할 일을 마친 물장수는 갓 깨어난 화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말없이 떠나간다. 단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도시인의 아침 풍경이 매우 간결하면서도 적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매일같이 되풀이 되는 북청 물장수의 근면하고 과묵한 행동에 화자는 친밀한 감정을 갖게 된다. 현실과 꿈이 채 구분되지 않는 혼돈 속에서 물장수를 부르지만, 그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다음 집에 물을 날라다 주기 위하여 삐걱삐걱 소리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서로의 인간적 만남이 없으면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는 물장수의 행동과 그에게서 느끼는 인간적 친밀감을 담담하게 그려 내고 있다. 화자에게 북청 물장수는 단순히 생활에 긴요한 물을 공급해 주는 장사치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청신한 새벽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존재인 것이다. 맑고 활기찬 아침을 마련해 주는 물장수를 기다려 만나보고 싶어하는 화자의 마음이 깔끔하게 제시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문원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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