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부 -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목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우리들의 양식>(1974)-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현실 참여적, 풍자적, 해학적, 희망적

표현

* 대상을 의인화함.

* 간절한 기다림의 어조

* 미래의 상황을 현재형으로 표현

* '온다'라는 시구의 반복을 통해 절실함이 강조됨.

* 확고한 신념에 찬 어조로 화자의 믿음을 강조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기다리지 않아도 ~ 온다. → 계절이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봄의 도래에 대한 당위성을 표현함.

    *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 → 절망적 상황

    * 너 → 봄의 의인화

    * 뻘 밭 구석, 물 웅덩이 → 봄이 오지 않은 부정적 상황

    * 어디 뻘밭 ~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 인간의 다양한 속성과 면모를 해학적으로 제시함.

    *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 → 봄이 와야함을 전달해주는 매개자

    * 눈 부비며 → 비비며(시적 허용)

    * 너는 더디게 온다 → 역경을 이겨 내고 오기 때문에

    *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 봄의 도래에 대한 화자의 확신

    * 너를 보면 눈부셔 /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 봄을 맞이하는 감격과 경이로움

    * 입을 열어 외치지만 목소리는 굳어 → 역설적 표현으로, 봄을 맞이하는 감격의 깊이를 나타냄.

    *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 기다림의 완성에 대한 기쁨의 행동

    *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 → 봄은 자연인 동시에 인간사의 어떤 측면으로 확대되어 나타남.

                                                   역경을 이겨 낸 봄에 대한 예찬적 태도

 

제재 : 봄('너') → 희망의 이미지, 간절한 기다림의 대상, 겨울 뒤에 반드시 찾아오는 계절

                              화자가 현실에 정착되기를 염원하는 민주와 자유의 상징

주제봄(새로운 시대, 자유와 평화의 새시대)의 도래에 대한 갈망과 강한 신념

[시상의 흐름(짜임)]

◆ 1~2행 : 네가 반드시 오리라는 절대적 믿음

◆ 3~10행 : 너는 쉽게 돌아오지는 않는다. 더디게 온다.

◆ 11~끝 : 돌아온 너를 맞이하는 감격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서의 봄('너')은 자유와 민주라고 할 수 있다. 민주와 자유로서의 '너'는 현실 속에서 확연히 눈에 보이지 않아 기다리는 자들에게 인내력을 포기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나타날 준비를 하고 있다가 가장 적절한 때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 어느 순간엔가 나타나리라는 믿음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즉, 시인은 현실이 아무리 부정부패로 더러워져 있어도 이것들과 싸우고 이기고 돌아올 '너' 때문에 삶을 여유롭게 기다리며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를 창작할 당시의 현실과 함께 생각해 볼 때, 화자가 기다리는 '봄'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이며 그 새로운 시대는 민주와 자유가 완성된 시대이다. 현실은 매우 힘들고 온갖 부조리가 가득하지만, 화자는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는 강한 신념으로 눈이 부시도록 찬란히 빛나는 봄, 즉 새로운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성부의 '봄'은 어떤 상황에서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의미의 작품으로서 강한 신념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과 더불어 신동엽의 <봄은>이라는 작품과 연결지어 살펴 보아야 한다. 특히 대상(봄)을 생명력 있는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겨울의 혹독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봄을 기다리다 때로 지쳐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덧 찾아온 봄 앞에서 화자는 자연의 섭리에 경이로움의 정서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 시는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 시대의 아픔과 절망이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너'의 실체는 온갖 더러움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가치체계를 가리키는 것이며, 시인이 발을 딛고 선 현실을 생각할 때 그것은 민주와 자유라 할 수 있다. 민주와 자유로서의 '너'는 현실 속에서 확연히 눈에 보이지 않아서 기다리는 자들에게 인내력을 포기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나타날 준비를 하고 있다가 가장 적절한 때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살아 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 어느 순간엔가 나타나리라는 믿음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즉 시인은 현실이 아무리 부정부패로 더러워져 있어도 이것들과 싸우고 이기고 돌아올 '너' 때문에 삶을 여유롭게 기다리며 살아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너'는 마침내 얻고야 말 객체이면서 동시에 계속해서 세상의 더러움과 싸워 나가는 시인의 육체가 투사된 주체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시의 결구에 제시되는 온몸으로 부딪혀 포옹하는 순간이 더욱 감격적으로 되는 것이다. 이 때 '너'는 시인과 똑같은 행로를 걸어온 것이기에 시인과 보다 큰 일체감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읽을 거리

길고 길었던 군사 독재 시대의 중간에서

시인은 '봄'이 상징하는 자유와 평화의 새 시대를 갈망하고 있다. 아무리 길고 또 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도 결국은 지나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시인은 유신 독재의 시대도 언젠가 반드시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보는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오는 봄처럼 그 시대는 꼭 올 것이라고 말이다.

1961년, 아직 군복을 입고서 권력을 잡았을 때부터 이 시가 씌어진 1974년까지,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5 · 16 군사 쿠테타 세력의 독재 밑에서 살아가야 했으니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라는 말에 담긴 애타는 기다림을 짐작할 수도 있겠다. 그러고도 5년간을 더 기다려야 했고, 또 다시 전두환, 노태우 군사 독재가 이어졌지만.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길래 봄은 이리도 디디게 오는지

그렇게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봄'을 시인은 '너'라고 의인화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한눈도 팔고 또 싸움도 하고 지쳐 나자빠지기도 하는 사람처럼 그리고 있다. 마치 장터에 간 남편이 왜 돌아오지 않는지 궁금해 하는 시골 아낙의 짐작을 말하는 듯한 이 부분은, '봄'을 기다리는 시인의 애타는 심정이 오히려 해학적으로 그려져 있다고 하겠다.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 흔들어 깨우면'이라는 7, 8행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라는 9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라. 이 두 시행 사이의 불일치. 그 상징적 의미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애타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픽 하고 웃음이 날 것 같지 않은가.

