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수(鳳凰愁)

                                                                              -조지훈-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鳳凰)새를 틀어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 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九泉)에 호곡(呼哭)하리라.

 

 

 

 

                                   - <문장>(1940) -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회고적, 의고적, 산문적, 고전적, 우국적

표현

    * 행이나 연의 구분이 없는 산문시

    * 선경후정(先景後情)에 의한 시상을 전개함.

    * 감정 이입의 수법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냄.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봉황수 → 봉황의 슬픔, 봉황은 우리 민족의 상징임.

    * 벌레 먹은, 빛 낡은, 풍경소리 날러간 → 사라진 지난날의 영화로움

    * 산새, 비둘기 → 나라를 좀먹는 무리와 외세의 침략자 상징

    * 큰나라 섬기다 → 사대사상

    * 거미줄 친 옥좌 → 왕조의 패망, 주권의 상실

    * 쌍룡 대신에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 우리가 중국을 섬겨서 천자의 상징인 쌍룡을 국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사물로 사용하지 못하고

                            봉황새(나약한 조선 왕조의 상징)를 사용했다는 뜻.

    *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 국권을 상실하기 전인 조선 왕조 시대에도 당당하게 국가적 영광을 제대로 한번 펼쳐 보지 못한

                            우리 민족의 역사적 현실

    * 추석 → 벽돌같이 다듬어진 돌

    *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 어느 곳에도 당당히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 망국인의 모습

    * 패옥(佩玉) → 옛날 조신(朝臣)들이 입던 예복의 좌우에 늘이어 차던 옥.

    * 패옥 소리도 없었다. → 국권 상실의 현실 상징

    * 품석 → 대궐 안 정전 앞뜰에 계급의 품계를 새겨 두고 정일품부터 종구품에 이르기까지 두 줄로 세운 돌

    *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 → 식민지 지식인의 설 자리의 부재함,  국권 상실의 허망감이 드러남.

    *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 운명을 슬퍼하여 눈물짓는 일은 속되고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

           눈물이 속된 것인 줄 알기에 울지 않는다는 것(비애를 속으로 삭이는 지사적 기품이 엿보임)

    * 봉황새 → 국권상실의 비운을 당하면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우리민족 또는 시적 자아 자신의 표상

                                                          (감정이입)

    * 구천 → 하늘의 가장 높은 곳

    * 호곡하다 → 소리내어 슬피 울다.

 

주제 망국의 한과 비애

[시상의 흐름(짜임)]

◆ 벌레먹은 ∼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 퇴락한 고궁의 정경

◆ 어느 땐들 ∼ 호곡하리라. : 시적 자아의 심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조지훈의 초기 작품으로, 퇴락한 고궁을 바라보면서 지난날 역사의 그릇됨에 대한 비판과 반성, 민족혼의 부활과 국권 회복에 대한 소망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는 산문시이다. 역사에 대한 감회라는 관념적인 주제를 구체적이고 평범한 언어로 잘 드러내면서, 시인의 조국애와 역사의식이 낭만적 성향과 함께 반영되고 있다.

나라의 패망의 원인을 사대사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것은 바로 민족적 주체성의 회복을 염원하는 시인의 마음이자 외침이 되고 있다. 나라의 패망에 대해 눈물을 흘림이 부질없음을 알지만, 그 슬픔은 넓은 하늘을 향하여 망국의 설움을 소리쳐 울 정도라는 끝맺음은 오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또한, '옥좌, 봉황, 패옥, 품석' 등 의고적 시어의 동원과, 의젓하면서도 강개비분하는 지은이의 회고적,  지사적 품격을 느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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