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

                                                                              - 최승호 -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 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최승호 시선>(1991)-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사회비판적, 풍자적, 자조적, 상징적

표현

    * 비판적이고 반성적인 어조와 주변의 친근한 소재의 활용

    * 시적 대상과 화자 간의 관계를 전도시켜 주제를 부각시킴.

    *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적 대상인 '북어'를 구체적으로 묘사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밤 → 부정적 상황을 상징함.

    * 식료품 가게 → 물질적이고 문명화된 현대 사회를 상징함.

    * 케케묵은 먼지 → 부정적 현실 상황

    *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 북어들 → 관습적이고 타성에 젖은 삶

    *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 무기력하게 획일화된 현대인의 모습

                 획일적인 원리로 대중을 지배하는 사회의 모습이 연상되며, 시인의 비판의식의 자리함.

    *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 → 생명력을 상실한 삶의 모습

                                           획일화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상실한 이성과 지성

    * 한 쾌의 혀가 /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 현실의 모순에 저항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모습

    * 한 쾌 → 북어 스무 마리를 한 단위로 세는 말

    *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 →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

    * 무덤 속의 벙어리 → 생명력의 상실, 현실을 외면하며 현실에 대해 침묵하는 현대인의 모습

    *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

   *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 굳어 버린 삶(생명)에 대한 의지

    * 막대기 같은 생각 → 경직되고 획일적이고 죽은 사고를 지닌 현대인의 모습

    * 싱싱한 지느러미 → 생명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 건전한 사회의식, 비판의식

   *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 → 삶의 지향점이나 꿈 · 이상을 상실한 사람들

    *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 대상에 대한 연민

    * 느닷없이 → 시상의 전환

    *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 북어의 말을 통해 무기력한 삶에 대한 화자의 자기 반성을 나타냄.(주객의 전도)

            나약한 현대인들의 비틀린 삶을 풍자하는 외침

            환청 = 화자 자신의 자의식(현실에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

    *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 화자의 반성과 각성 촉구, 자기 삶에 대한 비판

 

: 북어

화자 : 북어를 바라보며 현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성찰해보고 있는 사람

주제비판 정신과 삶의 지향점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

 

   [시상의 흐름(짜임)]

◆ 1 ~ 8행 : 꼬챙이에 꿰어져 가게 안에 진열되어 있는 북어 한 쾌

◆ 9 ~ 14행 : 말라빠져 생기없는 북어처럼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들

◆ 15 ~ 끝 : 북어와 같은 삶에 대한 자기반성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식료품 가게에 진열된 '북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인의 일상적 모습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어느 순간 북어의 모습은 화자에게 인간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곧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은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 '막대기 같은 생각'은 '문제 의식과 진지한 사고력마저 상실한 상태',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은 '꿈과 이상을 상실한 사람'을 의미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거봐, 너도 북어지'라는 환청을 듣고 화자는 그러한 북어의 모습이 곧 자기 자신의 모습임을 고통스럽게 확인하고 있다. 시적 화자의 진지한 모색이 독특한 발상을 통해 드러난 작품이다.

 

  [맥락 읽기]

1)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

2) 화자는 언제, 어디에 있는가? 밤의 식료품 가게, 혹은 그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음.

3) 화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식료품 가게에 있는 북어를 들여다 보고 있음.

4) 가게 안에 있는 북어는 어떤 모습인가?

   → 손때 묻어 먼지에 묻혀 있다. 일렬로 대가리가 꼬챙이에 꿰어져 있다.

5) 이런 북어를 본 화자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볼품없다. 안됐다. 불쌍하다.

6) 그런 느낌을 가지고 북어를 바라보던 화자는 좀더 다가가서 자세히 보고 있다. 자세히 살펴본 북어의 세부적인 모습은 어떠했나?

   → 혀가 자갈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눈은 말라붙어 짜부러졌다.  지느러미는 빳빳하게 굳어 있다.

7) 그런 북어를 보고 화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사람들도 북어같다. 말의 변비증을 앓고(할말을 속시원히 하지 못하고) 벙어리처럼 사는 사람들, 막대기 같이 뻣뻣하게 굳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생명의 지느러미를 읽고 헤매이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함.

8) 화자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데, 무엇인가?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하고 부르짖었다.

9) 너! 너라! …… 너가 누군데? 화자 자신

10) 정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 게 아니라면 어떻게 된 일일까?

   화자가 그렇게 느낀 것이다. 그러니까 화자의 생각이다.

11) 그럼 화자가 처음 북어를 본 순간부터 화자의 머리속에 일어난 생각들을 차례로 정리해 보면?

   가게 안에 있는 북어가 참 볼품없다. → 북어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불쌍타. → 어! 가만 있어봐! 나도 북어 아냐,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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