그 날의 감격을 미리 그려 보며

물론 이런 익살스런 표현에도 불구하고 '봄'을 향한 시인의 열망은 간절하기 이를 데 없다. '너를 보면 눈부셔 /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는 시인의 말처럼, 길고 길었던 독재를 타도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감격적이겠는가. 그 조짐을 처음 보았을 때조차도 떨리는 기쁨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으리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죽을지 살지 모르는 전쟁터에 나갔다가 '이기고 돌아온 사람'을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듯이, 시인은 그 날이 왔을 때 느낄 감격을 이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현재형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리 그 기쁨을 그려 보는 것이리라.

*출처 : 현대시 감상 <지학사>     

 이성부의 작품 세계

이성부의 시는 흔히 참여시로 분류된다. 이는 이성부의 시에는 왜곡된 현실에 대한 분노와 그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민중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의 감정이 공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 속에는 현실의 왜곡된 모습과 기나긴 역사의 과정 속에서 지배 세력들에게 짓밟히고 고통 당한 사람들의 삶을 껴안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곧 타인의 삶을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역사적 현실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억압과 소외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민중들의 모습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담고 있다.

이성부의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은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유 지대인 모성적인 것에 의해서 촉발된다. 이 모성적인 것은 개인의 의미망에서가 아니라 사회적 의미망 속에 짜여진 것이다. 게다가 이성부의 시에서 사회적 책임 의식은 모성적인 것에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대사회적인 일상적 현실 속에서 실현되기도 한다. 가령 '새벽길' 같은 작품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 작품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전태일의 분신을 다룬 작품인 바, 시인은 그 사건을 계기로 날로 무디어 가는 자신의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각성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곧 그의 죽음이 '어리석은 나에게도 찾아와서 / 눈 부릅떠 일깨운다.' 든지 '아아 비로소 나도 큰 눈을 뜨고 / 나를 떠나 나아가는' 발판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성부의 시에서 '나'에 관한 담론이나 그것과 연관된 담론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별안간 나를 후려치면서 / 어물어물 가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 바람'('비닐우산')이나 '한 점 붉디붉은 시의 응결을 찍기 위하여 / 오늘 밤 나는 다른 마음이 되고 싶다.'('이 볼펜으로') 등이 그러하다. '나를 후려치는 행위'나 '다른 마음이 되고 싶은 것'은 '나'의 실존적 결단과 태도에 결부된 문제들이다.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 속에서 공동체에 대한 그의 열정은 자신의 뿌리인 전라도와 백제에 대한 주목으로 나타난다. 백제와 전라도는 특정의 영역을 넘어서는 외연적 의미를 갖는 것이긴 하지만 사실상 자신의 시적 뿌리인 고향의 의미와 거의 동일한 차원에 놓이는 개념들이다. 자신의 고향을 사이에 두고 그러한 고향의 의미를 보족하는 수평적, 수직적 외연이 넓어지면서 '전라도'라는 공간의 확대로, '백제'라는 시간의 확대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이 그러한 시공간의 확대를 통해서 얻은 결과는 민중의 질긴 삶과 그들에 대한 보다 심화된 애정이었다.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이 시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1~2행

기다리지 않아도 언젠가 반드시 올 '너'

3~10행

더디게라도 마침내 찾아올 '너'

11~16행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너'를 맞이하는 '나'의 감격과 기쁨

 

2. 다음 시구에 드러난 공통적인 표현상 특징과 효과를 말해 보자.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 흔들어 깨우면 /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가가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제시된 시구에 공통적으로 사용딘 표현 방법은 의인법이다. 봄을 '간절히 기다리지만 더디게 오는 친구', '찾아 왔을 때 너무나 반가운 사람',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자랑스러운 사람' 등의 이미지로 의인화하여 표현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간절함과 친근함, 가치 등을 강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3. 이 시에서 봄은 무엇을 상징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자.

'봄'은 화자가 간절히 기다리는 대상이다. 시인이 살았던 시대의 사회적 · 역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봄'은 '민주주의', '자유, 평화'와 같은 정신적 가치가 될 수도 있으며, 한 인간으로 접근할 때에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행복' 등을 상징할 수도 있다. 또한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시어로도 볼 수 있다.

 

4. 다음은 이 시의 창작 시기와 관련된 자료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인이 진정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 추측해 보자.

1960년대는 독재 정권에 대해 항거하기 위한 4 · 19 혁명이 일어났으며, 이러한 민주 사회에 대한 염원을 좌절시킨 5 · 16 군사 정변이 있었던 시기이다. 이후 군사 정권 체제가 고착화되고 산업화가 급속하게 전개되면서 민족 구성원 내부의 불평등과 갈등, 인간 소외 문제가 심화되었다. 점차 자유와 평등이 살아 있는 민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학의 현실 참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도 하였다.

(예시)  이 시에서 '봄'은 '온갖 역경을 이겨 내고 오는 존재'이다. 창작 시기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시인이 진정 기다리는 '봄'은 자유와 평등이 살아 있는 새로운 시대라 할 수 있다. 현실 속에서 쉽게 다가올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도,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에게 오고 말 것이라는 강인한 신념으로 기다릴 존재, 눈이 부시도록 찬란히 빛나는 민주적 가치가 곧 '봄'인 것이다.'

 

5. 다양한 매체 중 하나를 고른 뒤, 이 시의 표현 방법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기다리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자.

기획

표현

* 기다리는 것 → 우리나라의 통일

* 매체 → 인터넷 게시판

* 표현 방법 → 의인법, 상징법 등.

(예시) 신동엽,  '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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