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부엌 노래

                                                                              - 문정희 -

                                                       

 

 

 

부엌에서는

언제나 술 괴는 냄새가 나요.

한 여자의

젊음이 삭아가는 냄새

한 여자의 설움이

찌개를 끓이고

한 여자의 애모가

간을 맞추는 냄새

부엌에서는

언제나 바삭바삭 무언가

타는 소리가 나요.

세상이 열린 이래

똑같은 하늘 아래 선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큰방에서 큰 소리 치고

한 사람은

종신 동침 계약자, 외눈박이 하녀로

부엌에 서서

뜨거운 촛농을 제 발등에 붓는 소리

부엌에서는 한 여자의 피가 삭은

빙초산 냄새가 나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어요

촛불과 같이

나를 태워 너를 밝히는

저 천형의 덜미를 푸는

소름끼치는 마고할멈의 도마 소리가

똑똑히 들려요

 

 

 

수줍은 새악시가 홀로

허물벗는 소리가 들려와요

우리 부엌에서는….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비판적

표현

    * 부엌이라는 상징적이고 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시상을 전개시킴.

    * 후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 등의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여성의 억압된 현실을 형상화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부엌 → 가부장적 억압의 공간

    * 괴는 → 술이 익으려고 거품이 부걱부걱 솟아오르는, 발효하는

    * 술 괴는 냄새, 젊음이 삭아가는 냄새 → 여성의 자기 소멸을 후각적 이미지로 표현함.

    * 한 여자의 설움이 ~ 간을 맞추는 냄새 → 가사 노동의 속박에 매여 자기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 모습

    * 바삭바삭 무언가 / 타는 소리 → 여성의 내면에 억눌린 분노를 청각적 이미지로 표현함.

    * 한 사람은 큰방에서 ~ 제 발등에 붓는 소리 → 불평등한 남녀의 결혼 제도에 대한 비판

    * 뜨거운 촛농 → 불평등한 관계에서 오는 고통

    * 피가 삭은 → 생명이 소진되는

    * 빙초산 냄새 → 여성으로서의 한스러움

    * 그런데 → 시상이 전환되어 주제를 암시함.

    * 촛불과 같이 ~ 똑똑히 들려요

         → 여성이 숙명적 인고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모습

             생명을 탄생시키는 여자의 위대함을 부각시킴.

    * 촛불 → 희생의 상징

    * 천형 → 가부장제적 억압

    * 마고할멈의 도마 소리, 새악시의 허물벗는 소리

         → 새로운 움직임과 변화를 예고하는 소리

    * 마고할멈 → 여성의 출산을 도와 준다고 하는 신선, 여성이 새로운 존재로 태어남을 상징함.

    * 수줍은 새악시 →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새로운 여성

    * 허물 벗는 소리 → 억압의 굴레를 벗고 주체적 인간으로 거듭남을 보여 줌.

    * 우리 부엌에서는 → 새악시를 등장시켜 새로운 움직임이 확산될 것임을 암시함.

                                   자기 정체성을 찾은 주체적 여성의 공간

    * 우리 → 의미의 객관화(사회화)와 확대를 의미함.

    * 수줍은 새악시가 홀로 / 허물벗는 소리 → '새악시'는 말 그대로 이제 갓 결혼을 한, 따라서 '부엌'에 이제 막 들어온 여자이다. 그러기에 아직 '수줍다'. 그러나 새악시가 '허물을 벗는다'는 것은 앞선 '천형의 덜미를 푸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그러기에 '홀로' 벗기에는 힘겨운 것이다. 그래서 '마고할멈'은 일단 두 가지로 읽힌다. 하나는 출산을 도와 준다는 의미에서 새악시가 허물을 벗는 노력을 태동시킨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허물을 벗는' 행위를 돕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제 불평등한 결혼 제도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변화

            가부장제적 숙명에서 벗어난 여성의 자기 정체성 추구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여성의 위상에 대해 성찰함.)

 

   [시상의 흐름(짜임)]

◆ 1~8행 : 가사 노동의 굴레에 매여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여성의 모습(부엌에서 나는 냄새)

                → 여자의 삶과 생명이 소진되는 곳

◆ 9~20행 : 불평등한 결혼 제도에 대한 비판과 여성이 겪는 고통

                   → 불평등과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하는 곳

◆ 21~29행 :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새로운 여성의 모습(부엌에서 들리는 새로운 소리)

                   → 새로운 움직임과 변화를 예고하는 소리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부엌'이라는 상징적이고 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불평등한 결혼 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여성은 '똑같은 하늘'아래 섰음에도 불구하고 삭고 썩어가는 후각적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마고할멈, 새악시 등의 이미지를 통해 이러한 현실이 점차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시인은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여성의 위상에 대하여 성찰하고 있다. 공부도 잘하고, 총명한 여학생들은 정치 경제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한낮 가정주부로 살고 있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여성도 넓은 세상의 일원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는 심경을 드러낸 시이다.

이 시는 여성이 봉건적 · 가부장적인 숙명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여성의 활동 공간인 '부엌'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불평등한 결혼 제도와 가부장제적 현실의 모순을 비판하면서 여성이 하나의 주체로 당당히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 가야 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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